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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여전히 매혹적인가, 쥬라기월드4 새로운시작 리뷰

쥬라기 월드4, 그 낯선 새로운 시작

by 토마토수프

쥬라기 시리즈를 좋아한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유리창을 뚫고 아이들을 위협하던 장면, 브라키오사우르스가 햇살 아래에서 풀을 뜯던 그 고요한 순간, 랩터 블루와 주인공 사이의 일종의 교감. 어릴 적의 공룡 사랑이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인지, 쥬라기 월드4가 개봉된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게다가 이번엔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이라니. ‘쥬라기’와 ‘스칼렛’이라는 조합은 어쩐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과감하게 CGV 템퍼관을 예매했고, 약간의 통증과 큰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러 갔다.


ec7e26eb1f33a39b6beeac99cab9a5bd.jpg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스틸컷 © 2025 COPYRIGHT BY UNIVERSAL PICTURES KOREA. ALL RIGHTS RESERVED.



이번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조라’라는 이름의 용병으로 등장한다. 제약회사의 의뢰를 받고 살아있는 공룡 3종의 체액을 채취하러 가는 인물이다. 그녀와 함께 움직이는 팀에는 공룡 전문가와 제약회사 직원, 조라의 팀원들이 있고, 이들과 엮이게 되는 또 다른 축은 대서양을 작은 배로 횡단하다 표류하게 된 한 가족이다. 아빠와 두 딸, 그리고 큰딸의 남자친구까지. 익숙한 얼굴도, 익숙한 공간도 없이 다소 낯선 조합으로 시작된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실패한 공룡들의 섬으로 향한다.



75b9ad57c75b10a6ffcd8442b6cdb0bb.jpg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스틸컷 © 2025 COPYRIGHT BY UNIVERSAL PICTURES KOREA. ALL RIGHTS RESERVED.



쥬라기 월드4는 전작들과 달리 공룡 테마파크의 운영이나 시스템 붕괴를 다루지 않는다. 이종교배를 통해 취향대로 만든 공룡들이 버려진 섬. 그리고 그 섬에 남겨진, 예쁘지도 않고 사람들의 기준에 들지 못해 ‘실패작’으로 분류된 공룡들. 처음엔 새롭다 느꼈지만, 뒤로 갈수록 낯설고 낯설다.


공룡에게 애정을 품고 보게 되는 시리즈였던 만큼, 익숙한 공룡들이 나오지 않는 이번 편은 시각적 만족도나 감정이입 면에서 조금 덜한 감이 있다. 랩터 블루가 그리워진다.



faf663e3e6a9ca67e02c484a03d4378d.jpg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스틸컷 © 2025 COPYRIGHT BY UNIVERSAL PICTURES KOREA.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간다. 러닝타임은 133분이었지만 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중간 중간 압박감 있는 장면들도 잘 배치되어 있고, 기본적인 재미는 분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은 액션과 감정을 모두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af07861d4929c26d7a66671fd5398ab8.jpg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스틸컷 © 2025 COPYRIGHT BY UNIVERSAL PICTURES KOREA. ALL RIGHTS RESERVED.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등장인물들 간의 케미스트리.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사라지는 이런 영화에서 감정 교류는 큰 축인데, 이번 편에서는 그 연결고리가 약하게 느껴졌다. 각자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그 감정이 맞닿지 못하고 각자의 선에서 멈추는 느낌. 공룡과 인간 사이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어떤 유대감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dc074a5d06711eeff1b297e530c4aa58.jpg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스틸컷 © 2025 COPYRIGHT BY UNIVERSAL PICTURES KOREA. ALL RIGHTS RESERVED.



쥬라기 월드4의 부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다음 시리즈를 위한 준비 단계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공룡 세계를 위한 세계관 정비, 캐릭터 배치, 가능성의 확장 같은 것들. 팬으로서는 다소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다음 편에서 이 조각들이 어떻게 활용될지를 지켜보고 싶다.


공룡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다만 그 매혹이 이전처럼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한 편이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공룡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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