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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 대지진 괴담, 타츠키 료 <내가 본 미래>리뷰

예언이 진짜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by 토마토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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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한 권 읽었다. 하지만 ‘만화’라는 말로는 이 책을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는 형식은 만화지만, 내용은 기록에 가깝다. 작가가 꿈에서 본 재해를 바탕으로 그려낸 예언적 이야기. 처음 이 책이 출간된 건 1999년이고, 그 안에는 “2011년 3월, 동북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다”는 문장이 분명히 적혀 있다. 그리고 12년 뒤, 동일본 대지진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책은 다시 세상 위로 올라왔다.




나는 이 책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는 충격적인 예언이 담긴 만화책 <내가 본 미래> 완전판. 7월 5일 대지진 괴담이 핫하다보니 밀리의 서재에 랭킹 1위로 올라왔다.


리뷰를 쓰는 오늘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 도카라열도에서 지진이 계속 반복되었고, 지난 10여일 동안 지진이 1000회 이상 발생했다고 한다. 이 지역의 주민들 일부는 피난을 갔다. 작가가 꿈을 꾼 날은 2021년 7월 5일. 그래서 괴담 역시 2025년 7월 5일이다.


20240927171341.png 出典:私が見た未来「完全版」<내가 본 미래> 완전판 속 설명 이미지 (노란 점선은 용의 형상을 말한다.)


난카이 해구 남쪽에 위치한 필리핀해가 밑에서부터 '펑'하고 솟아오르자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며 주변 국가로 퍼져갔습니다. 거대한 해일이 태평양과 면해 있는 일본열도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을 집어삼켰습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두 마리 용이 진원지를 향해가는 영상도 보였습니다.


일본의 남쪽, 대만의 서쪽, 인도네시아 모로타이섬의 북쪽 북마리아나제도의 서쪽으로 선을 그었을 때 겹치는 부분이 진원지로 보입니다. 또한, 진원지의 동쪽에 위치한 날짜변경선 부근과 하와이제도가 걸쳐 있는 해저에서 두 마리 용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2011년 당시의 영상을 다시 찾아봤다. 인터넷에 남겨진, 오래된 뉴스 클립들. 마을을 삼키는 파도, 방파제를 넘는 검은 물살, 건물 옥상으로 피신한 사람들, 길을 따라 떠밀리는 차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에야, 묘하게 늦은 공포가 밀려왔다.


20240927171309.png 出典: 私が見た未来「完全版」타츠키 료 작가의 꿈 일기 내용 (꿈을 꾼 날짜가 적혀있다.)


타츠키 료는 자신의 꿈이 맞았다는 사실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끊임없이 조심스럽다. 오히려 예언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에 자책하는 듯 했다. 이것이 누군가를 향한 예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쓰인 이야기라는 점이 느껴졌다. 책에는 실제로 그가 꾼 꿈과, 그 꿈이 맞아떨어졌던 경험, 그리고 재해 이후 자신이 겪은 감정들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그를 믿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음모론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언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사실이 되었을 때만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 되어버린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무력하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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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너무 작고, 너무 쉽게 휘청인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날의 물살이 어떤 삶을 지워버렸는지를. 또, 그 재난이 단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산불이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강풍을 타고 마을을 덮치고, 집을 태우고, 사람들을 대피시켰던 뉴스 영상들이 며칠씩 메인 화면을 차지했다. 재난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기억은 늘 그 뒤에 남는다. 계절이 바뀌어도 그 감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내가 본 미래』는 무섭기보다 슬프고, 슬프기보다 조용하고, 조용하기에 오래 남는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2011년의 영상을 다시 봤고, 뒤늦게 찾아온 감정 속에서 이 책이 예언서가 아니라 기억에 대한 책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현재에 머물고 있는 이야기. 잊지 않기 위해, 다시 돌아보는 사람들을 위한 기록. 작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방비하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알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길 바라며 글을 썼다.


예언이 사실이 될지가 중요하지 않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모두가 그러길 바랄 것이다.


그저,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혹시 또 닥친다 해도, 그 속에서 모두가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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