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by 꼬당

해고를 당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아마 대표와의 성격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마음고생이 많았다. 내 자신을 돌볼 여유도, 주변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사라지면서 식사시간, 기상시간, 취침시간 등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퇴사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뒤따랐다. 이것들만 해결되면 다음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엉망이 된 삶 속에서 다시 규칙을 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간만에 시간도 많이 생겼겠다, 그동안 내 몸과 내 생각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나에게 바로세울 계기가 필요했다. 꼭 마음의 병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야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다. 병원 내부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깔끔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의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접수를 맡은 간호사분들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응대해주었다.




처음에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약 30분 정도 걸렸고, 검사 결과 우울지수, 불안지수, 스트레스 척도가 매우 높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셨다. 해고된 후, 노동청과 고용노동센터에서 들어주지 않았던 내 말을 의사 선생님은 귀 기울여 들어주셨다. 그 모습에 마음이 풀렸는지 어느 순간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싶은 내용까지 술술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얘기를 들어주는 의사 선생님은 바쁘게 타자를 두드리시며 "좋습니다", "네, 네"라고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 감정 상태가 해고로 인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우울, 불안,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니 일주일동안 자기 전에 복용하라며 약을 처방해주셨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참 쉽지 않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사 선생님께는 직업적인 배경 덕분인지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후련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매일 밤 편안하게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정신적인 문제나 마음의 병뿐만 아니라 나를 알고 싶고 돌보고 싶을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