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도덕경』

가장 짧고도 가장 깊은 말

by 영백

『도덕경』을 처음 펼쳤을 때, 단 열두 글자로 시작하는 문장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모순처럼 보입니다.

말할 수 없다면서 왜 이렇게 말로 남겼을까?

아마도 노자는, 도라는 것은 언어로 규정되는 순간

이미 본래의 의미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설명은 오히려 진실을 가린다는 것.

그래서 『도덕경』을 읽는 경험은

언제나 “알았다”가 아니라 “멈추었다”에 가깝습니다.


노자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을 빼라고 말합니다.

『도덕경』의 구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상선약수(上善若水)”입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다투지 않으며,

스스로의 모양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것도 물을 이기지 못합니다.

단단한 돌조차, 긴 세월 속에서는 물에 깎이고 갈려 사라집니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제 마음도 조금은 유연해집니다.

애써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

때로는 흘러가는 것이 더 강한 길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도덕경』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무위(無爲) 역시 그렇습니다.

흔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로 오해되지만,

사실은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억지로 이기려 들지 않고,

억지로 남보다 앞서가려 하지 않고,

억지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

그러나 바로 그때, 세상은 가장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노자의 지혜는 힘을 빼는 데서 나오는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늘 “더 빨리, 더 크게, 더 많이”를 요구받습니다.

그래서인지 『도덕경』을 읽으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투지 말라,

억지로 하지 말라,

낮은 곳으로 흘러가라.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힘겹게 짊어지고 있는 많은 고통은

결국 ‘억지로 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억지로 성과를 내야 하고, 억지로 웃어야 하고, 억지로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 말입니다.

노자는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하지 않아도 된다. 흘러가도 된다. 물처럼 되어라.”


『도덕경』은 거대한 철학서라기보다, 작은 시집에 가깝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짧지만, 그 속에서 오래 머물게 됩니다.

어떤 날은 한 줄로도 충분합니다.

바쁘게 살다가 지쳐 있을 때,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 하지 않음으로써 이루지 못함이 없다”


라는 문장을 읽으면 마음이 풀립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계획과 욕심이 오히려 길을 막는 것 같으니까요.

책을 덮고 나면, 결국 제 안에 남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너무 애쓰지 말아라. 억지로 붙잡지 말아라. 물처럼 흘러가라.”


『도덕경』은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지식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의 한가운데서 나를 가볍게 해주는 책입니다.

마치 바쁜 하루 끝에 잠시 고요한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느낌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도덕경』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작게 그러나 깊게 살아 있는 것이겠지요.




참고문헌

노자, 『도덕경』, 김학주 옮김, 현암사.

Laozi, Dao De Jing, translated by D.C. Lau, Penguin Classics.

Laozi, Tao Te Ching, translated by Stephen Mitchell, Harper Perenn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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