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순자』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by 영백

맹자가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라고 말했을 때,

순자는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선은 거짓으로 꾸며진 것이다.”


처음 이 말을 읽었을 때, 마음이 조금 서늘해졌습니다.

인간에 대한 가장 냉정한 선언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읽다 보니,

그것은 비관이라기보다 다른 방식의 희망이었습니다.

인간은 욕망을 품고 태어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배움을 통해서만

바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쟁취해야 하는 결과라는 것이지요.


본성은 욕망, 그러나 희망은 배움


순자는 본성이 악하다고 했지만,

그 악은 악의적인 파괴나 잔인함만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곧 욕망과 이기심이었습니다.

음식과 재물을 더 가지려 하고,

분노가 치밀면 상대를 밀어내려 하며,

편안함을 좇아 규율을 거부하려는 마음.

순자는 이 마음을 그대로 두면 혼란이 커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교육과 규율, 제도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법과 예의, 배움과 훈련이 있어야만

인간은 악한 본성을 제어하고

선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태생적으로 결핍되어 있지만,

그 결핍 때문에 성장할 가능성 또한 가진 존재라는 뜻입니다.


오늘의 삶 속에서 읽는 『순자』


이 사상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기적일 수 있고,

때로는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만큼

부끄러운 욕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자의 시선으로 보면, 그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출발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변하려 하는가?”


순자의 사상은 노력과 배움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자기 계발을 말하고,

배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속뜻은 단순한 성취나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나의 본성을 다스리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가장 인간다운 길이

바로 배움이라는 사실을 순자는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차갑지만 따뜻한 목소리


책장을 덮고 나면,

순자의 말이 의외로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선하다고 말하는 것도 희망이지만,

악하다고 단언하면서도

“그러니 끊임없이 배워라”라고

당부하는 말속에도 다른 종류의 희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믿음입니다.

본성은 어쩔 수 없지만,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신뢰.


그래서 『순자』는 오늘의 우리에게 차가운 경고이자 동시에 따뜻한 격려가 됩니다.


“그대로 두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고 단련한다면, 인간은 달라질 수 있다.”




참고문헌

순자, 『순자』, 한국고전번역원.

荀子, Xunzi, translated by Burton Watson, Columbia University Press.

John Knoblock, Xunzi: A Translation and Study of the Complete Works, Stanford University Press.

Benjamin I. Schwartz, The World of Thought in Ancient China, Harva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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