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작은 다짐
자기소개서를 쓰라는 말을 들으면 늘 망설이게 됩니다.
무엇을 써야 나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어디까지가 나이고 무엇이 나를 대표하는지 쉽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력과 경력, 성과를 차분히 나열하면 겉모습은 그럴듯해질지 모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 전해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기소개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지금의 저를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글로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자주 흔들리고, 확신 없이 선택하며, 지나간 일을 오래 곱씹는 편입니다.
돌아보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순간도 많고, 괜히 돌아간 길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삶을 놓지 않고 계속 붙잡아 왔다는 사실만은 부정하지 않고 싶습니다.
저는 빠른 사람이 아닙니다.
남들보다 앞서 가기보다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써온 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조급해질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고, 왜 나는 이만큼밖에 못 가는지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속도가 느리다는 건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걸요.
저는 성공보다 지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려 합니다.
눈에 띄는 결과보다 끝까지 해보려는 태도를 더 오래 붙잡고 싶습니다.
잘 해냈던 날보다 포기하지 않았던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관계 앞에서 늘 조심스러운 사람입니다.
말 한마디가 남길 흔적을 오래 생각하고, 침묵이 필요한 순간을 뒤늦게 배워왔습니다.
때로는 솔직하지 못했고, 때로는 너무 솔직해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경험이 사람을 대하는 나만의 기준을 조금씩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삶을 단정 짓지 않는 법,
누군가의 선택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법,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는 법을 지금도 천천히 익혀가고 있습니다.
완성된 사람이 되기보다는 계속 수정 중인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 자기소개서에는 자랑할 만한 성과도, 눈에 띄는 타이틀도 없습니다.
대신 흔들렸던 순간들, 망설였던 선택들, 그래도 다시 일어나 걸어온 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저를 가장 솔직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저는 더 잘 사는 사람이기보다 덜 후회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보다 지금 가진 것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고 싶습니다.
이 글은 완성된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나를 정리해 본 기록이며,
앞으로의 나를 향한 작은 다짐입니다.
이것이 현재의 저입니다.
그리고 이 자기소개서는 제가 저를 소개하는 가장 솔직한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