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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Aug 20. 2024

개울가  바위위에 앉아서~


개울가 바위위에 앉아서


흐르는 시내물에 발을 담그고


나는 홀로 흘러간 옛시절을


추억해 봅니다.....



동년배 꼬마들과 한데 어울려


안고싸고 딩굴며 뛰놀다


옷 바래고 들어오면


언제나 어머니손에 이끌려


나는 이 개울가에


나오군 하였습니다.....



몸에닿을 찬물이 싫어서


어머니 꾸중에 억지로 옷 벗으면서도


떼질을 쓰며 애를태우던 그 시절이


어제인듯,그제인듯 생생히 떠오릅니다.....



한 팔을 어머니손에 잡혀


옴짝못하고 찬물찜질 당하다가도


어느새 그 손에서 빠져나와


벌거숭이 그대로


개울 저켠너머로 도망치며


그래도 좋아라 소리지르던


그 시절의 나의 유년이었습니다...



자꾸만 멀리로 도망치는 나에게


어머니는 돌아오라 웨치시며


엄한눈길 보내셨지만


그래도 그때 그눈가에 어린


자애의 미소를


어머니는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학교로 가는길,집으로 돌아오던길


언제나 넘어야만했던 그 개울


건너야만 했던 그 징검다리...



개울가 바위위에 앉아서


나는 지금 조용히


못잊을 그 시절을 그려봅니다...



하루공부 끝마치고 돌아오던날


억수로 쏟아부은 비에


그나마 놓았던 징검다리 간데없고


자그마한 개울이


사품치는 강으로 변해버린날....



비바람 맞으며 집으로 돌아올


이 아들이 걱정되시어


강기슭 마중나오신 어머니...



이켠에서 손을 흔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나늘 바라보시다


주저없이 두려움 없이


그 강물에 뛰어드셨습니다.....



무서움에 떠는 저를


꼭 껴안으시고


다시 강 저켠으로 한치,한치


사품치는 강물을 헤가르시다


떠내려오는 나무통에 부디쳐


넘어지시다 겨우 다시


일어서시면서도



물속에서도 물위에서도


저를 부둥켜안은 그 손만은


푸실줄 몰랐습니다.



기슭에 닿을무렵


늦게나마 달려오신 아빠품에


기운잃고 쓰러지시면서도


어머니는 먼저


이 아들을 걱정하셨습니다.....



어린 철부지 가슴에도 저는 그날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러하듯


자식을 위함이라면


물속이 아니라 불속이라도 뛰어들


어머니는 강한 분이시라는것을.....



개울가 바위위에 앉아서


나는 떠내려오는 가랑잎 주어들고


그 잎새 떨어졌을 산골짝 머나먼 저끝


북녘 고향하늘 그리며


그 하늘 우러러


간절히 맘속 기도를 드립니다.....



지금도 동구밖 그 개울가


그 빨래터에서


가난에 찢기고 터갈라진 손으로


아직도 낡은옷 빨고계실


이제는 반백이 다되신 울 어머니


부디 몸성히 계시옵기를...



바라건데 어머니


부디 건강하심은


이 아들이 홀로 낯설은 세상살이


이겨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의지의 샘 입니다.....



개울가 바위위에 앉아서


나는 그려봅니다.


반드시 언젠가는 오고야말


통일의 그날에



그때처럼 지금처럼


개울가 바위위에


어머님 모시고 나란히 앉아


흘러간 그옛날을 추억할


행복의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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