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짖는 소리는 분명 그 등불이 깜빡이는 곳에서 들려왔다. " 음~ 변방
개짖는 소리는 분명 그 등불이 깜빡이는 곳에서 들려왔다.
" 음~ 변방대나 공안초소 같지는 않다. 여기 차 바퀴자국도 화물차 바퀴자리같고... 여기저기 나무 베어낸 자리랑 있는거 봐서는~"
금혁이 아빠가 타이어 자국의 넓이랑 깊이를 가늠해보다가 먼저 발걸음을 떼면서 하는 말이다.
나와 여자애들은 그의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제발 마음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바라며 그쪽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우리일행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개짖는 소리가 점점 더 요란하게 산 골짜기를 울렸다.
가면서 보니 금혁이 아빠의 말처럼 공안초소 같지는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등불이 깜빡이는곳으로 다가갈수록 도로 양 옆으로 크고 작은 통나무 토장( 통나무를 베어서 쌓아놓은것 ) 들이 많아졌기때문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불빛이 새어나오는 그 집도 통나무로 만든 귀틀집이였다.
창문도 노트북 크기만한 창문 두개가 달려있었고 희미한 연기가 피여오르는 굴뚝도 역시 통나무 굴뚝이였다.
한 이십여미터 정도되게 다가가자 밖에 지어놓은 개집에 고정시켜 목줄을 매단 큰 누렁개 두마리가 당장이라도 달려들것처럼 우리를 향해 사납게 짖어대며 절그렁~절그렁 쇠로만든 체인목줄을 끌고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팔뚝만한 나무통을 하나 찾아들었다.
은심이와 은별이도 무서워서 내 등뒤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그렇게 개들이 짖어대는데도 귀틀집 문이 열리지 않는다.
( 뭐야. 저렇게 개들이 정신없이 짖어대는데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니...연기가 나는걸 봐선 분명 안에 사람 있을텐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개들을 향해 나무통을 들어 보이며 위협을 했다.
그러자 개들이 오히려 더 사납게 날뛰며 짖어대는것이다.
" 야~.그거 버려라. 니 그거 들구있으니까. 개들이 자기를 공격하려는줄알고 더 새를쓰지 (난리지.)"
금혁이아빠가 내 행동을 보고 핀잔을 주는 소리다.
그의 얼굴엔 조금도 겁내는 기색이 없다.
" 워~~리, 워~~리 " 하면서 오히려 허리를 낮추고 개들을 달래는 시늉을 하며 그쪽으로 다가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들은 그냥 목이 터져라 짖어댄다.
그순간 집 안쪽 등불이 새어나오던 창가에 검은형체가 두어번 얼씬하더니 인기척과 함께 출입문이 벌컥 열렸다.
" 쎄이~아?" ( 누구요?)
하고 굵직한 목소리로 중국말을 하며 한쪽발을 문턱을 딛고 내다보는 집주인은 덩치가 곰 만한 남자였다.
나는 얼른 손에 들었던 나무 몽둥이를 버렸다.
처음엔 갑자기 출입문이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불빛때문에 눈이 시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몇초지나 찬찬히 보니 50대 후반쯤 되보이는것 같았다.
그는 우리일행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더니 이내 다시 중국말로 물어보는것이였다.
" 니먼...쓰~쎄이아? 나알 라이더아? "
( 당신들은 누구요? 어디서 오는 사람들이요?)
" 저~~~,저~~...저기 저~~~쪽 "
금혁이 아빠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라 손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그한테 뭔가를 이해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집 주인이 하는 말
" 혹시 조선사람들이요? "
" ? ...? "
" 아~~~예,예,예, 조선에서 왔슴다. 야 ~~조선족 분이시구나."
금혁이아빠는 그가 조선족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탄성을 내지르며 대답했다.
" 아니, 그런데 여기는 강도 없구...국경도 수태( 엄청 ) 먼데 이 깊은 산속을 어떻게 왔소."
" 아~~예, 저... 압록강 넘어서 오다가.. 길 잘못 들어서 산속에서 이틀째 헤메다가 불빛보구 찾아왔슴다."
금혁이아빠는 국경을 넘어서 오다가 공안에 쫓기게 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아~그랬소? 음~~압록강이 여기서 어딘데...추우니까 일단 들어오오."
그는 금혁이 아빠와 이야기 하면서도 나랑 내 등뒤에 숨었다가 슬며시 얼굴을 내민 은심이와 은별이를 힐끔 한번 쳐다보더니 문턱에서 내려 안쪽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열려진 출입문 사이로 사람소리인지 노래소리인지 들리는거 봐서는 집안에 다른 사람들이 또 있는것같아 나는 긴장되였다.
하지만 2박3일 꼬박 밖에서 꽁 꽁 언 몸을 녹일수 있고 잘 하면 뭐든 얻어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걸음이 저절로 집안으로 옮겨졌다.
" 들어가자~"
금혁이아빠는 공안이나 국경변방대가 아니니 마음 놓인다는듯 머리며 몸에 묻은 눈을 툭~툭 털며 편안한 표정으로 일행을 재촉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문턱 넘어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밥 냄새랑 처음 맡아보는 고소한 음식냄새가 며칠동안 주린 창자를 사정없이 빡~빡 긁어댄다.
밖에서 볼땐 꽤 커보였는데 정작 들어가보니 큰 쇠가마 두개와 가운데 작은 쇠가마 하나가 걸려있는 부엌만 조금 커서 우리 네사람 들어서도 될만큼 넓고 잠자는 온돌은 성인 3~4명이 누우면 적당할 정도로 작아보였다.
가구는 없고 통나무를 반 쪼개서 만든 선반위에 이불 한,두채 개여 올려져 있었고 그 옆에 놓인 작은 앉은뱅이 탁자위에 자동차 배터리 두개와 안테나를 길게 뽑아놓은 CD플레이어가 보였다.
밖에서 들렸던 사람소리랑 노래소리는 바로 그 CD플레이어에 달린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 신발 벗구 올라오오, 와~~압록강이믄 한 오십공리도 더 될텐데...거기서부터 여기까지 계속 밖에서 있었단 말이오?추운데 고생들 많았겠소."
라디오를 끄고 통나무 벽에 못을 박아 걸어둔 두꺼운 외투같은 옷들을 걷어내어 한쪽에 쌓아 놓으며 부엌에 일행이 모두 들어서자 집주인이 말했다.
밝은 등불 아래서 그의 얼굴을 보니 소름 돋을정도로 험상궂게 생겼다.
왼쪽 귀밑에서부터 얼굴 아래쪽을 지나 입 꼬리까지 깊고 긴 흉터도 나있었다.
그런 그의 첫 인상때문에 더욱더 위압감이 들어서 누구도 선뜻 구들에 올라서질 못했던것이다.
거인같은 체구에 얼굴도 너무 험상궂어 마주 쳐다보기조차 두려웠다.
나는 태어나 그렇게 흉한 얼굴은 처음 본것같았다.
하지만 밖에서 고생한 우리일행에 대한 걱정도 해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말에 다소 마음을 놓고 우린 금혁이 아빠부터 며칠동안이나 꼭,꼭 묶었던 신발끈을 한사람씩 풀고 온돌방에 올라갔다.
부엌 공간이 좁아서 다 같이 허리를 숙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손도 얼었고 신발끈도 얼어있어서 푸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맨 나중에 내가 신발끈을 풀고 올라가는데 머리를 들어 잠깐 올려다 보니 집주인은 은심이와 은별이가 방안에 올라서자 이상한 눈빛으로 여자애들을 흘겨보는것이였다.
" 불을 많이 때서 바닦이 따땃하오. 앉아서 몸 좀 녹이오.그런데 밖에서 이틀이나 헤멨으면 배고프재오?"
그는 며칠동안 굶으며 눈길을 헤쳐온 초라한 우리들의 몰골을 보며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 아~~예, 그러재도 배고파 죽을것 같습니다."
금혁이 아빠도 그제서야 출발해서 처음으로 일행들 앞에서 힘들고 지친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 하~아, 그런데 어찌오, 내 이자 금방 밥 해서 먹구 남은 밥이랑 국이랑 먹던 반찬이랑 한데 섞어서 개들을 줬는데... 쪼꼼 따뜻한데서 몸 좀 녹이고 있소. 내 인차(금방) 밥해서 주겠소. 불이 아직 살아 있어서 인차 되오."
집주인은 험한 얼굴에 비해 마음은 착해 보이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릇가지들을 얹어놓은 찬장 옆에 휘발유 드럼통같은것을 절반 잘라놓은 통 안에서 반쯤 남은 쌀 자루를 꺼내들고 부엌으로 내려서는것이다.
그리고는 찬장위에 양철 소랭이를 내리더니 쌀을 자루안에 있던 공기그릇으로 네공기 퍼서 담고 아궁이 한쪽끝에 놓여있던 50리터 초록색 플라스틱통안에서 물을 퍼 붓는것이다.
그리고는 큰 쇠가마 한쪽 뚜껑을 열어 뜨거운 김이 나는 물을 한바가지 퍼서 섞은다음 쌀을 씻기 시작했다.
" 조선 어디서 왔소? "
쌀을 씻으며 그가 물어보는 말이다.
" 아~예, 혜산에서 왔습니다. 혜산시..혹시 들어봤습니까?"
" 많이 들어봤지..여기 개인들이 심는 인삼밭이 있는데 이제 눈이 녹구 날이 따땃해 지믄 조선 사람들이 가끔씩 와서 일도하고 공자( 월급)도 받아가오. 요 아래 마을에 내려가믄 조선에서 넘어와서 시집온 여자도 있소. 먹는거랑 입는걱정 없이 잘 사오. 농사 지으면서."
그러면서 그는 여기가 중국 화룡현에 속해있으며 압록강보다 두만강이 가깝다고 했다.
자기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기 벌목장을 지키고 관리하며 월급받고 산에서 산지 4년째라고 한다.
가족은 형님 한명 있고 부모님들은 일찍 돌아가셨으며 결혼은 하지않은 노총각이랜다.
나는 금혁이아빠와 그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속으로 저렇게 얼굴이 사나운 맹수마냥 험하게 생겼는데 어떤 여자가 시집오겠다고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동안 얼었던 몸이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몇분지나 녹기 시작하니 온 몸이 나른해지며 땅으로 잦아드는것만 같았다.
마주앉은 여자애들을 보니 걔네는 벌써 서로 어께를 기대고 비스듬히 앉아 눈을 감고 졸고있었다.
나도 배고픈건 둘째치고 다문 한시간 만이라도 자고 싶었다.
집주인과 이야기하는 금혁이아빠의 목소리도 지쳐 점 점 갈라져 그렁그렁한 말소리가 나왔다.
가마에 쌀을 앉히고난 집주인은 쇠가마 뚜껑을 닫으며 우리일행을 올려다 보더니...
" 밥이 될 동안 거기 따뜻한데 누워서 한잠씩 자오. 거기 이불이랑 베개 내려서 베구."
그러자 은심이랑 은별이는 기다렸다는듯이 한쪽으로 다리를 쪼그리고 누웠다.
그러는 그들을 보며 부랴,부랴 올라온 집주인은 통나무 선반에서 베개랑 이불을 내려주며 말했다.
" 에구, 옷이랑 벗구 이 거랑 베고 눕소. 이쪽은 몇살이오? "
그가 눈짓으로 은심이를 보며 묻는 말이다.
" 스물다섯살입니다."
" 어리구만. 곱기두 하구...잘 왔소. 여기 시집와서 살면 먹는걱정이랑 안하지. 조선에서 살자면 배고프재오. 사람이 우선 배고프지 말아야지..흐흐."
그는 솜옷을 벗어 개어 베고 누우려는 은심이를 보며 마치 우리가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것처럼 말했다.
" 다들 누워서 한잠씩 자오. 불을 꺼줄테니까. 여기 산속이라 전기 안들어오오. 마을까지 가서 바테리를 충전 해다가 불을 보는데 원래는 내혼자 밥 먹구는 인차 끄오. 빨리 방전되서."
그는 귀틀집 뒤로 차길따라 걸어서 조금 올라가면 트랙터를 세워둔 차고가 있는데 여름엔 그 트랙터를 산에서 베어낸 통나무를 끌어내는 용도로 쓰고 겨울엔 오늘같이 눈이 많이 오는 날엔 앞에 삽날을 달고 차길의 눈도 쳐내고 마을에 식품이나 일용품 같은 물건사려 내려갔다 올라올때에도 눈이 깊어 트랙터를 타고 오고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냉장고가 없으니 돼지고기를 사다가 그 차고안에 매달아 놓은것이 있는데 그걸 가져다가 고기국을 끓여 준다는것이다.
금혁이 아빠랑 나는 그의 그런 배려에 연신 머리를 숙여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는 손을 홰~홰 내 저으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고 도와주는게 도리라며 고마울게 없다고 한다.
차고에 올라갔다올동안 한잠씩 자라며 구들장 구석에 무져놓았던 양털외투를 찾아서 걸치더니 부엌찬장 뒤에서 후레쉬를 찾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밖에 눈이 많이 내려 모자를 쓰고 갔다와야겠다며 벽에 걸린 겨울모자를 벗겨 쓰더니 우리보구 빨리 누우랜다.
혹시 모르니 전등불을 끄고 갔다온다는것이다.
은심이와 은별이는 선반쪽에 눕고 그옆에 나, 창문밑에 금혁이 아빠가 누웠는데 여자애들이랑 나란히 눕는게 어색해서 V자로 둘씩 붙어누워 발만 부엌쪽으로 향하게 누웠다.
일행이 모두 자리에 눕자 집주인은 출입문옆의 전등 스위치를 딸~깍 하고 내렸다.
깜깜한 어둠속에 부엌쪽 아궁이에서 이글거리는 장작불 불빛만이 집안에 어른거렸다.
밖에는 집주인이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멀어져가는 발자국 소리와 가끔씩 산짐승 소리에 반응해 컹~컹 하고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등허리가 따뜻해지니 온몸이 온돌장밑으로 빨려들어가는듯 하고 눈을 감으니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빙글빙글 도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앞에 생글~생글 웃는 준영이의 얼굴이 환상처럼 떠올려졌다.
까무잡잡하고 굶주림에 야위여 광대뼈마저 볼록하니 튀어나온 얼굴에 장난끼 한창일때인 어린 나이에 철도 들기전 앓는 엄마와 누이동생의 생계를 짊어져야만 했던 불쌍한 준영이...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석탄짐을 메고 철길을 따라 오르내리고 해질무렵까지 시장 마당 입구에서 매일같이 석탄을 팔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이제겨우 17살밖에 안된 그 어린것을 여기 타국땅 어딘지도 모를 저 산너머 어딘가에 홀로 두고 떠나온것이 가슴저미도록 미여져온다.
아마 지금 옆에 누워있는 금혁이 아빠와 은심이,은별이도 기운이 없어 말은 못해도 불과 몇시간전까지만해도 사선을 함께해온 나어린 준영이의 죽음을 떠올리고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