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등불 2,

by 영남 조


성냥갑안에 들어찬 성냥개비들 마냥 빼곡히 들어선 50여명의 사람들을 적재함에 싣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몇시간째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있는 [동방호]트럭(중국산 화물트럭) 적재함 위에 나랑,은심이 은별이 그리고 준영이까지 네명이 함께 타고있다.

삼지연군 무봉노동자구에 위치한 백두산청년들쭉(블루베리)밭에 들쭉 따려 가는것이다.

지금의 한국에서 볼수있는 블루베리와 생김새는 거의 비슷하나 들쭉은 좀더 작고 더 달고 맛도 어떻게 표현해야 되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루베리보다는 훨씬 더 맛있다.

아마 백두산일대에서만 자라는 자연산 열매라 그럴지도 모른다.

해마다 7~8월, 들쭉철이 되면 양강도에서는 도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동원해 삼지연군,대홍단군,백암군의 드 넓은 백두원시림에 풀어놓고 8월말쯤 서리가 내려 더이상 열매 채취가 불가능할때까지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혜산시와 삼지연군에 있는 들쭉가공장에 가져다가 들쭉술,들쭉단묵(젤리)과 같은 식료품들을 만들어 낸다.

그 외 개인들이나 직장 등에서 개별적으로 단체를 지어 산속에 움막을 짓고 살면서 들쭉을 채취하여 그자리에서 수매를 한다음 돈이나 쌀, 설탕같은 식료품을 바꾸기도 한다.

혜산 역전 주변에서 역 보위대원들이나 역무원들의 눈을피해가며 석탄을 매일 주워 팔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나와 준영이는 우리 외삼촌 친구분인 도체육단 지도원(감독)이 차를 세내어 삼지연에 들쭉뜯으려 갈 사람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한테 알려주어서 나도 일행을 데리고 나섰던것이다.

차가 어느덧 보천군과 삼지연군 읍내를 지나 무봉땅에 들어섰다.

길 양쪽으로 울창한 이깔나무 수림이 거의 백km를 달려오느라 뽀얗게 흙먼지를 뒤집어쓴 일행을 반겨맞았다.

무봉마을을 한 5리정도 앞에두고 오른쪽에 나있는 숲속길로 꺽어든 트럭은 차위에 타고있는 수십명 일행들이 그제야 지겹다는듯 당장이라도 쏟아낼듯 이리저리 기우뚱, 기우뚱 거리며 산속길을 힘겹게 들어간다.

그럴때마다 차 적재함 위에서는 " 아이쿠~악..아이쿠 " 하는 단말마적인 비명소리들이 조용한 수림속을 메아리친다.

굽이 굽이 한 4~5km정도 들어가니 벌판의 벼밭처럼 네모 반듯,반듯하게 조성해놓은 들쭉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앞쪽 산봉우리 밑에서는 어디엔가에서 먼저 온 사람들이 지어놓은 움막들이 옹기종기 보이고 꽤 넓고 큰 강물도 그 앞쪽으로 흐른다.

우리가 탄 트럭도 그 강물위에 놓은 통나무다리를 조심스레 건너 키 낮은 매젖나무, 들쭉나무들만 있고 사방이 탁 트인 공터에서 드디어 멈춰섰다.

몇시간동안 시루안의 콩나물처럼 허리,다리를 꼬부리고 빼곡히 들어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우루루~내리기 시작했다.

나와 준영이랑 은심이네도 자기배낭들이랑 짐을 찾아들고 차에서 내려 머리며 옷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운전석에서 내린 도체육단 지도원은 트럭 양쪽으로 흩어진 사람들을 모두 모이라고 하더니 이틀후에 들쭉 용기와 식량, 그리고 수매받을 현금을 가지고 들어올터이니 그때 보자고하며 곧바로 차를 되돌려 가버렸다.

트럭이 우리를 태우고 오던길을 되돌아 숲속길로 멀리 사라져버리자 그제야 사람들은 가족,지인,친구 등 함께 온 무리들끼리 흩어져 움막을 지을 자리를 찾아 나섰다.

" 남들이 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전에 우리도 빨리 자리를 찾자."

나는 일행의 인솔자답게 주위를 빙~둘러보며 말했다.

" 경호동지, 저쪽 해빛이 잘 비추는곳이 어떻습니까?"

눈썰미가 빠른 은심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먼저 주변을 스캔하고 손으로 가리키는곳을 보니 정오때가 다되오는 무렵이여서 해가 중천에 떠 있기는하지만 유난히 볓이 잘 들어오는 곳이 보였다.

나는 얼른 일행과 함께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테두리를 쳐놓은듯 둘레엔 잡관목과 들쭉나무보다는 좀 더 키가 큰 매젖나무들이 둘러쌓여있고 가운데만 휑~하게 공터가 나있는것이다.

꽤 좋아보이는 자린데 먼저 온 사람들이 그냥 둔게 이상해서 가까이 다가가는데 이~크,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공동화장실이나 개별화장실이 없으니 병풍처럼 둘러막힌 그 공간을 사람들이 용변보는 공간으로 남겨두고 사용했던것이다.

" 에익~퉤," 인기척에 놀란 똥파리떼가 우~웅 소리내며 날아오르는걸 보며 나는 가래침을 뱉어버리고 얼른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여자애들과 준영이도 기겁을하며 달음박질하듯 내 뒤를 쫓아왔다.

그곳에서 한참을 벗어나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딱히 맘에드는 장소가 없다.

하는수없이 강 건너편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쪽에도 이미 우리와 함께 차를 타고 온 사람들 무리가 자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우리도 제각기 흩어져서 움막지을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 악~~악, 이거 놔! 놓으라구." 하는 비명인지 고함 소리가 들린다.

은심이의 목소리다.

놀란 나는 얼른 그쪽으로 뛰어갔다.

큰 아름드리 이깔나무 뒷쪽이였는데 허겁지겁 뛰어가보니 아니 이런...

굵기가 내 팔목만하고 1미터도 넘게 긴 살모사 한마리가 은심이의 팔을 물고 있는것이다.

은심이는 그 뱀을 떨쳐내려고 물린 팔을 휘젓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몸부림 치고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은심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소리 질렀다.

" 경호동지, 이~~거...아~~이...이놈 좀..떼어내..악~"

나는 얼른 긴 회초리 하나를 꺽어들었다.

" 은심아, 잠깐만 우..움직이지 말고 있어라."

그리고는 기회를 보다가 그놈의 몸통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손에 든 회초리로 허공을 가르며 " 휘~익, 휘~익 " 소리나게 몇번을 내리치자 그제야 그 놈의 살모사가 땅에 떨어졌다.

나는 혹시몰라 그 놈의 머리쪽을 몇번 더 힘껏 내리쳐서 죽게 만들고서야 물린 팔을 잡고 몇걸음 뒤로 물러나 땅에 주저앉아있는 은심이한테로 다가가서 무릎을 끓고앉아 그의 팔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물었다.

" 어디보자, ~ 깊이 물렸어? 많이 아파? "

은심이는 고통스러운지 그때까지도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 으~음...아..악!" 하고 비명을 지른다.

나는 일단 뱀독이 몸속으로 더 깊이 퍼지기전에 빼내야 했음으로 물린 팔을 내 신발끈을 풀어 이발자국이 난 아래,위쪽을 꽉 조여맸다.

그리고는 허리춤에서 차고다니던 손칼을 떼내어 그가 입고있던 츄리닝을 물린 부위만큼 도려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내 오른쪽 허벅지에 참을수 없을만큼 고통이 느껴진다.

나는 받쳐들고있던 은심이의 팔을 홱~내던지며 " 악~ "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화들짝 놀라 뒤돌아 보면서 일어서려는데 머리에도 뭔가 쿵~부딫힌다.

" 아이쿠~~" 하면서 올려다보는데 순간 갑자기 하늘이 온통 새까맣다.

아니, 주변이 통째로 암흑천지다.

( 어~~~엉? 뭐야?~)

갑자기 앞에있던 은심이도 사라져 안보이고 한치앞도 볼수없을정도로 어둡다.

본능적으로 손을 허우적 거리는데 뭔가 시커먼 괴물같은 형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아~하...

나는 그제야 꿈을 꾸다가 깬것을 알았다.

하지만, 하지만 허벅지에 통증은 실제로 느껴졌다.

" 에~~~익, 개...썅~"

그 검은 형체는 욕인지 입으로 튀어나온 혼자말을 중얼거리며 벽체를 더듬어 집고 내가 누워있던 머리쪽으로 두어걸음 지나가더니 이내 부엌으로 쿵~하고 내려선다.

방금전 꿈속에서가 아니라 그가 헛발질로 내 머리를 밟으며 지나간것이다.

" 에~~재수없다. 개간나~~"

그는 계속 혼자 악을 쓰며 욕을 내 뱉더니 신발을 찾아신고는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씽~나가버리는것이다.

나는 머리며 허벅지 통증때문에 그제야 " 음~~" 하고 참았던 신음소리를 냈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도대체 뭔일이 일어난건지 알수가 없다.

출입문이 " 쾅~" 닫기고 그 검은 형체가 침을 " 퉤,~ 퉤," 뱉으며 알아듣지 못할 중국말로 혼자 욕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집주인이였다는것을 깨달았다.

그가 사라지는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그제야 내 바로 옆에 누웠던 금혁이 아빠가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는것같았다.

그리고는 그도 역시 좀전에 집주인처럼 벽을 더듬으며 일어서더니 출입문쪽으로 다가가 전등 스위치를 딸~칵 켰다.

그리자 좁은 집안이 환해졌다.

덜 깬 잠을 쫓느라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보는데 순간 다 익은 밥 냄새가 코를 타고 들어와 내 창자를 사정없이 훑는다.

저도 모르게 김이 몰~몰 나는 밥가마쪽으로 눈길이 간다.

그런데 " 흑~흐..윽..꺼~억...흑"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은심이가 구석쪽 통나무 선반에 등을 기대어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 풀어진 머리를 박고 울고 있는것이아닌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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