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충격을 먹은 점은. 대학교에서 낙제로 제적을 당하면 스위스 어떤 다른 대학에서도 다시 같은 전공으로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취리히에서 자연계열 전공을 하다가 점수 부족으로 제적을 당했다 치자. 그러면 베른, 바젤이나 제네바 소재의 대학에서 자연계열로 다시 입학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제명당하는데 기한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영구제명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대학교 때 우울증이나 번아웃 같은 게 와서 학사경고 먹는 건 은근히 자주 볼 수 있는 케이스다. 특히나 첫 번째 포스팅에서 서술한 것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에 관련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자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 전공에 아직도 미련이 있다면 탈 스위스를 해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아니면 그나마 살릴 수 있는 학점으로 다른 전공으로 재입학을 한다거나 (온전한 편입의 혜택은 못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학교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정부에서 학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자금을 대주면 같은 전공은 다시 돈을 대줄 수 없다 조건을 달면 이해라도 하겠다. 스위스는 자본주의 끝판왕 아닌가. 대학이 교육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입장에서 왜 지들끼리 담합을 해서 제명을 하는 건지. 어차피 제적당한 입장에선 더러워서라도 다시 쳐다보지도 않을 테지만, 평생 ban을 당하는 거랑 내 의지로 안 하는 거랑은 큰 차이가 아닐까?
아 그리고 서방권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부모가 최대 자녀가 성인 25세가 될 때까지 교육비 밑 제정적 부담을 법적으로 해야 하는 곳이 스위스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