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AI, 대화의 온도에 대하여
우리 부부가 자동차 수리에 대해 이야기하던 날이었다.
자동차와 관련해선 사고처리, 부품, 공정, 수리시기.. 그 어떤 것도 나한테 자연스럽고 익숙한 단어는 없다.
하지만 그날은 어쩌다 보니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고,
결국 내가 엉뚱한 말을 했나 보다.
여보가 순간 짜증을 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이제부터 당신이 다 알아서 해~!"
나는 속으로 되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엉뚱한 말을 할 때의 어른들 반응이 떠올랐다.
처음엔 웃으며 받아주다가도 비슷한 말이 반복되면 금세 짜증이 섞인다.
엉뚱한 말 한마디에는
‘왜 몰라?’라는 말로 드러난 기대와
‘이건 알고 있어야지’라는 내면의 판단이 엉켜 있다.
‘왜 몰라?’라는 말은
그 사람이 이 정도는 알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그 기대가 어긋날 때, 우리는 실망하고
그 실망이 짜증이라는 감정으로 튀어나온다.
‘이건 기본이지’라고 여기는 순간,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내 기준이 먼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감정은 더 빠르게, 더 거칠게 반응한다.
반면, AI와 대화할 때는 그런 일이 없다.
엉뚱한 말을 해도
실망도, 판단도, 감정도 없다.
여러 번의 반복 질문에도 한숨 혹은 짜증스러운 말투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가끔은 사람보다 AI와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다고 느낀다.
적어도 감정의 소모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 ‘감정’이 있기에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더 복잡하고,
그래서 더 깊고 따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우리가 AI와의 대화보다
사람 간의 소통에 더 가치를 두는 그 이유.
'감정교류'
엉뚱한 말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실망하거나 틀렸다고 단정 짓기보다,
그 다름 앞에서 잠시 멈춰 웃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이 엉뚱한 이야기를 꺼낼 때
그 안에 숨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놓치지 않고 싶다.
아이들의 그 엉뚱함 조차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할수록,
오히려 그 마음을 더 오래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걸 또 한 번 깨닫는다
누구의 말에든 언제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똑똑한 AI보다는,
감정을 교류할 줄 아는 진짜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