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자식은 부모 품에서 자라며, 자신이 가진 마음의 항아리에 부모가 주는 사랑을 담는다. 때론 어떠한 이유로 부족하게 채워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넘치도록 채워진 사랑을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건네준다.
하지만 한없이 많은 사랑을 주며 자녀의 항아리가 그득그득 차도록 최선을 다하면서도, 부모는 그 사랑이 부족한 것만 같아 늘 미안해한다. 모두가 부모는 처음이라 서툴지만, 자신만 서툴러서 남들처럼 못해주는 것 같아 마음 아파한다.
내 엄마도 당신이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딸들에게 주면서도, 늘 미안해했다. 내 기억 속 따스함으로 남은 어릴 적 그날에도.
성인이 된 나는 마트에 가서 잘 포장된 노란 바나나를 볼 때면, 이따금 어릴 적 엄마와의 기억이 떠올랐다. 맛있게 바나나를 먹는 어린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힘든 기색도 없이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함께 걸으시던 엄마의 모습이 머릿속에 펼쳐지고는 했다.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는 버스도 다니지 않고 구멍가게조차 없던 시골마을이었다. 그래서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부모님은 읍내에 가서 필요한 물건과 딸들을 먹일 찬거리 사 오셨다. 그리고 부모님이 읍내에 나가실 때면, 볼거리가 많은 시장을 구경하러 딸들도 따라나섰다.
하지만 자식이 한둘이 아니었던 터라 딸들 모두를 데리고 시장에 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언니들은 순서를 정해놓고 가거나,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 몰래 부모님을 따라 나와 데려가 달라고 떼쓰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언니들과는 달랐다.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아빠 엄만 시장에 갈 때마다 나를 데려가 주셨다.
내 기억 속 그날은 아빠도 언니들도 없이 엄마와 단둘이 시장에 갔던 날이었다. 매번 와도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에서, 엄마를 따라다니며 한참 동안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시장 끝자락에 있는 좌판에 가득 놓인 샛노랗고 길쭉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시장을 많이 왔어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장사꾼 아저씨가 “바나나요, 맛 좋은 바나나가 왔어요!” 하는 소리에 그게 바나나라는 과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홀린 듯 처음 보는 바나나 앞으로 가 넋을 놓은 채 탐스러운 바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다가와 내 손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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