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쉽고도 어려운 말, 평범하지만 특별한 말

by 가을햇살

"사랑해"라는 한 단어. 어느 땐 너무 평범한 것 같아 다른 단어를 찾으려 해도 그걸 대신할 단어를 찾는 건 쉽지가 않다. 또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낌없이 표현하려고 해도 막상 말하려 하면 쉽지 않은 게 "사랑해."라는 말인 것 같다.


짧지만 마음을 표현하기에 강력한 단어, 사랑해. 이 한 단어가 얼마나 큰 울림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난 한동안 그 단어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걸 딸로 인해 알았다.


어느 날 밤, 잘 준비를 마치고 딸아이와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 근데 엄마는 왜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 안 해? 아빠는 맨날맨날 사랑한다고 하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아이에게 매일 해주지 않았었나?'

순간, 짧은 물음이 머릿속을 스치며 내가 한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도 우리 딸 무지 사랑하지! 근데, 엄마가 표현하는 거로는 부족한 거야?"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며 자, 딸은 많이 표현해 줘서 엄마 맘을 알긴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매일 듣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그때, 딸의 모습 속에서 내 어린 시절이 보였다. 늘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내 모습이.

내가 어릴 적 나의 엄마도 날 보며 많이 웃고, 안아주고, 많이 표현해 줬지만 나도 엄마한테 매일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나도 엄마가 되면 사랑한다는 말을 내 아이에게 많이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나는 그 마음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딸이 내게 그 마음을 일깨워 준 그날부터 매일 밤이면 나는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사랑한다고 말한 후 잠자리에 들려던 때였다.


'내가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게 언제였지?"

문득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게 언제였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엄마 생신 때는 말했는지, 작년 어버이날엔 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자식들만 바라보고 사시는 엄마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내 마음을 전한 건 너무 오래전의 일이었다.


'치... 머 그리 어렵다고 그 말 한마디를 안 했냐....'

스스로를 꾸짖으며 내일은 엄마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와 통화를 했다. 난 엄마와 거의 매일 통화를 한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시시콜콜한 대화로 엄마와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였을까? 평범했던 대화에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너무 간지럽게 느껴졌다.


사실 엄마께 사랑한다 말하겠다고 결심한 건 딸이랑 했던 대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마음껏 표현하지 못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해서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나 역시 떠나보낸 아빠께 사랑한단 말을 해주지 못한 게 후회되기도 하고. 그래서 엄마껜 많이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엄마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난, 엄마한테 그 말을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내일은 말할 수 있을까? 딸에겐 그리 쉽게 나오던 사랑한다는 말이, 왜 엄마한테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

젊을 땐 그리도 강해보이시더니, 홀로 자식들 먹여 살리려 악착같이 버티시더니 이젠 너무 약해진 엄마.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엄마께 전하지 못한 말을 혼자 되뇐다.


'엄마, 사랑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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