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8

사랑이란 걸 알겠어

by 유진

주환은 조회가 끝나자마자 방송실로 향했다. 1교시에 방송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후배들이 잘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 차 간 것이었다. 주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후배들은 1교시 방송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상태였다.


"잘했네."

"감사합니다!"


주환이 방송실을 나와 여유롭게 복도를 걷던 중, 반에 홀로 서 있는 혜유를 발견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환은 혜유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혜유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곤 머지않아 혜유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우는 것 같았다.


'.. 혜유야.'


주환이 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혜유는 이제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주환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리를 벗어났다.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혜유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혼란스러웠다.




아침에 정문에서 연정을 기다리고 있던 승현이 연정을 보자마자 다가갔다.


"내가 다 말했어."

".. 뭘?"

"너 신혜유 과거 알고 있잖아."


승현의 말에 연정의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거 다 말했다고. 신혜유 되게 충격 먹은 것 같더라? 하긴, 걔 내가 버린 뒤로 엄청 힘들어했었거든."

"나한테 말해서 뭐 어쩌자고."

"그냥 그렇다고."


승현은 연정에게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듯이 자리를 떠났다. 연정의 두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교실문을 열자 혜유가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 혜유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흩날렸다.

연정은 마른침을 삼키고 조심스레 혜유의 곁으로 다가갔다.


"혜유야."

"..."

"미안해."


혜유는 연정을 바라보지 않고 계속 창문만 바라보며 답했다.


".. 너 정말 내 과거 알았어? 그래서 그때 이승현이 나한테 말 거는 거 봐도 누구냐고 묻지 않았고?"

"..."

"알았으면 티라도 내지 말지, 왜 내고 다녔어? 정말 내 과거 안다면 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 알잖아."

"티 안 내려고 했어. 그냥.."

"그냥 뭐?"

"항상 괜찮은 척하는 네가 적어도 나한테 만큼은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 과거도 다 들은 거야."

"누가 내 과거를 알려줬는데?"

".. 혜선이 언니가."


연정의 말에 혜유가 천천히 연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있었다.


'아, 이래서 나를 쳐다보지 않았구나. 운 걸 들킬까 봐.'


"연정아."

"응.."

"우리 친구 맞지..?"

"지금은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네가 나랑 친구 해줘서 고마웠어."


연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고마워, 사랑이란 걸 알려줘서. 이제 알겠어, 사랑이란 걸."


혜유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혜유야, 고마워. 고마워.."


연정의 두 눈시울도 붉어지기 시작했다. 혜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을 안고 울기 시작했다. 연정도 혜유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사랑, 어쩌면 일찍 깨우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늦게 깨우쳐도 사랑이란 걸 아는 게 중요한 거다. 그 사랑을 알려준 사람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품으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받은 사랑을 또 누군가에게 전해줘야 한다.

사랑은 돌고 도니까.




"쳇, 어이없어.."


승현이 툴툴대며 혜유와 연정을 슬쩍 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혜유를 버리고 만난 여자애가 누구인지 말해주려 했지만 영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 진짜. 맨날 나만 손해야."


승현은 결국 끝끝내 아무에게도 자신의 전 여자친구에 대해 얘기하지 못했다. 어쩌면 혜유에 대한 마지막 미안함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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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