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7

눈물

by 유진

연정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혜유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고작 '안녕'이라는 그 짧은 말이 혜유는 그토록 듣고 싶었던 것처럼.

혜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정만 바라보자 연정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오랜만이다, 혜유야. 내가 먼저 이렇게 안부 물어봐줬어야 하는 건데. 미안해."

"..."

"이제 네가 나하고 친구 안 해줘도, 나를 용서 안 해줘도 나는 할 말이 없어. 당연한 거지. 나 같아도 미워할 것 같아."


연정이 말을 마치자마자 둘 사이에는 어색한 정적만이 흘렀다. 연정의 목소리가 조금씩 잠기기 시작했다.


"나.. 이제야 잘못된 걸 느꼈어. 진작에 알았어야 하는 건데. 맨날 후회만 해, 바보 같이.."

".. 네가 뭘 잘못했는데?"

"다. 너랑 같은 반이 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연정의 답을 듣자 혜유는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말을 듣자고 나온 게 아니었다.


"내가 미안해, 혜유야. 용서 같은 건 이제 바라기에 너무 늦어버렸는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용서해 달라고? 그걸 원해?"


연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네가 날 용서해서 우리가 다시 친구로 지낸다면, 너만 아플 거야. 아파도 나만 아파야지. 그게 네가 그동안 아무것도 아닌 나를 네 친구로 대해준 값이니까.. 미안해, 혜유야. 나는 그냥 지금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어. 학교에서 너한테 사과한 건 아무리 봐도 진심으로 전해지지 않을 것만 같아서. 내가.. 내가 정말 미안해. 너무 못되게 굴었어."


연정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혜유와의 추억이 머리에 물 밀듯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여학생들을 만나 것도 혜유가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정은 혜유의 아픈 기억을 알았다. 그 아픈 기억을 알았기에 누구보다 더 잘 챙겨줬어야 했다. 혜선이 괜히 연정에게 혜유의 아픈 기억을 알려줬을 리가 없었다. 가장 가까워 보였던 사람이 연정이었기에 알려줬을 것이다.


연정의 우는 모습을 본 혜유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울음을 참았다. 무슨 말이라도 내뱉으면 당장이라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릴 것만 같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연정의 우는 모습만 쳐다볼 수 있었다.


".. 나 갈게."


혜유는 연정의 모습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음 날, 평소보다 훨씬 일찍 혜유가 교실에 들어가자 승현이 혜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현은 진작에 혜유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왔냐?"


혜유는 말없이 자리로 향했다. 승현이 어떤 말을 해도 혜유는 무시할 생각이었다. 지금 승현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편해지고 싶었다.

혜유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승현은 혜유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혜유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보자 승현은 그 반응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말 무시하길래."

"이거 놔."


혜유가 손을 뿌리치려 하자 승현은 혜유의 손목을 더 강하게 붙잡았다.


"너 김연정이랑 사이 안 좋더라?"

"이거 놓으라고!"

"근데 너 그건 아나 모르겠네. 김연정이 네 과거 아는 것 같은 눈치던데."


승현의 말을 들은 혜유가 순간 멈칫했다.


".. 뭐?"

"아, 몰랐나 봐? 김연정은 아는 눈치더라고. 전에 내가 물었을 때."

"알고.. 있었다고?"


순간 혜유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승현은 그걸 눈치채고 혜유의 손목을 놓았다. 승현이 혜유의 손목을 놓자마자 혜유의 팔이 힘없이 떨어졌다.


"근데 지금 둘이 사이 안 좋은 거 보면.. 김연정이 자칫하다간 네 과거 소문낼 수도 있겠는데? 재밌겠다, 그렇지?"


혜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승현은 피식 웃으며 반을 나갔다.


'연정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게.. 정말 맞을까..?'


햇빛이 들어오는 교실에 혜유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