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2.
3월 1일이 자정을 넘어 2일로 바뀐 지 1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냥 2일로 치고 일기를 쓰기로 했다. 보통, 자정이 넘어도 넘기 전의 날짜로 일기를 썼던 이유는 어차피 매일 쓸 일기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오늘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이제 일기를 매일 쓰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일기를 매일 쓰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들이는 20 – 30분을 다른 곳에 쓰기 위함이다. 처음 브런치에 업로드할 때와 지금을 놓고 비교해보자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작년 11월, 나의 심리 상태는 꽤 안 좋았다. 물론 지금이 대단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러 악재가 10월에 몰린 탓에, 그리고 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많은 생채기가 생겼었던 것 같다. 어딘가에 내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쓸데없는 일상일지라도. 지금 상황은 그때에 비하면 훨씬 안정 적여졌다고 생각한다. 직장에 대한 만족도 같은 것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아무 소속도 없이 붕 떠있는 상태를 면한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별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적어도 앞으로 2 – 3년은 월급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거고, 캐시 플로우가 생긴 만큼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차근히 고민해보며 계획, 공부, 실행해볼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의 주제에 맞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목표에 시간을 들이는 환경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다 적극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환경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고 느껴진다.
최근의 일기들을 돌이켜보면(다시 읽어보진 않았지만) 점차 생활이 단조로워지고 할 얘깃거리가 적어졌다. 기껏 해봐야 틴더, 연애 얘기들이고, 학원 일, 하루 루틴 정도의 것들이다. 큰 사건 같은 것은 없다. 점차 새로운 환경, 일상이 익숙해지고 그만큼 피부에 닿게 느껴지는 바도 적어진다고 느껴진다.
초반에 썼던 일기들에 큰 사건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사랑니 발치, 친구 만나기, 틴더 하기 등 누구나 할 법한 일상의 소재들이 적혀있다. 혹은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일기를 활용한 적도 있었다. 적어도 한 2월 초까지는 일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대학에 다닐 때, 2년 정도 심리 상담을 받았다. 무슨 형식의 상담이었는지, 명칭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 하는 보편적인 타입의 것은 아니었다. 간접조명이 분위기를 내는 어두운 두 평, 세 평 정도의 작은 방 안에서, 선생님은 앉아서 내 얘기를 듣고 나는 앉거나 누워서 이야기를 꺼내는 형식이었다. 물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상담을 매주 하면서 나는 울기도, 웃기도, 한탄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2년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상담이 끝날 즈음이 돼서야 선생님은 조금씩 피드백을 해주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충 메타인지를 하라는 얘기였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기, 바라보기. 주제 파악을 하란 이야기였는데, 약 4년, 5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인제 서야 이해하는 나다.
작년 10월을 보내며 당시 나는 상담했던 그 시간이 그리웠다. 어딘가에 내 속에 있는 이야깃거리를, 쓸데없는 형태여도 좋으니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시선이 필요했다. 피드백이 없더라도. 그래서 선택한 것이 브런치였다. 나는 일기를 쓰지만, 익명의 누군가에게 공유되는 상태를 갈망했다. 혼자 일기를 쓰고 본다면 나는 더 외롭고 고독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일기를 쓴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구독자 수가 적고, 글에 대한 반응이 빗발치지 않았어도 상관없었다. 가끔 관종 본능이 일어 구독자 수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였지만, 초심을 생각해보면 중요하지 않았다. 글이 쌓이면서 메타인지가 점점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사소한 개인의 일들이, 나의 작은 경험들이 날짜가 지나면서 멀어져 갔고, 시간이 흘러 그 일기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나는 타자의 시선으로 과거의 글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일기를 쓰는 순간보다 이후 다시 읽을 때 큰 효과를 본 것이다.
지금은 관심이 생기는 것들이 좀 많아졌다. 어쩌면 휴무일에 새로운 일을 할지도 모른다. 아직 구상 중이지만, 시급으로 받는 일이 아닌 다른 형태로 돈을 버는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일기를 관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100번째 글인 만큼, 글 쓰는 시간의 가치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었고, 요 며칠 글을 쓰지 않으며 생각했다. 물론 하루 종일 그 고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쉬는 날에 게으름만 실컷 부린 것도 아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만 갖고 일상을 뒤적거리는 시간에 다른 더 가치 있는 활동에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것이 요지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뚜렷한 방향성을 갖거나 타인과 공유해볼 법 한 내용을 다루고 싶다. 일기를 써오면서 그런 글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해왔다. 그런 글들을 쓰려면 일종의 기획이나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글의 주제, 근거, 짜임새 등에 대해 여태까지 쓴 것들보다 고민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텀이 길어지더라도 그런 쪽으로 글의 모습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게 지금의 생각이다.
아, 여태 쓴 일기들은 또 한 번에 쓰고 끝낸 것들이다. 초고들. 아마 문장이 어긋나 있거나 맞춤법이 개판일 텐데, 그런 이유는 고쳐쓰기를 하지 않아서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도 보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100번째 글을 쓸 때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밤이다. 그동안 즐거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