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나아가는 법
생명줄에 걸려 있었다.
“살기 위해 나는 여기에 걸려있네.”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할까?”
그때 새가 날아왔다.
“너는 그 줄이 없으면 살 수 없구나. 나는 이렇게 날 수 있어. 이것봐. 두 날개가 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지, 너와는 달리!”
갑자기 권태로워졌다.
이까짓 생명줄... 나는 내 몸에 걸려있는, 아니 내 몸이 걸려있었던 생명줄이 뭐라고...
화가 났다. 이게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였던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생명줄이 거미줄이 되어 나를옭아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줄을 벗었다.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가 필요했다.
무서웠고, 많이 무서웠다.죽을까봐.
근데 새에게 들은 말이 왠지 굉장한 모욕처럼 느껴져서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그래서 줄을 벗은 것이다.
줄어 매어 원래 공중에 떠 있었는데, 줄을 벗으니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게 왠걸, 생각보다 땅은 가까이 있었고,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뭐야 겨우 이거였어?
터벅터벅,,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위로 새가 날고 있는 이곳은 새장... 새장 문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나가기 전에 새에게 이야기했다.
"그래 넌 평생 여기서 실컷 날아다녀라. 여기가 사실은 너의 생명줄은 아니었니?"
"무슨 소리야. 너 새장을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데, 조심하지 그러니?"
새장을 나서서 나는 단지 막연하기만 했다.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가야 할 지 눈앞이 캄캄했다.
새장 문을 나서 직진하며 걸어나갔다.
고양이가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지금 어디로 가는줄 알고 그 길을 걸어가는거니?"
"아니 잘 모르겠는데?"
"앞에는 큰 강이 있어. 이대로 가다간 너는 강에 휩쓸려갈 게 분명해."
"걱정은 고마운데, 일단 나는 내 갈길을 갈께."
고양이를 지나 나는 계속 걸어갔다.
정말로 큰 강이 나왔다.
깊고 푸른 강.
물결은 세지 않았다.
물 위에 발을 올렸다.
생명줄 따위에 매달렸던 몸이어서 그런지, 소금쟁이처럼 물 위를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강을 건넜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발을 때기까지가 어려웠을 뿐이었다.
어떻게, 계속 걸어가지기는 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떠냐고?
물론 새장에 갇혀있을 때보다는 위험한 삶이긴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고, 때에 맞춰 밥 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내 두 발로 걸어가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식사를 해결하는 법도 알아냈다.
위험한 곳, 때가 어디, 언제인지 알며 안전하게 살아나가는 법을 익혔다.
새가 아니었으면 나는 계속 그 안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에게 해줄 말?
지금은 내 이야기가 그냥 공상이라고 생각할 지 몰라.
그건 당연한거야.
어떤 앞이 기다릴 지 모르는 게 세상이잖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이잖아.
계속 패달을 밟지 않으면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세상이잖아.
중요한건 지금 밟고 있는 패달이 정말 너를 위한 패달이냐는거야.
결정은 너가 하는 거니까.
힘내.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용기를 계속 낼 수 있었던 이유?
일단 새의 말이 시발점이었어. 그게 내 마음에 불을 지폈어.
솔직이 줄에 매달려있는거, 좀 안정감도 있고 편했다?
그리고 사실 그런걸 느끼고 싶어서 줄에 매달린 거기도 하고.
그런데, 매달려 있으면 있을수록 그 줄에 너무 의존하게 되는거야.
나를 위한 선택으로 줄에 매달린 거였는데, 줄에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거야.
이게 무슨 소린줄 알아?
나는 그 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단 말이야.
예들 들어보자.
너가 들어가있는 그 직장, 출근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참고 다니는거 아냐?
월급! 월급 때문에.
월급은 사실 얼마 안되잖아, 그 돈을 벌려고 매일 싫어하는 일 힘들게 하는 삶이 얼마나 지독하고 고독해.
매달 월급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만들면 되는 거잖아.
뭐라고?
맞아 말이 쉬운것도 맞는 말이야.
그리고 실제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맞아.
그럼 뭐, 어쩌라고?
세상에 때는 없어. 아니, 지금만이 때야.
뭐라고 잡아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라고.
그리고 당겨, 있는 힘껏.
너한테 가까이 오게 만들고 잘 들여다 봐.
이게 나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졌는지.
아무튼 질문과 많이 멀어졌네.
용기를 계속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계속 성공해서 그런것일지도 몰라.
힘든 환경을 선택하고나서 나는 사실 매일이 지옥이었어.
생명줄을 몸에서 때어 놓는 일, 강물에 발을 올리는 일이 과연 쉬운 일이었을까?
매일 전쟁하는 것 같았다고.
살기 위해서, 무서워서 열심히 살았어. 그게 다야.
이제 와서 생각하면 세상에 용기는 없는 것 같아. 죽어도 죽긴 싫은 겁밖에 없는 것 같아.
포기하고싶었을 때는 없었나?
이것도 위의 질문이랑 같은 결인 것 같아!
포기할 수 없는 환경에 너를 던져봐.
뭐라도 하고 있을껄?
뭐라도 막 하는데 계속 내리막길인 것 같다고?
세상에 한 번에 되는 일은 없잖아.
여러 방향에서 찔러봐야지.
나는 사실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해서 잘 된 케이스여서 이 질문에 알맞는 대답을 탁 하고 해주긴 어렵네.
그런건 있는 것 같더라.
여러 군데에 놓인 너의 재능들을, 경험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잘 해봐!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 성공한거니?
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새의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아 모험을 시작한거잖아.
난 그 부분에서 새의 덕을 보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고양이가 나를 걱정해주었을 때, 사실 도움이 되는 말이긴 했지만 조금 무시하긴 했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의 결정과 그것에 대한 뚝심이라고 생각해.
나도 너처럼 그냥 다 관둬버려도 좋을까?
글쌔, 그건 내가 결정해주는 것도 책임져주는 것도 아닌 문제야.
지금 일을 병행하면서 해도 되고, 이직을 해서 조금 시간을 넉넉하게 갖고 해도 되.
그건 너의 선택에 따른 문제야. 명확히.
근데 다른 무언가를 쥐려면 현재 움켜쥐고 있는 걸 놓아야하는 간단한 논리는 알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