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5

by 와이와이

2021. 11. 25


30분 글쓰기. 아침, 치과를 다녀왔다. 신경치료 중이다. 위 오른쪽 송곳니 옆 이빨. 신경을 다 긁어냈더니 이빨에 큰 구멍이 나있었다. 선생님 실력이 좋은 건지 신경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프지는 않았다. 신경치료는 거의 다 마무리되었다. 오늘은 갈아낸 곳에 칼슘 약을 넣었다. 이제 아마 한 번만 더 하면 끝날 것이다. 하지만 치과는 앞으로 더 많이 가야한다. 1년이 좀 넘게 치과를 가지 않았더니 이곳저곳 문제다. 어금니에 때운 레진은 깨졌고 신경치료는 하나 더 해야 한다. 또 금이 간 이빨과 살짝 썩은 이빨도 몇 개 있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여태 뽑지 않았던 마지막 매복 사랑니가 자라나길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최근 양치질할 때마다 잇몸이 부어 피가 나는 것이 설마 했는데 그렇게 되었다. 꼼짝없이 쉬는 날마다 치과를 가야할 상황이다. 치과가 여러모로 사람 피곤하게 하지만 한참 방치하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다 해버릴 생각이다. 그래도 조금만 신경 쓰면 되니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빨이 간지러워 스케일링하는 김에 전체 검진을 받았고 이 지경으로 온 구강상태를 알게 되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거랑 비슷한 건가, 간지러운 이빨은 깊숙이 썩어 신경치료를 받게 되었다.

이번에 치과를 다니면서 힘든 일이 한꺼번에 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2년 전에도 그랬다. 이 일, 저 일이 한 번에 맞물리면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던 것. 귀지 파는 영상을 본 게 생각난다. 귀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랗게 뭉친 덩어리를 빼는 장면. 귀마개를 빼는 영상이라고 해도 믿을 장면. 보이지 않는, 인지하기 어려운 곳에 쌓인 커다란 찌꺼기.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조용히 뭉쳐서 사단을 낸다.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터졌을 때 억울함을 느끼면서도 책임은 자신이게 있기에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 이번엔 그래도 이빨이라 다행이다. 행여나 타인과의 일에서 이렇게 되면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고 그 때도 그렇고, 잃는 것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건가보다. 이번엔 치료를 위한 시간과 돈이 들었고 그 때에는 자존심, 자존감을 잃었다.

치과든 관계든, 이런 일들은 사실 예방이 가능하다. 꾸준히 검사받고 리스테린이나 치실을 하는 등의 일상적인 노력이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타인에게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될 일들이다. 여태 그런 것들에 소홀했던 나였던 것 같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템포가 몸에 배었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내일부터 한 달간의 교육에 들어간다. 나는 12월 말부터 투입 될 예정이다. 체인 미술학원이라 그런지 신경 쓰는 게 많아 보인다. 어제 밤에 원장님과 짧은 통화를 했다. 면접 후 다시 느낀 게 원장님과 코드가 잘 맞는 것 같고 좋으신 분처럼 보인다.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6년 조금 넘게 이곳저곳에서 일을 해오며 여러 타입의 고용주와 관리인을 만나왔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잘 보지는 못해도 그 포지션의 사람이 어떤지 판단하는 눈은 길러진 것 같다. 여태 만났던 분들 중에선 그래도 책임감이 큰 분인 것처럼 느껴진다. 일이 힘들어도 함께 하는 사람이 괜찮으면 할 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내 기준에선 양호해 보인다.

작업을 관두게 되면서 인생으로부터 도망쳐온 낙오자라고 탓해왔다. 앞서 언급했듯 자존감, 자존심 다 박살나고 엉망인 채였다. 이제 할 일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이 코너에 몰린 상태에 있으면 여러모로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안색도, 마음 씀씀이도. 좀 더 부지런하고 밝은 사람이 되어야지. 이빨도 건강하고.

오늘은 글쓰기가 느리고 양이 없다. 아직 30분이 되려면 3분이나 남았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 퍼질러지지 않고 남은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 오늘은 여기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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