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8.
담배를 폈다. 입 안 온도가 올라가 불쾌함이 온다. 그리고 머리가 스멀스멀 아파오는 기분. 니코틴 때문인지 역시 금연은 정말 어렵다. 담배 피우면 곧잘 현타가 오는데, 어떤 미련 같이, 끊어내기 정말 힘들다. 이것 또한 아마 자기 관리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금연도 가능해질 거겠지. 같이 교육 받는 선생님 중 한 분과 집 가는 길이 같아 대화를 하며 전철을 탄다. 그 분은 연초를 약 4년 간 안 피운다고 했다. 대신 전자담배를 쓴다. 전담에 대해 들어보니 꽤 가성비가 좋았다. 입을 대는 부분이 항상 노출되어 있어 조금 찝찝해 보이지만, 가격과 기능 부분에선 장점이 커 보였다. 조만간 입이 닿는 부분을 새로 갖고 와서 한 번 피워볼 기회를 주신다고 하는데, 조금 기대된다. 사실 연초 말고 아이코스로 갈아탈 생각도 갖고 있었다. 며칠 후에 전담을 해보고 결정할 것 같다.
그 분은 안경을 쓰신다. 안경 굴절면을 보니 시력이 안 좋은 편인 것 같다. 라섹 수술 직전에 약 한 달간 안경을 쓰고 지냈는데, 그 때 샀다가 쓰지 않은 김 서림 방지 안경 닦이를 수업 끝나고 드렸다. 시력이 좋지만 언젠가는 보안경을 하나 맞춰야지, 그러면 김 서림 방지 안경 닦이가 필요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그 분께 드리고 싶었다. 보안경 관련한 생각도 사실 드릴지 말지 고민하면서 막 들었던 것이었다. 평소엔 하지도 않았던 생각이다. 그래서 그냥 드렸다. 나중에 필요하면 그 때 사지, 어차피 당장 필요도 없는걸. 그리고 그 분의 상냥함 같은 게 되게 좋아보였기 때문에 안경 닦이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지금 조금 피곤한 상태라 문장과 글의 상태가 썩 좋아 뵈지 않는다. 컨디션이 별로다. 뭔가 조금 김이 샌 풍선처럼. 요즘 피곤함이 급증했다. 밥 양도 늘었고, 누운 후 잠에 드는 시간도 훨씬 빨라졌다. 대신 정신의 활력은 많이 생겼다. 할 일이 많다고 느껴지지만 그게 하기 싫은 숙제가 쌓였을 때의 기분은 아니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게 되는 느낌이다. 또 여기서 정한 나의 규칙이 좋은 작용을 하고 있다. 뭐냐면 계획의 유동화다. 언제라도 수정 가능한 유연한 일정 조정 여지가 부담을 덜어준다. 그만큼 나는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최대로 해보고 못 한 부분에 대해선 죄책감을 안 느껴도 되니까 강박이 없는 것이다. 이 규칙은 유튜브 어디선가 주워들은 팁을 내 삶에 적용한 결과이다. 인공지능에게 8시간인가 유튜브를 시청, 자가 교육하게 하는 실험을 본 적이 있다. 어린이 수준의 인공지능은 처음엔 긍정적이고 순수한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유튜브 시청을 한 후엔 부정적이고 불평이 많아졌다. 흡사 뭔가 꼬인 사춘기 학생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실험은 아마 유튜브에 있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자극적인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반증이겠지. 근데 이것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조금만 손가락을 움직여도 좋은 컨텐츠들이 참 많다. 하지만 나도 그걸 다 보는 건 아니다. 배우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듯, 쉬는 시간마다 유튜브에서 뭘 배우는 것도 좀 그렇고 너무 많기도 하고. 심지어 내가 나의 규칙에 영향을 준 영상도 사실 다른 일을 하면서 사운드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틀었던 것이었다. 듣다가 음? 괜찮은걸? 싶어서 기억해놓은 것이다. 아무튼.
교육의 진도가 거의 절반에 다다랐다. 하루하루 배웠던 작은 정보들이 모였고, 슬슬 실전에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응용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바로 인수인계 받고 투입되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잖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 부지런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 운영하는 일이 마냥 가볍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교육의 측면에서 나의 능력은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 가지가 될 수 있는 거고, 학원의 입장에선 원생을 지키고 늘리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거다. 나는 되도록 좋은 선생 역할을 해보고 싶다. 물론 이건 단지 사교육 학원 업무일 뿐이다. 한국의 여러 사회문제 중 하나라고 하는 사교육. 그런데 어쩌면 공교육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메꿔줄 수 있는 출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비슷한 고민과 담론들은 나의 관심이 닿기 훨씬 전부터 이어져왔을 게다. 그냥 나의 열정이 적진 않다는 얘기다. 심각한 이야기를 다룰 정도로 시간이 많지도 않고.
나는 다양한 부분에 얕은 관심이 많은 사람 같다. 오랜 시간 미술을 하면서 한 가지만 파고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미술 밖에서 살려다보니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는 나를 발견했다. 대부분 진로 고민에서 출발한 것들이지만. 맞아. 출발이 진로 고민이라서 그런지 더 그랬을 지도 모른다. 온라인 집시처럼, 정보만 캐고 다니는 온라인 심마니인가. 뭐 대단한 정보도 아니니까 심마니 수준은 아니겠군. 결국 현실이 불안정하다는 상황에 나는 또 다른 특성을 갖게 된 것이다.
피곤에 절어 헛소리만 주절거리다가 마침내 30분이 지났다. 나름 재밌네, 오늘은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