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4.
요즘 제일 어려운 일은 기상이다. 게으르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게 훨씬 쉽다. 한 번 잠이 들면 일어나기가 힘들다. 지금 받는 교육 일정이 끝나면 원으로 들어가 더 오래 일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그 때 되면 쉬는 날에는 다른 것도 배울 생각이다. 거의 주 7일 쉬지 않을 거고, 바쁠 것이다. 그 일정을 받쳐주려면 체력이 중요한 게 자명하다. 나이를 먹고 보니 어릴 적 뛰어놓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 무한 에너지 탱크를 가진 마냥 지치지 않는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미친 듯이 놀고 체력 바를 키워놓을 텐데.
사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떻게든 후회하기는 참 쉽다. 이거 해놓을 걸, 이거 하지 말걸. 하면서 별의 별 것들이 탄식의 대상이 된다. 표면적으로 별의 별 것들이지 근본적으론 자기 비하나 다름없다. 후회가 계속 되면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칠까? 생각을 해보니 후회에도 종류가 있겠다. 변화의 이유가 되는 후회, 변하지 않는 후회. 더 나아지기 위한 전제로서의 후회는 괜찮겠다. 여기선 후회 이후 실천 또한 이루어져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제자리에서 자기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것뿐이지 않을까.
어제는 방청소를 본격적으로 했다. 원래는 그냥 먼지 닦는 겸, 구석에 잘 쓰지 않는 작은 서랍장을 꺼내는 겸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서랍을 꺼내니 몇 년 동안이나 보이지 않는 구석에 박혀있던 물건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같은 방에 몇 년이나 함께 있었다니 왠지 미안하기도 했다. 가까이 있지만 기억조차 안 하거나 애써 외면하며 살아오다 어떤 계기로 들여다보게 될 때 참 여러 감정이 솟구치는 걸 느낀다. 처음으로는 후회. 왜 여태 이걸 들여다보지 못했나, 진작 신경 썼으면 나아질 일이었을 텐데. 다음으로 미안함. 이건 대상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타자처럼 느껴질 경우에 그러는 것 같다. 연민같이. 후회의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감정이다.
이빨 문제와 나란히 보면 명확하다. 오랫동안 방치해온 이빨 문제를 제대로 살펴봤을 때 느꼈던 건 후회밖에 없다. 내 이빨에게 연민을 느끼진 않는데. 오히려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적지 않았나 하는 마음에 후회를 했을 뿐. 반면 방 청소하며 튀어나온 물건들에게는 미안함을 느낀다. 토이스토리를 보면서 드는 감정처럼, 그 대상에 임의로 성격이나 입장을 부여하나보다. 감정이 무의식의 작위적인 영역에서 유발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대청소였다, 순식간에 필요 여부를 판단해 버렸다. 많은 것들을 버렸다. 비워내듯이, 게워내듯이. 먼지나 묵은 떼도 팍 팍 닦아냈다. 먼지 가득한 물건들의 뒤론 바닥의 구석의 낯빛이 어두웠다. 오랜 기간 동안 씻지 못해 떼가 많이 묻었다. 얼핏 보면 귀신이나 들린 것처럼 소름끼치게 생겼다. 이사 가는 마냥 새 집처럼 비우고 닦아냈다. 방 청소가 끝났을 때, 굉장히 시원해진 기분이었다. 왜인지 잘 모르겠다. 물건을 버리기만 했을 뿐인데 방이 숨 돌리는 기분이랄까. 평소에도 안 쓰는 물건들 버리는 습관이나 만들어봐야지.
어제는 나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큰 하루였다. 계획을 세울 때 변동 될 것을 가만하여 여러 가지를 리스트에 써넣는데, 하나 빼고 다 했다. 그 하나도 사실 시간이 비면 어떡하지 싶은 노파심에 평소에 보고 싶었던 영화 보기를 써 놓은 것이다. 안 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어제 낮에 썼던 대로 했던 것 같다. 정확히 뭐라고 썼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확실히 느긋하게 보내지는 않았다. 부지런하게 하면서도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다. 자기 강박이 없어 마음이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데 시간을 보내지 않는 데에 집중했다. 대신 천천히 하더라도 계획세운 일들을 실행했다. 천천히 하다가도 불붙으면 빨리 해버리는 거고. 이런 접근이 좋았나보다. 계획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자기 긍정감도 많이 느꼈다. 평소 바빠도 자투리 시간을 강박 없이 사용하는 데에 신경 써봐야겠다. 아 감사의 일기를 써보고 싶었는데. 내일은 써봐야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