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5.
어제 글 말미에 감사 일기를 써야겠다고 했다. 아마 작년부터 굉장히 막연하게 해야지 했던 거라서, 어색하지만 써보려 한다. 음. 우선 취업하게 된 것이 감사하다. 누구한태 감사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어떨지 아직 감은 안 오지만, 그래도 전공과 관련되고 거친 일이 아니어서 그것만으로 일단 다행이다. 게다가 쉬고 있어도 일이 있는 상태에서 쉬는 것과 없는 상태로 쉬는 건 천지차이기 때문에 더욱 감사하달까. 확실히 휴일이나 퇴근 후 시간 보내는 모습이 달라졌다. 훨씬 계획적으로, 알차게 보내려고 신경 쓰게 되었다. 공부하고, 하고 싶은 것 남은 시간에 하고. 할 일들을 정리하고 계획하면서 실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상, 취침 시간에 신경 쓰게 되는 점도 좋다. 날밤을 새는 일도 없고 쓸데없이 늦잠을 자는 일도 없다. 물론 밤에는 쓰러지듯이 자게 된다. 기절할 것 같은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버티다가 잠들어버린다. 심지어 어제 밤엔 누워서 핸드폰 보지도 않았다. 너무 졸려서. 대충 꿈 좀 꾸다가 여덟시 쯤 깨고, 게으름을 부려 아홉시에 일어났다. 출근 시간이 늦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마 9-6 루틴이었다면 더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지 않았을까. 생활에 규칙이 생기니 취미 생활을 확실히 즐기며 쉬게 되는 경향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요즘 다시 그림을 그린다. 예전 같으면 하루에 네 시간, 다섯 시간 이상을 그림에 쏟아 넣었겠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30분, 길어봤자 1시간 이내인데, 그만큼 집중하면서 한다. 만들고 싶은 이미지가 큰 목적으로 있다면, 매일 조금씩 시간 쪼개서 하는 게 느릴 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루의 끝을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게 행복하기도. 오로지 혼자서만 즐기는 오붓한 시간인 것 같아 소중하게 느껴진다. 결국 이 모든 게 취업 덕분이겠지. 취업의 신에게 감사를 돌린다.
어제는 처음 참관수업을 나갔다. 본사 근처에 있는 본원으로 갔다. 전국 지점 중 역시 본원답게 가장 큰 규모였다. 교실과 강사의 수가 다른 곳의 두 배 정도는 되었으니까. 원생도 마찬가지로. 교육생들은 모두 쪼개져 다른 반으로 들어갔다. 연차가 오래 된 강사의 수업에 들어가 수업을 관찰하고 수업 중간 중간 강사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본원에선 교육받는 강사의 참관이 익숙한지 아이들이나 강사들이나 큰 감흥은 없어보였다. 나는 티는 안 내려고 하지만 타고나길 낯을 가리는 성향이 있어 오히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들어간 반은 6, 7세 교실. 연차도, 직급도 꽤 높은 선생님이 수업하는 곳이었다. 심지어 어젠 보강 수업도 있어 인원이 평소보다 많은 상태였다. 선생님은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강하게 나가는 모습이었다.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아이들이 퍼지지 않고 앉아서 작업할 수 있는 흐름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선생님 애들한테 왜 저렇게 강경한지 의문이었는데, 수업 중 아이들의 행동을 보니 이해가 전혀 안 되진 않았다. 아마 가만히 나뒀으면 돌아다니고 떠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자기 작업에는 큰 관심이 없겠지. 그런 부분에서 아이들의 유형마다 수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전 후로 아이들 개인 성향과 반 성향을 얘기해주고 어떻게 진행하는지 큰 흐름으로 말씀해주시는 선생님이 수업에선 터프하기만 한 것 같은데 생각 외로 섬세해서 다르게 보였다. (문장이 너무 길지만 수정은 안 할래.) 진짜 열심히 해야 겨우 따라갈 것만 같이 느껴졌다.
수업 끝나고 퇴근해야 하는데, 완전 기가 쭉 빨린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이랑 직접적으로 소통한 것도 아닌데, 교실 한 쪽에서 수업을 지켜보기만 했을 뿐인데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었다. 좀 몽롱, 어지러운 상태랄까. 사실 제일 걱정인건 분명 내향적인 사람으로서 매일 있을 수업을 어떻게 대비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틸 것인지 이다. 어제는 수업 한 개만 들어간 건데, 이제 교육 끝나고 원으로 들어가면 하루에 네 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수업 중간 중간 10분 쉬는 시간이 있을 뿐. 그럼 거의 한 숨에 다 들어가야 한다는 건데. 계속 생각하는 건 결국 나의 흐름을 찾고 만드는 거겠지. 휴식의 방법도 모색하고. 운이 좋아서 내 상태로 갈 수 있는 비교적 좋은 곳으로 왔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산은 좋든 싫든 오를 수밖에 없도록 앞으로 다가온다. 어차피 결국엔 땅을 디뎌야 한다는 거다. 힘 들겠지. 힘 들 거다. 그래도 해봐야지. 하다 보면 답이 나올 거 아닌가. 인제 첫 물 담금질 한 거니까.
아, 30분이 지났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