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6.
게으른 어제 덕분에 녹아버린 것만 같은 정신과 몸 상태를 만끽하는, 정오를 향해 달려가는 오전이다. 며칠 전만 해도 열심히 작성하던 계획표는 던져버리고 툭하면 핸드폰을 보는, 익숙하던 나의 관성으로 돌아왔다. 편리하고 멍한 상태로 지속된다. 외로움은 덤으로. 우선 어제 쓰다 만 글을 그냥 브런치에 업로드했다. 자고 일어나서, 날이 지나서 더 이상 쓰지 못하는 글을 어떻게든 잡고 있는 건 무의미하다 느껴졌다. 오늘은 오늘의 글을 써야지. 그리고 슬슬 조금씩이라도 다시 일상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글을 켜고 글을 쓴다. 자고 일어나니 새벽에 인스타에 올린 그림 게시물에 ‘좋아요’가 꽤 눌렸다. 엄청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하루가 지나서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멍한 와중 그런 기쁨은 있었다. 어찌 보면 별 의미도 없을 인스타 ‘좋아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내가 참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지만. 배가 고프지만 뭘 먹고 싶지는 않다. 아침이 항상 이렇다. 밥맛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래서 앞으로는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어제는 12시가 넘어 일어났고 오늘은 11시에 가까운 10시에 일어났다. 늦잠의 연속. 그만큼 늦게 잠든 탓이다. 내일은 치과 예약과 친구들 만나는 약속이 있다. 내일은 8시엔 일어나고 싶다. 다시 부업도 들어와서 조금씩 시간을 내어 일을 해야 한다. 또 다음 주부터 할 일 준비를 위해 공부도 해야 한다. 이젠 수시로 암기를 해야 하는 거지. 계속 생각한다. 어떻게, 이게 맞는 길일까. 근데 뭐 시작하고 열심히 해봐야 알게 되겠지 싶기도. 두려움이 가장 큰 거다. 안전부터 시작해서 수업을 잘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지. 전혀 감이 안 오는 게 외줄을 처음 타는 외줄타기 곡예사가 된 기분이다.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점핑하고 춤을 추어야 하는 상황. 익숙해질 때까지 문제고, 익숙해져도 방심해선 안 되는 일이다. 매일 일곱 시간은 긴장 상태에 놓여있겠지. 뿐만 아니라 아이들 부모님께도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목소리 톤은 어떻게 할 것이고 어떤 말투를 사용해야 할지, 모두 고민인 거다. 남은 20분은 이따가 쓰는 걸로 하겠다.
오늘은 30분을 10분씩 쪼개서 글을 써보려 한다. 오전에 한 타임 썼고, 지금이 두 번째. 며칠 전 이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받은 책을 조금 읽어보려고 한다. 한 장 정도 봤는데, 글을 잘 쓴다. 흐름이 매끈하고 문장이 유려해서 읽기 편하다. 나는 그런 글이 좋다. 그런 글을 쓰고 싶고. 이브의 대화는 즐거웠다. 똑똑한 사람이었고 열린 사고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 시간 정도 맥주, 소주, 방어회를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는 이야기, 살아왔던 이야기, 형이상학적인 여러 이야기. 쓸모없는 주제들일지도, 낭비되는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기대했던, 걱정했던 것보다는 나았다. 다시 안 볼지도 모르고, 연락을 안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기대감이 없는 만남이었다. 다음이 기약되지 않은. 그럼에도 불구 여러 부분에서 환기되었던 것 같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 사람의 문장을 조금 읽으니 그런 마음에 확신이 생긴다. 역시 생각,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그렇지 않은 사람과 힘든 시간을 버티는 것 보다는 낫다. 당연한 이야긴가. 아무튼, 10분 중 5분가량이 남은 상태에서 나는 이 사람과 그녀가 쓴 글에 대한 인상을 얘기했다. 5분 후에는 아마 더 글을 볼 것 같다. 오늘은 집중력이 매우 떨어지는 날. 계획표는 아직 쓰지도 않았다. 부업 계정도 업로드와 활동을 멈추었는데, 그 것도 해야 한다. 그것 먼저 해볼까. 뭔가 한 번 멈추면 다시 움직이는 게 힘들어진다. 이건 참 문제. 오늘의 이상적인 나의 모습, 목표가 뭐가 될까 생각해보자. ‘부지런하게 놀기’, ‘최소한의 할 일을 하고 맞이하는 저녁’. 우선 ‘최소한의 할 일’이 무얼까. 1. 부업 계정 만지기. 아무 부담 없이, 욕심 없이 하는 게 초심이었다. 그것도 꾸준히 하고자 해서 만든 마음새였다. 그걸 지키는 게 첫 번째. 두 번째는 공부하기. 대단한 공부가 아니라 교육 원론의 복습이다. 우선 성향에 관한 책은 무조건 보기다. 그것만 봐도 만족하는 게 왠지 오늘의 마음이다. 인스타에 그림을 올린 날과 그 후 며칠간은 핸드폰으로 ‘좋아요’의 수를 수시로 확인한다. 오늘도 역시 그런데, 그런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게 좋아 보인다. 우선 이렇게 목표를 삼고 꼭 지켜서 저녁이 되었을 때에는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영화는 꼭 보고 싶다. 어제 네이버로 구매했는데, 꼭 봐야지. 오랜만에 쿠엔틴 타란티노다. 10분 끝.
세 타임으로 나눠 쓰려고 했는데, 네 타임으로 나눠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우선 방금의 글은 다 읽었다. 한 30분 조금 넘게 읽은 듯하다. 글쓴이의 경험과 생각이 담담하게 들어간 먹먹한 글이었다. 첫 두 페이지에서 짐작한 것이 틀린 게 아님을 증명하듯, 글은 읽는 이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돌봄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에 돌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의문점, 과정 중의 괴로운 점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30분 동안 나는 지엽적인 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작가가 걸었던 그 순간들을 뒤따라 걷는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환자가 아니기에 항상 초점의 밖에 있는 역할. 하지만 그 마저도 돌봄의 주체가 된다는 점은 player로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충분히 공감하고 알아주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회의 인식. 돌봄이 끝난 이후 간병인의 삶에 대해서, 핀 포인트 밖의 일들이 일반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얘기했던 여름의 글이 떠오른다. 내가 보지 못한 곳들에서 일어나는 아픔, 관계와 사랑, 미움을 넘나드는 마음의 문제들이 오랜만에 나의 피부를 감각하게 하는 듯하다. 이 묘한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네. 그림의 밖에 나오면서 멀어졌던 건데.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 좋은 책을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잘 읽었다고 카톡을 보내고 어제 그린 그림도 보내주었다. 겨우 png 파일이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준 마음에 보답하기에 가장 알맞은 건, 비슷한 마음을 갖고 그렸던 그림들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나의 그림을 어떻게 읽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계의 문제는 참 어렵다. 얼마 전 돌아가신 선생님이 떠오르네. 선생님... 할 말보다는 스쳐 지나가는 기억과 감정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무튼, 10분 끝.
하루의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것이다! 그것 외로 가장 큰 짐처럼 느껴졌던 공부를 마쳤다. 정말 조금 하였지만 책을 꺼내고 피는 것 자체로 왠지 거부감을 많이 느꼈다. 부업 계정을 위한 그림도 그렸어야 했는데, 그건 내일 그려야겠다. 이번 쉬는 기간 동안 21개 이상은 해놓아야 될 것 같은데. 이 과정을 넘기 위해서는 우선 낙서를 해야 한다. 낙서가 여러 개 나오고 거기서 별로인 것들을 탈락시킨 후 통과된 것들만 가지고 아이패드로 재작업을 한다.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으로써. 완전 수작업인데, 이럴 때에는 유튜브로 아무거나 틀어놓고 들으면서 하기 좋다. 이런 단순, 무식한 시간을 보내며 멍 때리는 게 나는 좋다. 아까랑은 글의 무게감이 달라진 듯한데, 이건 조금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잠이 오고 있는 징조. 요즘 너무 늦게 자서 다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싶어졌다. 정말 해가 뜨지 않을 때에 일어나기. 하지만 영화를 보면 늦게 일어날 게 분명한데,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바로 이루기는 정말 힘들다. 나는 항상 나 자신과 싸우는 기분이다. 본능과 싸우기랄까. 혹은 몸과 영혼의 결투. 관성에 따라가려는 몸과 의지를 불태우는 혼. 사실 결코 대단하게 불태우는 것도 아니지만. 별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느긋해져서 보통 관성에 따른다. 몸이 편한 일. 그냥 폰보고 앉아 있으면서 죽치고 시간을 버리는 노름. 시간 낭비만큼 쾌락적인 것이 없다고. 물론 내가 그렇게 본격적으로 쾌를 탐닉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알량한 취미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래도 며칠 만에 글을 다시 쓰고 인스타 부업 계정에 들어가 조금 손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한 번 빠진 나사를 다시 돌리기란 점점 어려워지는데, 그걸 해낸 것이다. 앞의 문장이 무슨 의미냐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게을러지기 쉽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인정받고 성공하겠다는 욕망이 강했을 때에는 꽤 부지런했는데, 그게 꺾인 후로는 참 게을러졌다. 나태해지고 약속에 대한 책임도 많이 사라졌었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선 꽤나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중. 특히 시간약속은 예민해진 이슈이다. 여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게 만든 적이 많았다. 이게 말은 안 하지만 결코 좋은 게 아녀 보였다. 그냥 손해 본다 셈치고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여유가 생겨 좋다. 사람은 점점 바뀌나보다. 아. 심야한 시간에 나의 글은 나사가 빠지고 있다. 글쓰기는 재미있다. 시시각각 나의 상태가 달라질 때마다 함께 달라지니까.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그리기와 닮은 점이 많다. 10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