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하루 / 나 괜찮아짐.

by 와이와이

2022.2.14.


새벽에 조금 울적했는데, 괜찮아졌다. 울적해진 이유는 secret. 오늘은 그동안 근무하느라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모아서 처리하는 하루였다. 네다섯 가지는 되었던 것 같다. 오래 걸릴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금세 완수했다. 중간 중간 핸드폰을 하거나 간식 먹는다고 시간 버리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에는 책을 보았다. 책 보길 잘 했다. 대략 두 시간, 두 시간 반 정도 읽은 것 같은데, 늦은 시간에 돌이켜 생각해보자면, 낮 시간에 조금 더 부지런하게 시간 관리를 할 걸, 싶기도.


책은 정확한 정보를 얘기하기는 좀 꺼려지고, 대강 자기 계발서 같은 거다. 그렇다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뜬구름 잡는 거는 아니고, 훨씬, 대단히 현실적인.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되었다. 너가 내 글에서 보았던 것처럼, 나는 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몇 시간 동안 괜찮다가도, 뼈가 사무치게 시릴 정도로 외로움이 간헐적으로 다가온다. 그 감각이 싫어서 막 틴더도 해보고, 쓸데없이 카톡도 한다. 솔직히 지랄이지.





무던한 하루를 보냈다. 특별히 누군가와 연락을 즐겁게 주거니 받거니 하지도 않고, 홀로 지낸 하루였다. 업무도 조금 보았다. 아, 업무에 관해 좀 뿌듯한 이야기를 하자면, 어제 액셀로 업무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이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는 거다. 정확한 인원수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결코 적지 않은 아이들에게 보낼 글 브리핑의 서두와 말미 인사말에 중복되는 문장들이 들어간다. 가령 “00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라는 문장이 있다고 한다면(저 문장은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름이 00 자리에서 자동으로 바뀌기만 하면 업무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게 되는 거다.


막연하게 취업을 해보고자 따놓았던 컴활 자격증을 손에 얻은 뒤, 액셀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뭔가 느낌이 수식을 이용하면 저 문장 안에 이름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였다. 그래서 한 사십 분 정도 액셀을 켜놓고 씨름을 하며 결국 방법을 찾아내었다.


더블클릭 한 번만 하면, 같은 문장 안에서 아이들 이름만 쫙 바뀌어 정렬이 된다. 심지어 줄 바꾸기나 뛰어 쓰기도 성공했다. 어제 시행착오를 겪는데 들인 시간은 결코 적지 않았지만, 앞으로 했을지도 모르는 뻘짓 노가다의 시간을 아꼈다는 데서 큰 희열을 느꼈다.


이번 일은 굉장한 수확이다. 업무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업무 방식을 바꾸고 효율을 얻은 거니까. 이제 다른 곳들에서도 이런 수확을 얻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자동화를 통해 시간을 단축하는 것. 그게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초보 강사로서 각 주마다의 아이가 무슨 작업을 하였는지, 대면 브리핑 때 부모님은 어떤 표정, 태도로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메모한다. 근데 이 시간도 솔직히 좀 아깝다. 메모는 굉장히 유용하지만,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진도를 맞춰 놓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이제 다음 달 부터는, 앞서 만들어낸 방법을 통해 월 초부터 글 브리핑의 큰 뼈대를 세울 수 있게 된다. 메모를 남기는 시간, 글 브리핑을 쓰는 시간을 합쳐서 자투리 시간에 글 브리핑을 조금씩 써 나가는 게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내달에 직접 해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업무 간편화를 연구하는 일이 머리를 쓰게 만드는데, 나름 재미가 있다.


이제 오늘로 휴일은 끝, 내일부터 다시 근무인데, 솔직히 첫 근무 날이 제일 두렵다. 휴무일 동안 조금씩 조율이 풀리기 때문. 그렇기에 화요일 첫 수업은 은근히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분석과 파악, 작업 개입 정도를 효율적으로 정해야 한다. 쫄리네.


더 생각을 해 보았는데, 할 말이 없다. 떠오르지 않네.


ps. 아마 이 일기도 볼 거라고 생각해서, 나 괜찮아졌어. 편하게 연락해도 괜찮아. 너가 얘기한 맥락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한 그것과는 다른 거 알아. 그냥 내가 찌질해서 그랬던 것 같아. 피곤하게 해서 미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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