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by 와이와이

2022.2.13.


일요일 이었다. 일요일 일기를 쓰는 오늘은 월요일. 막 자정이 넘어 월요일이 되었다. 나는 아직 일요일에 있다. 마음은 일요일, 몸은 월요일. 일요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월요일은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마음으로 받아드리고 침대에서 일으키는 몸으로 만끽할 거다. 내일은 은행 업무를 보고 엄마 서류 처리를 도와줄 생각이다.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곧 환갑이 되는 엄마는 전산에 약하다. 내일이 쉬는 날이라 다행이지 뭐. 휴무일에 엄마 일 도와주는 게 마냥 설레지는 않지만, 안 하면 도리가 아니게 될 처지라서. 좋은 마음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오늘 2주 만에 커피를 마셨다.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 카페 라떼. 몇 년 만에 온 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상수 이리카페에서. 아마 전 여자 친구와 처음 만났을 즈음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정말 마지막이라면 이리카페에는 한 5년도 넘은 뒤에 온 것이 되겠지. 전 전 전 여자 친구와도 이리카페 왔었는데. 참 아직도 운영한다는 게 기분이 묘한 부분이 있었다. 아무튼 너무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새벽 한시 십오 분을 지나고 있는 지금도 굉장히 쌩쌩하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진 건가. 지금은 좀 졸립기는 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깨어있는 상태다.


틴더에서 만난 친구와 한 시간 정도 같이 있었다. 서로 시간이 뜨는 상태였는데, 그 때 카페에서 만난 거다. 한 시간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재미있게 떠들었다. 영화 얘기, 작업 얘기, 스케줄 얘기, 전시 얘기, 작가 얘기, 술 얘기 등을 했다. 사운드가 빌 틈이 없었다. 한 시간을 얘기했음에도 굉장히 많은 얘기를 했고, 오히려 충전을 하고 집에 가는 기분이었다. 만나기 전에 편의점에서 빼빼로를 사가서 주었는데, 공교롭게도 발렌타인데이와 날짜가 맞았다. 운이 좋기도 한 순간이었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다른 친구의 개인전을 다녀왔다. 작년에 미술관에서 일할 때 같이 해던 형인데, 몇 년 동안 혼자 힘으로 고생하며 작업한 사람이다. 작업에 대한 나의 감상의 문제에서 벗어나서 그 사람의 노력이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람이 작업 해야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찌보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인다는 걸 본인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머뭇거림이 많은 나에게는 어떤 깨달음을 주는 전시였을지도.


형의 전시를 가기 전에는 교보문고에 갔다. 그동안 궁금했던 책이나 저자들을 조금 찾아보았다. 별 생각 없이 나오느라고 수첩에 적어놓은 걸 갖고 오지는 못했지만, 기억을 복기해보면서 대부분 찾아보았다. 옛날부터 나는 교보문고에서 오랫동안 책을 읽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붐비는 장소에서 서 있는 상태로 과연 책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긴 할까 싶다. 몇 가지 책을 뒤적거리면서 그냥 느낌만 파악했다. 책들을 보면서 느낀 건, 확실히 어느 분야에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되려면,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빠른 시간 내에 독파하는 게 효율적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읽는 몇 가지의 책들을 끝내면 그렇게 해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직업이든 투자든, 어떤 주제든지 간에.


교보문고에 가기 전에는 머리를 잘랐다. 교보문고와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다. 그 곳에 계신 미용사 선생님은 19년도부터 머리를 해주신 분이다. 우연히 어느 미용실에서 만났는데, 숱이 많고 돼지털 머리카락을 가진, 다루기 어려운 나의 헤어를 잘 다루는 사람이다. 다른 미용실로 이직하고 난 다음에도 이 선생님을 따라서 미용실을 바꾸었다. 역시나 우리 쌤. 머리 고민이 심해져서 방문할 때마다 굉장한 만족감을 선사해주신다. 이런 분한테는 돈이 안 아깝지. 머리가 망해서 몇 달이고 스트레스 받을 바에는 조금 더 주고 이쁘게 자르는 게 훨씬 좋다. 머리가 예뻐져서 너무 행복하다.


집에 온 뒤로는 밥을 마시고 운동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스쿼트도 하고 코어 운동도 오랜만에 했다. 아주 좋다. 확실히 매일 유산소를 하니까, 몸이 튼튼해지는 기분이다.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체감 효과가 커서 놀랍기도 하다. 허약하던 내 몸에 무슨 일이? 어휴. 다른 일을 할 때의 나처럼, 운동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운동만은... 자기 전에 스쿼트나 더 하고 자야지. 오늘은 책도 많이 보고 핸드폰도 많이 보았다. 그렇게 놀았는데도 시간이 남는 느낌은, 술을 안 먹어서이기도 하고, 일을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내일은 더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몰라, 아무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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