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난 뒤에도, 가르침은 계속된다
정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2년 6개월
숫자로 보면 제법 길어 보이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퇴직 이후의 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20대부터 줄곧 교실에 서 있던 제가,
어느 날 교단을 내려놓은 뒤에도 여전히 ‘교사’일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과정은, 마치 새로 피어날 꽃의 씨앗을 준비하는 일 같습니다.
첫 번째 교실을 지나, 두 번째 교실로
지금까지의 교실은 초등학교라는 이름 아래,
매년 새 얼굴을 맞이하며 아이들과 성장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세상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은퇴 이후의 두 번째 교실은 조금 다를 것입니다.
칠판과 분필 대신, 테이블과 따뜻한 조명이 있는 작은 상담실일 수도 있고,
책과 그림이 가득한 공방,
혹은 노트북 화면 속 온라인 강의실일 수도 있습니다.
공간의 형태는 달라져도,
누군가의 성장과 변화를 돕는 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담과 교육, 그리고 나눔의 자리
저는 은퇴 이후 가장 먼저 아동·청소년 상담센터를 열고 싶습니다.
오랜 교직 경험과 상담 자격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미처 채워주지 못한 마음의 빈틈을 보듬는 공간.
여기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도 찾아와
마음을 내려놓고, 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감정코칭 강사로서
갱년기를 겪는 엄마들, 사춘기 아이와 씨름하는 부모,
교실 속 갈등으로 지친 교사들에게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단순히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글과 그림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수업
교단을 떠난 뒤에도 저는 여전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브런치에 쓴 글과, 틈틈이 그린 어반 스케치,
그리고 오래 마음속에 품어온 그림책 원고들이
제 삶의 또 다른 날개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 학교 현장에서의 깨달음,
여행 중 마주한 풍경과 사람들을 담아
그림책과 에세이로 엮어내고 싶습니다.
그 책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또 다른 꿈을 꾸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 2의 교실이 아닐까요.
여행과 취미, 그리고 건강한 몸
60세 이후의 삶을 오래도록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 4회 등산을 하고,
복지센터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며
“어떤 옷을 입어도 고급스럽게 소화하는”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또한 매달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스케치북을 펼쳐
그 순간의 빛과 색을 그립니다.
몇 년이 지나면 이 그림들이 모여
저만의 어반 스케치 전시회를 열게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선생님’이 아니라 ‘작가’로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눔과 연결의 가치
은퇴 후에도 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나눔입니다.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지식을
후배 교사, 예비 작가, 젊은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해외로 나가 코이카 시니어 봉사단 활동을 하며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고,
때로는 국내의 작은 마을에서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이런 활동들이야말로 저에게 두 번째 청춘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기
인공지능 시대에 교사로 살아온 저에게
퇴직 이후의 삶은 또 다른 배움의 시간입니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영상 편집, 디지털 드로잉까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지키는 것,
그것이 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배움의 즐거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삶을 생생하게 유지시켜 주니까요.
나에게 보내는 편지
“앞으로의 12년,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준비하자.
교단에서의 마지막 날,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자.
그리고 은퇴 후의 하루하루를,
또 하나의 교실에서 살아가듯 가르치고 배우며 보내자.”
60세 이후의 제 삶은
더 이상 매일 아침 9시 종소리에 시작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누군가를 가르치고,
함께 배우고, 함께 웃고, 함께 성장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교단은 떠나지만, 가르침은 계속됩니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두 번째 교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