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폐쇄적인 장소에서...

군생활을 돌아보며

by azu nyaa


처음에는 역시 분노와 불안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자유를 침해받는 경험은 용납할 수 없는 분노와 동시에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낳는 것 같습니다.


filip-andrejevic-1LTunOck3es-unsplash.jpg


군대라는 이벤트 때문에 발걸음을 멈춘 지 벌써 2년 6개월째... 무사히 우리나라 남성에게만 부과되는 통과의례를 마무리했습니다. 내 작품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탓에 3학년이 되어 새로운 교수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던 시기였기에 이래저래 학업과 거리를 둘 필요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보직은 카투사 인원들을 행정적으로 서포트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쌓이지 않고 그저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덧없는 일이자 제 진로를 정함에 있어 가장 부정했던 삶의 방식이었기에 저에게는 그저 고통스러운 하루하루였습니다.


hasan-almasi-aIRBGPafi74-unsplash.jpg


제가 사무적으로 이뤄낸 일들에 대해서 전역한 지금도 전혀 보람을 느낄 수 없었지만 다양한 사람과 함께한 농후한 시간을 의미 있는 형태로 가지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지켜야 하는 거리감과 쌓아온 이미지가 집단에서 만들어내는 유리한 구도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가 단일 문제의 유불리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학생과 어른을 구분 짓는 기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대가 20대 청년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계급? 공동체 생활? 물론 이런 점들도 고통스럽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한번 되찾았던 자유를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군인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공공연하게 침해되는 나의 자유를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점은 자신도 모르게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이러한 불합리한 사회에 적응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입대할 때 느꼈던 감정은 불안과 분노였습니다. 내 자유를 침해당한 것에 대한 분노와 실상을 알 수 없는 폐쇄된 조직에 몸담게 된다는 불안.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은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매주 2번의 지속적인 정신교육(세뇌)과 같은 병사를 내세운 정신적인 압박 등 조직에 순종적인 인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장치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며 이에 익숙해지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상처 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끕니다.


그리고 그저 나갈 날을 기다리기만 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이러한 감정이 다시 가슴속에서 들기 시작했습니다. 부대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계급일 때 화를 낼 기력도 의욕도 없기에 끌려온 병사 자신들 또한 군대라는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egor-litvinov-p34SqmG_BO4-unsplash.jpg


군대에서의 삶은 모든 활동에 제약이 있는 삶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감옥과 그 본질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인이라는 이름 아래 청년들의 자유를 빼앗고 이러한 상황에 의문을 가지지 못하도록 세뇌시킵니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미화시키고 자랑스러워하는 자세는 그저 죄악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2023.02.05

Instagram: @azu_nyaa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