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 인간은 왜 식욕이 있는가 (2)
다이어트를 시작한 첫날.
나는 세상에서 제일 의지가 강한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을 원샷하고,
"오늘부터는 진짜야."
스스로에게 엄숙하게 선포했다.
거울 앞에 선 나는, 평소라면 외면했을 배를 쿡 찌르며 말했다.
"두고 봐. 진짜 빠질 거야."
그렇게 씩씩하게 하루를 시작했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점심을 넘기고부터였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동료의 도시락 냄새가,
그날따라 왜 그렇게 자극적이었을까.
고소한 버터 냄새, 짭짤한 치즈 향,
식욕은 숨죽여 있다가 갑자기 내 온몸을 포박했다.
"조금만 먹을까?"
"한 입은 괜찮잖아?"
"내일부터 진짜 하면 되지 뭐…"
내 머릿속에는,
악마와 천사가 아니라,
'악마'와 '조금 더 귀여운 악마'가 싸우고 있었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망치듯 건물 밖으로 나와버렸다.
배고픔을 잊으려고 괜히 공기를 세 번쯤 깊게 들이마셨다.
길거리 식당에서 맛있는 냄새가 코를 휘감았다.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저기는 생선구이를 파네 나중에 한번 가볼까? 오 저기는 타코를 파는구나”
평소에는 몰랐던 식당의 존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식의 흐름이 오롯이 음식으로만 집중되기 시작했다.
애써 고개를 돌렸다.
"나는 공기만 먹고도 행복할 수 있어…!"
허무맹랑한 주문을 속으로 외우면서.
그러나 하늘도 무심했다.
바로 옆 아파트 앞에서는 푸드트럭에서 바비큐소스를 바른 꼬치를 굽고 있었고,
입구에서는 바삭한 치킨 광고판이
"여기야, 여기야!"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이건 시험이야.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신은 항상 시련을 주는 법이야.
(물론 신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치킨을 보내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물을 두 컵 벌컥벌컥 마시고,
허기를 달래려 샐러드를 꺼냈다.
상추 몇 장, 닭가슴살 약간, 그리고 심심한 드레싱 한 방울.
"맛있다… 맛있을 거야…"
스스로를 세뇌하며 입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건 투쟁이다.
내가 지금 싸우고 있는 건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내 안의 오래된 습관, 위로받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게으름이었다.
샐러드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나는 울컥했다.
배고픈 것도 서럽고, 혼자 싸우는 것도 외로웠다.
그런데 묘하게 뿌듯했다.
"나, 지금은 약하지만... 진짜 강해지고 있어."
첫날을 그렇게 간신히 버텨냈다.
밤이 되자 침대에 누운 나는 스스로를 칭찬해 줬다.
"오늘, 진짜 잘했어. 한입도 안 먹고 버텼잖아."
그리고 작은 다짐을 했다.
"내일도, 한 끼씩, 한 순간씩 이겨내 보자."
다이어트는 거창한 선언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이런 사소하고 처절한 승리들의 모음이라는 걸,
나는 그렇게 첫날밤에 처음으로 조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