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 체중은 그대로인데, 내가 달라졌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어느덧 3주 차. 처음에는 숫자가 줄어드는 재미가 있었다. 물 마시고, 운동하고, 야식 안 먹고… 그러면 체중계가 칭찬하듯 0.4kg,0.3kg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뭘 해도 체중계는 조용하다. 고장 난 줄 알고 배터리를 갈아봤지만 여전히 같은 숫자였다.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건 몸의 문제가 아니라 멘탈의 문제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기분 좋은 변화는 잠깐이었고, 그 뒤엔 침묵의 정체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는 닭가슴살을 씹다 말고 허공을 봤다.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왜 이러고 있지?
운동은 여전히 했다. 계단도 열심히 오르고, 물도 2L 넘게 마시고, 회식 자리에서도 샐러드만 씹었다. 그런데 거울을 보면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허벅지는 여전히 묵직했고, 배는 앉으면 접혔다. 사진을 찍어도, 필터를 씌워도, ‘와 나 좀 빠졌나?’ 싶던 날도 저녁엔 “아니네…”로 끝났다.
나보다 살이 훨씬 적어 보이는 친구가 “요즘 3kg 쪄서 스트레스야”라고 했을 땐, 속에서 무언가 확 끓어올랐다. 나는 지금 1.4kg 빼려고 얼마나 몸부림치고 있는데. 나는 단 거 하나도 안 먹고, 배고파도 자고, 매일 체중계 앞에서 가슴 졸이며 사는데…
이쯤 되니 자존감도 같이 멈췄다. 체중계가 아무 변화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나도 점점 감정 없는 로봇처럼 변해갔다. 기분이 좋은 날도, 나쁜 날도, 결국 마지막엔 체중계를 보게 된다. 그리고 숫자가 그대로면 “아무 의미 없네”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게 서글펐다.
어느 날, 친구가 주말에 나가자고 했다. 처음 든 생각은 ‘그날까지 1kg만 빠지면 나가야지’였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그런데 어느새 사람을 만나고 안 만나고도 몸무게로 정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런 내가 너무 싫었다.
도대체 왜 살을 빼는 걸까. 예뻐지려고? 건강해지려고? 아니, 그냥 지금 나를 너무 싫어해서. 나를 사랑하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점점 더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 결국 먹지 못한 것들이 아니라, 나 자신과 멀어진 느낌이 제일 괴로웠다.
그래서 그 주에는 식단을 조금 바꿨다. 아침에 오트밀 대신 내가 좋아하는 단호박을 넣었고, 하루에 한 끼는 탄수화물도 먹기로 했다. 운동도 하루 정도는 쉬자고 마음먹었다. 처음엔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러면 진짜 다 망치는 거 아닐까?’란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밤, 마음이 편했다. 조금 덜 괴롭고, 덜 억울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 아닐까?’라고.
그 순간 깨달았다. 살이 빠졌다는 건, 사실 숫자가 아니라 내가 나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그래 20년간 천천히 쪄온 살이 단 몇주만에 훌쩍 빠지길 바라는 내가 이상한거다' 나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 참고, 기다리고, 다그치지 않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3주 만에 정체 오면 그냥 먹어버렸을 텐데, 이번엔 안 그랬다. 그게 대단한 거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정체기에 있을지 모른다. 몸은 안 바뀌는 것 같고, 거울은 늘 똑같고, 식욕은 더 세지고, 사람들은 자꾸만 날씬해진다. 그런데 하나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기는 몸보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이라는 걸.
내가 내 편이 되어야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몸무게를 줄이는 게 아니라, 나를 덜 미워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것만 잊지 말자.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