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작(詩作) 보고서

나의 시적 변명

이성두︱시인᠊수필


나는 이제까지 네 권의 시집을 냈다. 『이브의 눈물』, 『행복한 줄도 모르고』, 『달밤달밤 발밤발밤』 그리고 『바람의 눈빛으로』이다. 아직은 어설프고, 아직은 부족하고, 그런 연유의 시집이라 숫처녀처럼 아무에게나, 어디에나 쉽게 내 놓질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돌아보면 어디에라도 시집 한 권 덥석 선물하기도 부끄럽다. 그래서 쉽게 내 놓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 이제라도 고백컨대 결코 인색해서가 아니라 어디다 자랑스럽게 턱하니, 내 놓을 만 하질 못해 그렇다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아직은 배우고 있는 정도의 수준임을, 아직은 연습 중, 진행 중임을 미리 밝혀둔다. 내 부족한 나의 시를 변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내 궁색한 나의 표현 능력으로 현상학적 환원을 응용하여 알아먹지도 못하는 말이나 글로써 혼자 주절주절한 것은 할 말은 많은데, 차마 표현할 언어적 선택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메타포(metaphor)에 이르는 글이라 쉽게 접근하면 오해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만 합리화하는 부족하고 어설픈, 오직 자기중심적인 나만의 세계를 과감히 까발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몇 편의 시를 해부해 근원적 발상을 분석해 보이고자 한다.

나는 거룩하지도 않고 점잖은 지적 성향을 향유한 상류층 선비도 못 된다. 그래서 다만 내가 처한 환경에서의 느낌과 생각, 그리고 내 일상의 이야기를 시작詩作으로 작정한 것이다. 그러니까 타인의 공감을 위하기보다 자신의 ‘기억보존을 위한 대 잇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말 하는 것이 편할 지도 모른다.

자! 이제 내 시 한 편이라도 접할 수 있다면 ‘먼저 이 글을 먼저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 글이라도 접하고 나면 내 시가 그렇게, 조금은 이해하리라고 본다. 아니 궁색하지 않으리라 본다. 이제 내 시로 몇 편 「허용된 희망」, 「이브의 눈물」, 「대신 울고 싶은 날」, 「차 맛, 인생을 읽다」, 「그리고 더불어」, 「남자의 속」, 「돈의 아이러니」, 「대를 잇는 힘」을 적나라하게 분석해 보자.

먼저 「허용된 희망」에서 ‘오늘도 강은 흐르고 산은 모른 채 잠들었다’에서 ‘강은 흐르고’와 시집 표제어인 『이브의 눈물』은 같은 맥락에서 차임借賃한 글이다. 나는 아직 여자의 민감한 부분을 쉽게 건드릴 용기가 없다. 아직 신비스러운 여자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를 품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이 생리적인 현상을 단 한 단어로 표현함을 피한 것이다. 차마 적나라한 공개를 회피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위치적 비겁한 사고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강은 흐르고

산은 모른 채 잠들었다

침묵은 표정을 잃었다

또 한 겹 벗겨 내는

삶의 표피를 더듬는 시간

눈물,

눈물이, 눈물이 말을 끊었다

미소가 사라진 옥獄은 그 시간부터다

「허용된 희망」에서


뱉어야 되는데

벌써 한 끼 시간 지났는데

저리 담담할 수가

담담할수록

불안, 불안해 지는

심기가 불편하다

어느 날 잃어버린

자율 그 기억도

「이브의 눈물」에서


여기서 ‘강이 흐르고’나 ‘이브의 눈물’ 그리고 ‘뱉어야 되는데’는 단순한 눈물이 아니라 배설의 현상을 말 하고자 함이다.


울어라 해도 울지 못해

걸이 없는 마스크 아래로 숨겨놓고

여전히 반응 없는 표정하나

쇠똥처럼 퇴적 되네

내 마음에 흐르는 슬픔하나

빙점으로 다가서니

표정 뒤 쓸쓸함이 지난겨울 바람이었다

비였다

「대신 울고 싶은 날」전문


'걸이 없는 마스크'는 여성들만이 사용하는 생리대, 기저귀를 이 시대에 생활화 된 것으로 환치換置했다.

그렇다. 나는 용기가 없다. 차마 거룩한 영역을 적나라하게 들추지 못했다. 그런 연유로 다만 감춰진 비밀의 현상들을 형이상학적으로 건지고자 함이었다. 시인으로서 시적허용을 맘껏 유린하는 작란作亂이라 할 수 있다.

차 맛, 인생을 읽다’ 에서는 유치幼稚한 유치誘致를 과감히 택하기도 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좁디좁은 그 곳을

소리도 없이 빠져 나오다니

어허! 뜨거움 탓이랴

뜨거움을 홀짝이면

소리 없이 삐져나오는 소,

짝도 아닌 세 마리 절로 모이네

세 마리, 그것을 우리는

때마다 달리

제 마음대로 부른다.

때론 환경을 탓하기도

때론 감성의 표현이라고

때론 열심히 일한 대가라고도

그들 서로 다 우긴다

뜨거움을 홀짝이면

소리 없이 삐져나오는 소,

짝도 아닌 세 마리 절로 모이네

시집 『달밤달밤 발밤발밤』 70P 「차 맛, 인생을 읽다」에서


여기에서 소리 없이 삐져나오는 소는 땀이요. 물이다. 그래서 물의 화학적 기호인 H₂O를 변용한 것이다. 수(H) 하나, 산(O) 둘 그러니까 수소 한 마리에 산소 두 마리. 그래서 소가 세 마리가 나 되는 것이다.

산소, 수소, 탄소, 황소, 검정소, 얼룩소, 소, 소, 소, 숫한 소⋯ 소라도 서로 다른 소끼리 우기는 모습이다. 육체적 노동으로 흘리는 땀과 맵거나 뜨거운 것을 먹거나 마셔서 흘리는 땀을 달리 본 것이다. 땀이라도 서로 원인이 다른 땀이란 것, 즉 사람이 사는 각각의 삶을 그렇게 봤다.

한 편에서는 시를 단순히 글자모양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시집 『이브의 눈물』 142P ‘그리고 더불어’에서는 휴대폰에 기억 된 지인들 중에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이름을 아예 지워버린다. 하지만 기억 속에서마저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어쩌다 정리를 못해 그냥 입력되어 있기도 한다.

이름, 이미 고인이 되어 버렸지만 한때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의 이름들을 기울임체로 표시했다. 즉 글씨체를 비스듬히 눕혀 고인들이 누워있는 형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몇 개의 기억은 쓰러져 누워 있어도’라고 표현한 것이 그것이다.

1.

성원/병택/창호/면호/재철/우철/헌철/윤선/재호/신일/대우/춘기/

경옥/영호/연대/중구/외식/항동/판석/선이/복순/은아/상조/재욱/

성욱/은아/은정/서윤/서준/성곤/성무/성석/숙자/영석/운석/이재/

인순/인재/외점/동원/하영/현숙/호정/한우/귀숙/용중/남이/영철/

재환/재태

*카카오톡에서는 기울임체로 표현이 안 됨.

2.

얼마 되지도 않는⋯/몇 개의 기억은 쓰러져 누워 있어도/

그나마 남은 시간 함께할 동반자들은/기억의 소자에 자리하고 있고

시집 『이브의 눈물』 142p 「그리고 더불어」 중에서

그리고 지난 날 아내에 대한 부족했던 사랑으로 후회하는 것들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나보면

다 알지만 과거의 평범한 일상 그 자체가 어쩌면 행복이었다는 것을 완벽히 깨닫는 것이다.

때론 표정만 있고 말은 없었다

때론 미움이 있었고 배려도 없었다

그래도 묵묵히 살아왔다

어느 날 아픔이 쏟아져

별마저도 떨어지고 멍해지는 날

하염없는 눈물은 이유도 모르고 그냥 하염없더라

피할 수없는 슬픈 현실에

속으로만 고백하며 두 뺨을 쓰다듬고

‘사랑한다’ 한마디만으론

왜 이다지도 미안한지

눈물만 흐른다

어제도 그랬듯 눈물만 흐른다

시집 『행복한 줄도 모르고』 139p 「남자의 속」전문


이번에는 사람 사는 세상을 돌아보자. 사람 사는 세상 온통 물질 중심이다. 아니다, 아니다 하지만 결국 세상사 모든 게 돈과 연결된다. 그래서 황금만능시대이고 처녀 불알도 살 수 있다할 정도로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다한다. 어쩌면 여자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돈인지도 모른다.


그는 바람둥이다

바람난 개처럼 마냥

나가려고 몸부림친다

수흘케 왔다가 쉽게 나간다

그렇다고

집착하거나

가두거나 묶어두면

그는 바람같이 물같이 사라진다

향기 있는 냄새가

그리워야 다가오는 것처럼

그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향일까

「돈의 페르몬」 전문

또한 다른 한 편, 순수의 범주에서 바라보는 안목을 동반하기도 한다. 한편 「돈의 아이러니」에서는 법인세 23억 낸 그와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법인세 23억 낸 그와 게임을 했습니다

난 법인세도 없고

소득세도 없고

다만 월마다 조금

눈물 한 방울씩만 흘릴 뿐인데

마주보며 게임을 했네요

그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그가 있고

추억을 나누었어요

주거니 받거니

또 주거니 받거니

돈이 아니더라 돈이 아니더라며

돈을 주고받았습니다

몇 시간의 시름 끝에

수십억의 세금을 낸 사람에게

나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고

그는 감사하다며 받아 쥐었습니다

「돈의 아이러니」 전문


이 장면에서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과 게임이 끝난 후의 결과까지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네 사는 세상, 말과 현실의 괴리감을 예리하게 지적하려고 했다.


뒹굴어 봤어요

이리저리로 팽그르르르

뒹굴어 봤다구요

주체 할 수 없는 자유를

휘둘러 보려고요

가끔 작동이 되는지

점검도 해 봐야겠어요

이쪽을 누르고 저쪽을 누르고

이쪽을 세우고 저쪽을 부여잡고

알 수없는 신음소리를 쥐어 짜 봐야겠습니다

어차피 시간만 가면, 또

한 주일이 채워지긴 하지만

비워야 채워지거든요

「대를 잇는 힘」에서


우리 마음에 일주일이면 절로 채워져 비워내고 나면 또 채워지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대를 잇는 그것이 무엇일까? 어쩌면 순백한 욕정을 논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삶의 벼랑에서 쏟아내는 카타르시스, 또한 절정에 따른 환희를 표현했다. 부르르 떠는 절정을 응축하며 내심 마음껏 발산, 열거 했다.

결국 충족 되지 못하는 현실을, 현실적 돌파를 위한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지향志向하는 리비도(libido)를 채택 자행한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과히 논하는 것은 외로움을 이겨내고 싶은 소망의 무의식을 적나라하게 나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스토피아(dystopia)적 세계에 처한 자신을 시적 허용으로, 나는 차라리 유토피아(Utopia)를 그려 내고자 했다. 단순히 본능적으로 발하는 미동微動을 덕지덕지 갖다 붙이는 나만의 우매한 아집인지도 모른다.


안과 밖은 구분이 없지만

선 밖은 밀림이다

두리번거리는 넥타이는

튀는 시간만큼 원숭이고

뛰는 시간만큼 타잔이다

날마다 소리에 튀고 시간에 뛴다

꽁지가 타는 듯 내내 쫓겨 다녀야

젊음의 삯이라도 남는다

삯이 욕심이 되어

이자처럼 불어나는 욕망

아!

그것이 기억의 명함이고

그것이 젊음의 이력서다

그러나 흔적이 없다

「 디지털 이력」전문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전환한 세상이 그리 오래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출근의 개념이 무의미 해 지고 근무도 재택근무다. 보이는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의 꿈이고 그 꿈을 위한 삯으로 바쁘게 살아간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무한경쟁 시대에 뛰지 않으면 도태된다. 튀어야 산다. 튀는 개성이 왕이다,

급격한 세상의 변화는 잠시만 정지해도 지난 데이터는 무의미한 정보가 된다. 심지어 나란 기억의 정보 또한 그렇다. 그런 삶에서 DEL키 한 번 누르면 순식간에 모든 정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때 지난 젊은 시절의 무한한 경쟁에 대한 기억 그것이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덧없는 허무에 빠지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나는 내 시의 바탕은 내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적나라하게 표출코자 한 것이며, 또한 그 기억을 시라는 보관함속에 저장하고자 시도했다. 이제 앞으로는 그래도 아직은 소멸되지 않고 다만 수축된 잠재감성을 끄집어내어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품어야겠다. 가슴을 열어야 겠다. 예민한 동물적 촉감을 활용하여 내 감성을 찾고자 한다. 사랑이 어떤 모습을 하고, 어디에 있는지, 구석구석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이성두(李成斗) 호는 천봉

현대시선 시 부문 신인문학상, 현대문예 수필부문 우수작가상

문학채널 시시詩詩한 남자문학상, 열린동해문학 수필부문 장원급제대과 대상

설봉문학상 전국공모전 대상

알라디너스, 다솔문학 회원, 들꽃문학 회원, 대경국보문학 사무국장,

시인마을 동인

시집 : 『이브의 눈물』, 『행복한 줄도 모르고』 『달밤달밤 발밤발밤』

『바람의 눈빛으로』

동인지 : 아버지의 강, 수레바퀴10, 여울아라, 우티스, 꿈엔들엔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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