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으며

어떤 하루

이성두︱시인᠊수필가


건강검진 차 병원에 가면 다분히 긴장하게 된다.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일주일 전 그날, 검진하면서 내 속을 남에게 온전히 내놓았다.

눈으로 보이는 것 외에는 며칠 시간이 필요하다.


죽을까봐 두려워 수면내시경을 거부하던 큰딸의 황당한 용기를 보고는 나 또한 한때, 리얼타임으로 내 속 구석구석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괜히 부리는 만용 같이 쓰잘데 없는 짓이라 결론 내리고는 다시는 무모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건감검진은 마치 재판정에 앉은

피의자처럼 괜히 마음 조이는 입장이 된다.

검사하고 난후 의사의 소견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순간은 참으로 긴장의 시간이다.

비약적이지만 검강검진을 해보면 법정의 피의자 심정도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그날따라 점심도 간단식인데다,

저녁도 굶었고 익일 아침도 굶었다. 더불어 내 속에 가득찬 욕심의 증거들을 하나하나 모두 다 내놓았다.

태초의 사람이 되기라도 해야 비로소 눈으로 보는 진료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속을 모두 깨끗이 비워냈다.


아무튼 나는 눈을 감은 아담이다. 갈빗대를 떼는지 무엇을 떼어내는지 알수 없지만, 분명 나는 태초의 시간으로 간 것이다.

집행자는 애초에 언약이던 서약이던, 계약한 대로 집행하는 것이기에 아마도 그는 단호하기만 한 것이다.

속을 디지고는 그것도 모자라 피와 소변을 체취해서 그것까지 상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다.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오늘 다시 병원에 갔다.

기다리는 시간은 긴장이다.

거기 있는 사람 모두가 긴장으로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두 손이 서로를 원하듯 끌어안았다.

그러자 내 이름이 불렸다.

명경대 앞에 선 것이나 다름없이 긴장이 너무 무겁다.


나는 아직 나의 욕심의 말로를 익히 알 수없지만, 어느 평생에 욕망을 쫓아다니지 않는 사람있으랴.

알고보면 병이란 결국 인간의 욕심 탓이리라.

순간 오욕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본다.


침묵으로 눈치만 살피는데 의사는 아직도 혼자 생각에 바쁘기만 하다. 십 분이 넘었을 거다. 한참이나 내 속을 들여다 보고 또 보고는 한 마디 한다.

내 숨을 만들고 있는 부분에 의심이 조금 있으니 CT를 찍어보잔다.


특정 부위에 결절이 의심 된다니

즉시 CT를 찍었다.

"숨 들이세요, 숨 참으세요, 숨쉬세요."

세 번 정도 반복하자 끝났다.


상황 예기를 들은

큰 딸과 둘째 딸이 걱정 되었던지 오지 말라고 했는데 쫓아왔다.

두 딸이 보호자처럼 따라 붙어 의사를 만났다.


예전에 아픈 적 있습니까?

아니요

담배 피운 적 있습니까?

얼마동안 피웠습니까?

한 이십 년


두터운 흔적이 조금 있네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긴 숨을 내 뱉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아빠, 쫄았제?"

"그럴거 같아서 우리가 왔지."


허리 삐긋 한 게 다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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