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리움

개구리 소리

이성두︱시인᠊수필가


지난 일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것은

이 또한 나이 탓인가

듬성듬섬 떠오르는 상념들이

시간을 붙잡고 시간을 물어뜯는다


내 삶의 자국들

어디서 어떻게 살아 왔는지

문득 되새김해 본다


송현동으로 중동으로 황금동으로 본리동으로 대명동으로 봉덕동으로 남산동으로 내당동으로


그 흔적을 찾아보고 싶은 것도

늙어간다는 증거인가


십칠 년이나 아버지를 먼저 보내시고

외롭다는 표정조차 지을 틈조차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내 어머니, 그토록이나 담담하시던 표정이

아니 담담할 수밖에 없던 그 어려운 삶의 IMF 시절이었다

어느날 문덕 홀로 어두움 속에서 뒤돌아 앉은 내 어머님의 훌쩍임이 외로움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 저렸던 기억이 불쑥 되살아난다


우리들 어머니도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자이었음을 모르고 산 자신이.무척이나 우매하고 부끄러웠다


왜 그랬을까?

어머니는 그냥 내 어머니이기만 한 것이다

여자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편협된 시간 속에 살았던가.

후회가 막심하지만 어머니는 오래 전에 떠나시고


아, 돌아보면 내 삶의 순간들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바둥거리면 바둥거릴 수록 여유도 메마른 것

긴장하지 않고 참 인생을 즐기는 자세를 버렸으니 삶이 다 그리 팍팍했던 거 아닌가

그 모든 삶에서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가 그래서 그런가


굳이 살고난 집은 재개발 되어 떠나온 나를 씁쓸하게만 했다

그래서 내가 살았던 동네는 모두 내 어린 흔적을 티끌 만큼도 찾을 수 없더라

고항도 그리움도 모두 재개발 되어버리고 없더라


무엇을 탐하고 살아 왔는가?

진정 무엇이 행복인가?

그래도 내게 남은 것은 그리움이네.

아, 개구리 소리 요란하던 두류산 기슭,

잠자리 잡으러 쫓아다니던 성당못이며 감삼못.

그 사이 논두렁 옆에 울던 소리들

그립다.


왜곡된 그리움 한조각을 가르키며 빈정거려 본다


어떤 모순


아이들 소리 정겹던

집터 밭터 놀이터

다 어디로 갔는가


멀리 떠나간 개구리

빼앗긴 보금자리 내 놓으라고

울고 있구나


부모, 형제, 친구 모두 흩어지고

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

좋은지 나쁜지 구분도 없이

이 벽, 저 벽 속애서 웃고 있구나

배만 두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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