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감성
어느 햇살 가득한 오후. 카메라를 들고 공원으로 나섭니다. 앵글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햇빛에 반짝이는 잎사귀와 꽃들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사로잡힙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마치 새로운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익숙한 골목길도, 매일 지나다니던 나무도, 늘 보던 하늘도 렌즈 너머에서는 낯설고 신비로운 풍경으로 변했습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햇살의 섬세한 움직임,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의 춤, 건물 벽에 드리운 그림자의 농담까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 듭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순간의 감성과 감동이 영원히 기록되고, 작가는 그 기록의 증인이 됩니다.
어둠이 짙어지는 저녁.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눈에 담기지 않는, 수많은 별들을 담아봅니다. 별빛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작은 떨림으로 이어집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밤하늘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마치 거대한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밤하늘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됩니다. 시선을 옮겨, 더욱 광활한 은하수를 마주할 때면 우주의 신비로움과 존재의 작음을 동시에 느끼며,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게 됩니다.
별들이 가득한 깊은밤, 가장 좋아하는 서재로 향합니다. 창가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펼칩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종이 냄새, 그리고 따뜻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이야기들... 그 모든 것에 포근하게 안기는 기분이 듭니다. 책 속의 세계에 빠져들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은 큰 위안과 행복을 줍니다.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책 속의 이야기들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찰나의 증인이 되고, 밤하늘을 흠모하며, 지면을 따라 여행하는 언뜻 평범해보이는 시간들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순간이 다른 누군가에는 삶의 감성을 채워주는 소중한 순간들이 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향기를 만들어냅니다.
테드님, 안녕하세요. 여름밤입니다! 찰나와도 같았던 연휴가 지나고 다시 주말이 되었어요. 모든 직장인들이 비슷하겠지만 연휴 이후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연휴는 즐겁게 잘 보내셨나요? 저는 본가에 다녀왔는데 어버이날을 기념해서 소소하게 축하도 하고 근교도 놀러갔다오면서 아주 푹! 쉬고 왔어요.
제가 지난 편지에서 어려운 책을 읽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현재 읽고있는 책은 니체의 철학책이에요. 이번 독서모임 책이라서 반강제로 읽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연휴동안에 열심히 읽었답니다. 이북으로 책페이지수가 800페이지가 넘다보니 분량도 굉장한데 사실 아직 추천은 못해드리겠어요 .. 왜냐하면 읽고있는 저도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거든요. 책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면 도저히 페이지가 넘어가지지 않아서 그냥 쭉쭉쭉쭉 읽어나가고 있어요. (글자를 보고 넘긴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철학책을 거의 처음 읽어보는거라 너무 어렵기는 한데 또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다는 감정이 모순적이지만 들고 있어요. 혼자 읽으라고 하면 절대 못읽었을 책이기 때문에 강제로라도 읽고 있는 지금이 뿌듯하더라구요.
저는 책을 자주 읽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책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기는 해요. 책을 읽다가 문득 잡생각이 끼어들때가 많은데 그러다보면 흐름을 놓쳐 다시 앞문장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제가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책을 읽는 동안에는 핸드폰을 저멀리 두거나 아니면 백색소음이 담긴 영상을 틀기도 해요. 이것저것 시도해봤을때 저한테 가장 좋았던 것은 북카페에 가는 것이었어요. 잔잔한 음악이 배경음으로 깔리면서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저도 같이 책에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집에서는 도저히 읽히지 않는 책들은 북카페에 들고 가면 책을 다소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북카페에 자주 가는 편이에요. 여러 북카페를 가보며 제가 좋아하는 취향의 북카페를 찾아나가고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 곳에 북카페가 있답니다. 혹시나 읽기 어려운 책이 있다면 북카페에 가서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지난번 말씀드렸던 등산은 그저 좋았었어요. 일단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했어요. 제가 미세먼지에 약간 예민한 편인데(미세먼지 어플로 매일 체크해요) 그 날은 미세먼지도 없는데다 맑고 습하지 않아 쾌적한 날씨였거든요. 여름이 되면 등산하기 어려워지니 지금이라도 많이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5월중에 한 번 더 다녀올 예정입니다!
테드님이 적어주신 촌캉스 이야기도 잘 읽어보았어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를 들을때만큼은 세상에 나만 남겨진 것 같이 마음이 고요해지더라구요. 별이 총총 떠있는 밤하늘도 보셨다니 너무 부러워요.
저는 원래 하늘보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밤하늘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퇴근길에도 종종 하늘을 보는데 건물들의 불빛이 너무 밝아 제대로 된 별 본지가 꽤나 오래됐어요. 그래서 여행을 가면 밤하늘을 보려고 숙소 근처에서 늘 짧게나마 산책을 하고는 해요. 빛이 없는 깜깜한 곳에서 넓은 밤하늘을 빛내는 별들을 보면 한없이 제가 작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어요. 유튜브에서 우주 관련 영상을 볼때면 이런 감정이 더 커져서 이 넓은 우주에서 내가 생각을 하고 삶을 살아나가는게 문득 신기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몽골에서 은하수도 꼭 보고 싶어요. 이전에 별 보는 곳으로 유명한 강릉의 안반데기를 다녀왔었는데 은하수를 보지는 못했지만 수없이 많은 별들을 봤었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인상깊게 남거든요. 테드님의 촌캉스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별이야기로 새어버렸네요.
그나저나 제가 보내드린 사진을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언젠가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사서 찍어봤었는데 당시에 필카 감성에 제대로 꽂혔었어요. 그래서 필름카메라를 중고로 구해서 한때 찍었었고 (몇개월..?) 사진색감이 예쁘게 찍히는 리코라는 카메라까지 나름 거액을 주고 구입했었어요. 리코는 물량이 소량으로 풀려서 알람까지 맞춰서 구입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제가 굉장히 애지중지 아끼면서 어디 나갈때마다 리코를 열심히 챙겼지만,,, 현재 결말은 당근마켓이에요. (반전!) 초반에는 열심히 잘 가지고 다녔는데 점점 귀찮아지면서 리코와 사이가 멀어졌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태국 끄라비로 여행을 떠나기 전, 리코와 다시 친해지기 프로젝트를 스스로 하고, 만약 여기서 가까워지지 않는다면 리코를 보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끄라비까지 리코를 데리고 갔지만 단 한 컷도 찍지않아서 결국 다른 좋은 주인에게 리코를 보내주었어요. 사실 간편하게 찍는 것은 스마트폰이 최고긴 하지만 필름카메라가 주는 감성은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몇 달 뒤에 인화를 하기위해 필름을 보내는데요. 인화된 사진을 메일로 받을때면 아, 내가 이때 이런걸 찍었구나.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마치 6개월 뒤에 나에게 쓰는 편지를 받는 느낌이에요. 테드님이 사진 이야기를 해주셔서 저도 잊고있었던 카메라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테드님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지네요.
여행을 많이 다니셨으니 자연스럽게 사진도 많이 찍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내주신 여행에 관한 글은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개인적일 수 있는 글을 선뜻 공유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에 비해 지난번 짧은 답장에서 전달드린 제 글은 보잘 것 없지만 ,, 그래도 아주 짧게나마 기록을 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앙코르 와트는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것도 영화에서는 봤었어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영화에서 양조위가 갔었던 장소거든요. 영화에서는 길게 나오지않아 상세하게 보지는 못했는데 테드님의 글은 영화 그 이상의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여행지에서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아, 좋았다. 하고 끝이 아닌, 더 넓고 깊숙하게 사색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테드님의 글을 통해 느꼈어요. 글이 너무 멋져서 저도 다음달에 여행갈때 가능하다면 10줄 넘게라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혹시나 제가 쓰게된다면 자랑스럽게 공유해드릴게요.
테드님이 적어주시는 영화에 대한 감상은 또다른 재미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제가 공감하는 부분들도 있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캐치해서 적어주시니 영화에 대한 생각이 보다 더 넓어지는 느낌이에요. 김씨표류기 영화는 추천이 많던데 아직 보지는 못했어요! 조만간 보게 된다면 감상평을 편지에 녹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편지로 써주시는 내용들이 뭐 하나 빠질 것없이 의미있는 내용들이라 늘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편지를 잘 쓰고 있는건지, 답장을 잘 하는게 맞는건지 의구심이 들때가 가끔 있어요. 제가 조금은 어설픈 내용들을 보내더라도 테드님이 그걸 잘 받아주셔서 지금까지 편지가 잘 이어진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늘 배려해주시는 덕분에 편하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테드님이 저번 짧은 편지에서 말씀주셨던 오프라인 대화에 대한 고민을 나름 해봤는데요.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 것이 아닌데 아무래도 시작이 편지친구이다 보니 조금 더 고민이 됐던 부분이 있었어요. 어찌됐건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저도 실제로 만나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나눠보는 것에 긍정적이라는 것입니다! 한결 여유로워지면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오늘 편지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보려고 해요. 5월은 4월보다 심적으로 편안한 한 달이 됐으면 좋겠어요. 테드님에게도, 저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지난번에 공유해주신 달리기 목표 달성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하셨을 것이 분명해요. 그럼 다음 편지에서 뵐게요.
25. 05. 11, 여름밤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