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에 존재하는 것들
그 창문은 단지 한 가구의 일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잠시 맞닿는 경계처럼 보였다. 바깥의 공기는 차갑고 묵직했으며, 벽에 남겨진 189라는 숫자는 그곳에 축적된 수많은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숫자는 침묵 속에서 묵묵히 존재하며, 인간의 삶이 얼마나 덧없고 반복적인지를 상기시키는 듯했다.
창문 안쪽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그 자세에는 어떤 평온과 체념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고양이는 인간처럼 미래를 고민하지도,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순간에 충실했을 뿐이었고, 바로 그 점에서 인간보다 훨씬 완전한 존재처럼 보였다.
방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자신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냉장고 위에 붙은 메모들과 자석들은 사소한 일상의 단편들이었지만, 그 사소함이야말로 그의 삶을 구성하는 전부였다. 위대한 결단이나 극적인 사건은 없었다. 대신 반복되는 날들, 미뤄진 생각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들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었다.
불빛은 따뜻했지만, 그 따뜻함이 인간의 마음까지 온전히 데워주지는 못했다. 둘은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듯 했으나, 사실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둘은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밤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삶의 본질은 언제나 이렇게 조용한 순간들 속에 숨어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때,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Ottawa, Ontario, C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