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는 태도
밤은 쉽게 물러가지 않았다. 오래 붙잡고 있던 생각처럼, 바다는 여전히 어둠의 온도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분명하게. 밝아진다는 것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결과라는 사실을 이 시간은 알고 있었다.
사람은 종종 새해를 경계로 삶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어제의 자신과 오늘의 자신 사이에 선명한 선이 그어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숨 쉬는 방식도,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도 그대로다. 다만 또 다른 하루를 무사히 건너왔다는 사실만이 조용히 남는다. 그것은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한 무게를 가지고, 삶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울게 만든다.
많은 변화는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기 쉽다. 설명도 필요 없고, 증명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누적될 뿐이다. 인간의 결심이 대개 그렇듯, 크고 단호한 선언은 오래가지 않지만 이런 미세한 차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루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해도, 삶의 방향을 조금씩 이동시킨다. 그리고 그 작은 이동은 언젠가 분명한 거리를 만든다.
새해는 약속이 아니라 태도다. 지켜지지 않을 다짐을 쌓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대하는 방식이 아주 조금 달라지는 시점에 가깝다. 오늘의 빛처럼 크지 않아도 되고, 눈부시지 않아도 된다. 다만 매일 조금씩 어제를 밀어내며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바다가 그러했듯, 사람도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Jumunjin, Gangneung,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