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나, 어디까지 알고 있나

몸과 마음의 정렬

by 해랑

거울 앞에 섰어요. 익숙한 얼굴인데, 낯설었죠.


필라테스 실기 시험을 준비하며 이상적인 자세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1년의 시간이 있었어요.

동작 중의 내 몸을 볼 수 없기에, 여러 각도에서 영상을 찍고

세밀하게 피드백하는 일을 반복했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에 허벅지는 강하다고 믿었지만,

그 속은 불필요한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출산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하복부는 여전히 힘을 쓰지 못했고,

발의 정렬 또한 늘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었지요.


30년 넘게 이 몸으로 살아왔는데,

저는 제 몸을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그동안 내 몸을 ‘사용’하기만 했지,

‘인지’하며 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몸을 관찰하는 일은 단순한 자세 교정이 아니었어요.

‘왜 허리가 잘 세워지지 않을까?’

‘왜 오른쪽 어깨만 올라가 있을까?’

이런 끝없는 질문들은 어느새

제가 살아온 습관과 시간들에 대한 대답으로 이어졌지요.


허리가 잘 세워지지 않는 이유는,

소파에 구부정하게 앉아 핸드폰을 보던 제 모습 속에 있었어요.

오른쪽 어깨만 올라간 이유는,

아이를 늘 한쪽으로 안고 다니던 제 일상 속에 숨어 있었지요.


거울은 그저 제 모습을 비추는 유리가 아니라,

제가 얼마나 ‘나’를 모른 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창이었어요.


필라테스의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Body, mind, and spirit must act as one.”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필라테스는 겉보기엔 몸을 쓰는 운동 같지만,

사실은 이 세 가지의 조화를 향한 도전이에요.


몸의 정렬을 맞추는 일은 결국 내면의 정렬을 회복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몸도, 심리적으로 완벽한 마음도 없지요.

누구나 조금씩 비틀려 있고, 불완전합니다.


하지만 내 몸을 끊임없이 인지하고,

올바른 자세를 향해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어요.

그 반복의 시간들이 결국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길을 열어 주니까요.


오늘도 저는 거울 앞에 섭니다.

여전히 어깨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요.

어쩌면 제 삶도 지금,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일과 휴식, 남과 나,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언제나 한쪽으로 조금 더 무게가 쏠려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방향을 인지하며, 천천히 균형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