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인원 0명, 오늘도 제 수업은 폐강입니다

숫자에 흔들리는 우리

by 해랑

필라테스 그룹수업 예약창을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숫자예요.

“0명”

그 숫자가 그렇게 차가워 보일 수가 없었어요.


다른 선생님 수업은 금세 마감되는데

제 수업은 종종 폐강이 되기도 했어요.


‘내가 초보인 게 너무 티가 나나 봐’

‘내가 수업 중에 했던 말이 기분 나빴던 걸까?’

‘난 티칭에 재능이 없는 건가 봐 ‘

혼자서 끝없는 이유를 찾으며 스스로를 깎아내렸어요.


“엄마, 나 오늘도 폐강될 것 같아.”

속상한 마음에 엄마와 이야기를 하던 중,

엄마가 이렇게 말했어요.


“괜찮다. 누구에게나 팬은 있더라. 너한테도 생길 거야.”

그 말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어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것은 그들의 몫이다.



회원수, 평가, 반응.

이건 다 제 통제 밖의 일이었어요.


하지만 내 자세, 내 말투, 내 수업의 진심은

온전히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래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기로 했어요.

내 몸을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 깊은 움직임을 느끼는 것,

조금 더 공부하고, 조금 더 성장하는 것.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회원들에게 전해질 거라 믿어요.


우리는 다 숫자에 흔들려요.

좋아요 수, 팔로워 수, 매출, 참석 인원까지요.

살아남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모두 목표가 있고, 욕심이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싶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움직 일순 없어요.

그건 물처럼 흘러가게 두고,

그 대신 내 안에서 움직이는 것들

‘호흡, 생각, 마음의 방향’

그걸 더 부드럽게 조절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누군가에게는 하루에 딱 5분,

커피 내리는 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짧은 산책,

또 누군가에겐 밤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오늘 잘한 일 한 가지’를 적는 시간일 수도 있죠.


숫자는 흘러가지만, 중심은 남아요.

저도 여전히 숫자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중심을 알아주는 나만의 팬도 생기지 않을까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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