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by 명랑한자몽



사랑해. 진짜 마음 가득이야.
뽀뽀해 주고 가야지.
한 번 안아줄래?




과장을 조금 보태서
정말이지 저 말을 50번은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들이 귀찮아하며 내 뜻대로 애정표현을 해주지 않아도
자존심 상하지 않는다.

혹 그녀가 그녀 인생의 70%가 넘는 시간을 보낸 나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해도 섭섭지 않다.(아주 쪼금 그냥 쫌 그럴 뿐이다. 진짜다.)



그냥 툭 던지는 '사랑해'에 기쁘고
자기 전 내 손을 꼭 쥐는 작은 손에 행복하며
천 번 만 번을 받아도 뽀뽀는 달콤하다.
하루에도 나를 들었다 놨다
내 안의 악마를 수억 번쯤 발현시킨다 해도
어쨌든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존재.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맹목적으로 자존심도 없이 사랑해 본 일이 있을까?


젊은 날의 내가

소위 사랑이란 걸 할 때 나는 어땠나 생각해 본다.

자존심을 꽤나 챙기는 여자였던 것 같다.
튕기고
맘에 없는 소리 하고
함정을 넣어 질문을 건네고(이거 다들 아시죠? 다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
독하게 굴어놓고 애교로 슬쩍 넘기기도 하고

아무튼 퍽 아주 착한 상대는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때도 그건 분명 사랑이었는데..

사랑의 모양은 참 여러 가지인가 보다.
이렇게 자존심도 없는 사랑을 내가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사랑이 결국은 짝사랑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외할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부터 흘리는 우리 엄마를 보면 알 수 있고,
우리 엄마와 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
내가 최선으로 생각한 사랑의 액션도
엄마의 아주 베이직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니까.


그래서 알고 있다.
이 사랑은 결국 짝사랑으로 끝날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사랑이 짝사랑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나 행복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참 신기한 사랑의 시간이다.


오늘도 실컷 짝사랑만 하다 그들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난 이렇게나 구질구질(?)하게 짝사랑을 하고 있다고 자랑해 본다.

어제도 짝사랑하느라 고생하신 분들,
주말도 짝사랑 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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