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쇼핑이 참 좋았다.
보는 것도 좋았고, 물론 사는 건 좀 더(아니 그래 훨씬) 좋았다.
쇼핑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돈을 벌게 되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것이라면 이것이었겠지.
사실 어쩌면 '딱' 하나만 이라는 건
애초에 한 번도 계획에 없었던 것일지도.
그렇게 이것은 그것과 어울리고
그것은 또 저것과 어울리어
그렇게
한결 가벼워진 지갑일지라도 이렇게 서로들 어울리고 하니
이것은 합리적인 소비였다 자부하며 뿌듯하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다보니 혼자일 때와는 달라질 수 밖에 없었고
이전엔 내가 이 옷을 사야할 이유를 천 가지 정도 대 가며 합리화 했다면,
언젠가부터는 나의 옷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된 것이다.
물론 결혼과 육아라는 타의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나는 이제 물욕의 노예가 아닌
합리적 소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끝?
그냥 물욕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이었다..
자기..
돈 많이 벌어와..
미안미안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