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구질구질하게.
자존심도 없어?
헤어짐에 쿨하지 못함에 대해 비난하던 애송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프고 혹독한 이별을 경험하게 되면서
울며 불며 매달리는 드라마 속 누군가에게도
헤어짐을 준비하는 친구의 이야기에도
아니
흘러가는 이별 노래에도 이미 그 주인공이 되어 눈물 줄줄 흘리는 이가 되어 버렸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경험해보아야 안다.
너에게 들려져 있을 땐 아주 작은 공깃돌인 줄 알았던 그것이
나에게 안겨진 그때서야 얼마나 무거운 바윗돌이었는지 알게 된다.
나에게 육아도 좀 그렇다.
아침을 먹이지 않는 엄마에 대해
게으른 것 아닌가 혹은 신경을 좀 못쓰시나 보다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식욕이 왕성하신 1번과
뭐 불만과 요구사항이 많은 2번을 키우며
식욕이 없는 아이와의 식사시간은 얼마나 괴로운 미션인지,
안 그래도 정신을 쏙 빼놓는 아침시간에 수백 가지 요구사항에 모두 친절하게 응대하기란 얼마나 무거운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평생 샤랄라 잠옷을 입고
향기로운 꽃내음 풍기며
'어머 자기 왔어요?' 할 사람인 줄 알았다.
샤랄라는 아이들을 쫓아다니기에 귀찮으며
향기로운 꽃내음은 도저히 씻을 틈을 주지 않는 전시상황에서 사치였고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곤
구세주를 맞이하는 느낌의 '어머 자기 왔어요?' 뿐이다.
감사하게 초록창 메인에 올랐던 온라인 집들이 편에서의 우리 집은
사실 상시 보기에는 좀 어렵다.... 허허
실상을 공개하자면,
쉬는 날
윗집 아이의 방방 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느껴졌다.
물론 성격상 한 번도 뭐라 말하진 못했지만
속으로 욕을 천만번쯤 했던 것 같다.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뒤돌아 입을 삐쭉거리기도 했고,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뛰는데 가만 두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걷는 것조차 쿵쾅이인 것이 아이들이다.
어떨 땐 '일부러 나를 곤란하게 하려고 저렇게 더 쿵쾅거리나?'싶을 정도로
몸도 가벼운 게 왜 그렇게 쿵쾅거리는지 모르겠다.
여자아이인데도 이러니 남자아이들 엄마는 얼마나 마음 졸일까 싶다.
뭘 감기 따위에 그럴까? 싶었다.
감기 따위..
감기 따위라니!!!!!!!!!!!!!!!!!!!!!!!!!!!!!!!!!
감기는 없던 식욕도 더더더더더 0으로 수렴하게 한다.
없던 체중도 내려갈 곳이 어디 있다고 더 내려가게 한다.
유일하게 나에게 쉬는 시간인 밤 조차도 앗아가는
세상 제일 무서운 존재이다.
오 주여 또 환절기가 왔군요.............
나도 내로남불이었나 보다.
내가 겪지 않아서 몰랐던 일.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을 (오늘 뭐가 이렇게 어휘 선택이 철학적?)
제가 감히 삐죽거리고 흉봤던 육아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 올리옵고,
혹시 예전의 저처럼 생각하고 계신 분 있으시다면
부디 엄마들을 좀 더 너그럽게 봐주십사 감히 부탁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