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것
이것에 난 너무 놀랐다.
내가 중장년이라니
19세가 아니라 64세의 바운더리에 함께 묶이는 사람이라니.
물론 소위 말하는 90년생들의 화법을 세상 시원하다 느끼면서도 공감은 잘 못하는 걸 보면
참 오히려 라떼제너레이션이 어울리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니 뭐 저 생애주기가 아주 말도 안 되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나이는 만 나이라고 한다고 그럴싸한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도
으악 그렇다.
나는 중년의 시작에 있다.
난 여전히 히피 머리이다.
봄이 오면 초록색 세인트제임스티에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하얀 펀칭스커트를 덧대어 입고는 신이 난다.
벚꽃에 마음이 일렁이고,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며 로맨스물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런 동시에 나도 모르게 꽃 사진을 찍어대고,
탑 100은 잠깐도 버거우며 쿨, 토이, 리치, 소울스타로 채워진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다가
무엇보다 어느덧 18, 13kg에 육박하는 나의 사랑하는 두 친구를 보면 양심적으로다가 이젠 인정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난 분명 27살 이후로 내 나이의 셈을 하려면 다량의 이성이 필요한데
난 아직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나는 느리게 가고 있는데
나이는 자꾸만 혼자 빠르게 가서는 얼른 따라오라 한다.
과연 내가 나이와 발맞춰갈 수 있는 때가 살아가는 동안에 오기는 할까
아마도 단언컨대
나는 계속 이렇게 나이보다 열 걸음 백 걸음은 더 더딜 것 같다.
문득 떠오른다.
복직 후 간단히 나를 소개하던 자리에서 27살 동료가 내 나이를 듣고는 놀라며
‘진짜 동안이세요.’ 했던 게 내 얼굴이 아닌
나잇값 못하는 내 머리스타일과 옷 때문이었나 싶어서 괜히 찜찜해진다.
메리제인슈즈를 사랑하지만 머리 속엔 라떼가 채워진
이 아이러니한 중년(?)의 시작을 슬기롭게 지나간다는 건
아무래도 쉽지가 않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