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Airplane pt.2
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구 캐럿(세븐틴 팬덤), 현 시즈니(NCT 팬덤)이지만 입덕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아미(BTS 팬덤)보다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잘 알 거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BTS’ 플레이리스트가 따로 있을 만큼 그들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팬은 아니기에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자체에 대해, 또 멤버 개개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떠한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는지 그런 것들 역시 잘 모른다. 그럼에도 꼭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방탄소년단의 타이틀곡 외에 수록곡 중에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명곡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Lost, Pied Piper, Rain, 고엽, Magic shop, 보조개, Butterfly, Love Maze, 낙원, Euphoria, 소우주, 잠시, …’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수록곡 중에서 최애곡을 정하기 위해 ‘최애곡 월드컵’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중 우승을 차지한 나의 최애곡은 바로 정규 3집 LOVE YOURSELF 轉 'Tear'의 수록곡 <Airplane pt.2>이다.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이 해외투어를 돌며 호텔, 비행기 등에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곡으로, ‘아무리 높은 곳에 있더라도 결국 우리에게는 어린 시절 꿈꾸던 음악을 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제이홉의 믹스테입 곡 <Airplane>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곡이기에 ‘Airplane’에 ‘part.2’를 더해 <Airplane pt.2>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다.
<Airplane pt.2>의 제이홉 파트 ‘구름 위를 매일~’ 부분도 믹스테입 곡 <Airplane>에서 그대로 가져와 실은 것이다. (<Airplane pt.2>의 01:57~02:23과 위의 영상의 01:57~02:28) 두 곡의 비피엠이 달라서 파트가 끝나는 시각은 다르지만, 동일한 파트가 똑같이 1분 57초에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디테일은 케이팝 덕후의 심장을 뻐렁치게 한다.
<Airplane pt.2>는 리드미컬한 템포가 인상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라틴 팝’ 장르라고 한다. 낯설고도 신선한 리듬에다 심오하고 독특한 멜로디까지 섞여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독보적인 분위기의 곡이다. 음악은 따라부르고 싶은 곡이 있고 듣고만 싶은 곡이 있는데 나에게 이 곡은 후자에 더 가깝다.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이 직접 곡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도대체 어떤 레전드 개천재 멤버가 이런 명곡을 만들었나, 하고 보니 RM, 제이홉, 슈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보는 낯선 영어 이름들이었다. (힛맨뱅 씨도 제외) 그런데 그중 알리 탐포시는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 디제이 스네이크의 ‘Let Me Love You’를 만든 작곡가라고 한다. 두 곡 모두 팝송 문외한인 나조차도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다. 알리 탐포시 외에도 유명인들이 곡 작업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 곡은 ‘멋’이 있는데 그 멋이란 솔직한 가사에서 나온다. 앞서 말했듯 이 곡은 방탄소년단의 진솔한 감정을 담아낸 곡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직 노래 심장을 뛰게 하던 thing
하나뿐이던 길을 걸었지만 쉽지 않아 실패와 절망’
‘하루는 너무 잘 돼 그 다음 날은 망해
오늘은 뭐로 살지 김남준 아님 RM
스물다섯 잘 사는 법은 아직도 모르겠어’
이 노래가 발매되었던 2018년 당시에도 방탄소년단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중이었다. 그냥 대충 성공한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탑을 찍고 세계적으로도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인생 참 행복하겠다, 싶었는데 그런 나의 편견을 박살내버린 가사였다.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좋아 보이기만 했던 그들도 때로는 실패와 절망을 하며, 미래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게. 그리고 내가 이런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데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나름 반성을 했던 기억이 난다.
‘We still 세상 어딜 가도 We still 호텔방서 작업’
‘I don’t know I don’t know I don’t know I don’t know
그래 멈추는 법도
I don’t know I don’t know I don’t know I don’t know
그래 좀 쉬는 법도’
‘몇 년 동안의 비행 탓에 마일리지만 몇 십만 대’
그들은 해외투어를 돌고 있는 와중에도 호텔방에서 작업을 하고, 쉴 틈 없이 달려만 왔기에 쉬는 법도 모른다고 말한다. 잠잘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10년 이상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10년은 무슨, 대부분 1년도 못 버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그냥 go’
‘그 누구든지 뭐라던 그저 계속 퍼스트를 지키며
밤 하늘을 볼게 지금 내 자리에 맞춰’
‘이 세계 어디서라도 난 노래하리’
수많은 고민과 숨 가쁜 시간 속에서도 그들은 ‘그냥 go’ 하겠다고 말한다. 바로 이러한 삶의 태도와 직업의식이 내가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다. 내가 가야 할 길을 꿋꿋하게 걸어나가겠다는 의지는 그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2021년, ‘이 세계 어디서라도’ 노래를 하는, 세계 최정상의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정말 완벽한 서사가 아닌가? 내가 만약 아미였다면 <Airplane pt.2>를 들으며 굉장한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심볼은 지민의 음색이라 생각하는데 이 노래의 분위기와 지민의 음색이 아주 잘 어울린다. 내가 꼽은 <Airplane pt.2>의 킬링 파트도 1절 후렴의 지민 파트 부분이다. 직캠을 보니 끼도 대단한 것 같다.
참고로 가사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El Mariachi(엘 마리아치)’에서 '마리아치(Mariachi)'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전통 음악 양식을 말한다. 챙 넓은 모자 솜브레로(Sombrero)를 쓴 네 명 이상의 연주자들이 기타, 트럼펫,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며 자유로이 방랑하는** 음악을 뜻한다. 또한 같은 이름의 미국 영화 <엘 마리아치>(1992)도 있는데, 여기에서 주인공 ‘엘 마리아치’는 기타를 들고 떠돌며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악사다. 즉 El Mariachi는 라틴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가사이면서도, 자신들의 음악에 정진하고자 하는 방탄소년단의 의지가 담긴 가사라고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덕분에 국내외에서 K-POP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렇기에 아미가 아님에도 자꾸 그들을 더 응원하게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몇십 년이 지난 뒤에는 마이클 잭슨이나 비틀스만큼, 혹은 그보다 더 대단한 가수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폴 매카트니가 직접 ‘BTS를 보면 비틀스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듯, 어쩌면 진짜로 그렇게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LOVE YOURSELF 轉 'Tear' 앨범 소개에서 발췌
**오마이뉴스, <'월드컵 F조', 이것까지 알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2018.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