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127 – Superhuman
해가 바뀌는 순간에 듣는 노래가 그해의 운세를 결정한다는 K-미신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1월 1일에 처음 듣는 노래의 가사 내용대로 한 해가 흘러간다는 것인데, 새해를 무사히 보내길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이 반영되어 탄생한 미신이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 시작된 풍습(?)인지는 모르겠으나 해가 갈수록 각종 SNS에 업로드되는 #새해첫곡 게시물 수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이젠 제법 많은 사람이 이 미신을 실제로 믿고, 진지한 마음으로 새해 첫 곡을 정해보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작년 한 해 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 미신을 100% 믿게 되었다. 그래서 2021년이 되는 순간에 어떤 노래를 들어야 할지 12월 내내 고민이 많았다. 돈과 관련된 노래를 들을지, 운과 관련된 노래를 들을지, 사랑(=덕질)과 관련된 노래를 들을지…. 거의 한 달 동안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2021년 1월 1일 00시 00분, 내가 들은 노래는 바로 NCT 127의 <Superhuman>이다.
<Superhuman>은 2018년에 발매된 NCT 127의 네 번째 미니앨범 ‘WE ARE SUPERHUMAN’의 타이틀곡이다. 사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YEAH~! SUPERHUMAN!”이라 외치는 도입부가 너무 생소해서 적잖게 당황했다. 그 진입장벽을 넘기가 어려워서 NCT 노래를 랜덤 재생으로 듣다가도 이 곡이 나오면 다급하게 다음 곡으로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한 번도 끝까지 들어본 적도 없었으면서 당연히 내 취향이 아닐 것이라 여겼다.
나중에 이 곡을 제대로 들어본 후에야 음악은 도입부가 별로인 듯해도 일단 마지막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Superhuman>은 나의 NCT 127 노래 중 최애곡이자 내 ‘인생곡’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계를 넘어 Superhuman 이 순간 진짜를 봐’
‘뭐든 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한계를 시험해 Try’
‘충격을 넘어 소름 끼칠 엄청난 게 난 되고 싶지’
‘내가 먼저 끝을 말하지 않으면 끝이 아니야’
이 노래는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꿈을 이루고자 노력한다면 누구든 ‘슈퍼휴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서 ‘슈퍼휴먼’이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진화된 형태의 인간을 의미한다. 뮤직비디오 속 NCT 127 멤버들은 사이버틱한 의상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로보틱한 안무를 한다. 이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라기보단 로봇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혹은 인간이 로봇화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강인한 슈퍼휴먼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Cherry Bomb>, <소방차>, <무한적아> 등 네오(NEO)하기로 유명했던 기존 NCT 127의 곡들과는 다르게, 후렴구의 멜로디라인이 확실하고 곡의 기승전결이 뚜렷해서 이전 곡들에 비해 대중적이다. 다양한 EDM 요소가 결합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청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파워풀한 보컬과 랩, 임팩트 있는 안무로 NCT 127만의 강렬한 에너지를 담아낸 곡이다.
‘나의 꿈을 이뤄주는 건 나뿐’
‘나를 구하는 것은 나일 뿐’
무작정 웃는 얼굴로 ‘힘내’ ‘너는 할 수 있어’ ‘다 잘 될 거야’ 하는 식으로 응원해주는 곡들도 물론 좋다. <Superhuman>에서도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려 준다는 점에선 다른 곡들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곡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위의 도영, 마크 파트의 가사처럼 내 인생의 주체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을 강조하며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사는 게 힘들고 축축 처질 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신감이 없을 때, 스스로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없던 힘이 샘솟는 기분이 든다. 나는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곡을 들으며 머릿속을 환기하고 자신감을 충전한다. 에너지가 폭발하는 노래 후반부에 다다르면 마치 진짜 ‘슈퍼휴먼’이 된 것처럼 마음이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인터넷을 보니 누군가 이 노래를 듣고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진짜 내가 벽 부수고 나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 아주 적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자신감이 부족한 게 걱정이라면 비타민을 섭취하듯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Superhuman>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나는 가수들의 뮤비 리액션 영상을 즐겨 본다. 특히 NCT는 나의 최애 그룹이다 보니 NCT 127뿐만 아니라 NCT DREAM, NCT U까지 모든 뮤비 리액션 영상을 다 챙겨봤다. 그중에서도 이 곡의 뮤비 리액션 영상은 여러 번 돌려봤는데, 자신의 파트가 나올 때 화면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태일의 표정과 브릿지 파트 부분이 나올 때 마크, 쟈니의 반응이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정말 재미있다ㅋㅋ
비교적 대중적인 이 곡에서도 해찬의 매력적인 음색이 NCT만의 네오함을 살려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해찬은 음색이 좋고 가창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팔다리가 길쭉길쭉해서 춤선이 예쁘기로도 유명하다. 해찬은 나의 최애도, 차애도 아니지만 이 직캠은 최소 10번 이상은 돌려본 것 같다. 사심을 담아 추천하는 영상이니 다들 한 번씩 봐주었으면 좋겠다.
올 한 해는 나에게 있어 뭐든 잘 해내면서도 잘 버텨야 하는 해였다. 2021년이 절반 이상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견뎌냈다. <Superhuman>의 가사처럼 내가 먼저 끝을 말하지 않으면 끝이 아니다. 남은 5개월 동안도 나 자신과 함께 올해를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꿈을 이뤄주는 것도, 나를 구하는 것도 나일 뿐이므로.
*WE ARE SUPERHUMAN 앨범 소개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