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에 칼이 들어온대도 결혼 안 한다고요

<비혼수업> 리뷰

by 끼라


*2020년 11월에 쓴 리뷰입니다.


“이 당연한 삶의 한 형태가 책까지 나올 법한 특별한 일인 건가?” 프롤로그에 나와 있는 이 문장이 비혼에 대한 내 생각과 가장 맞닿아 있는 듯하다. 나는 내가 언제 비혼을 결심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언제 처음으로 “나는 결혼 안 할 거야”라고 소리 내서 이야기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살면서 여러 글을 읽고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을 뿐인데 그러한 것들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비혼=당연한 삶’이 된 것이다. 물론 페미니즘 운동에 있어서 비혼만 한 게 없기에 다짐을 더욱 확고히 한 부분도 있다.


나는 꽤 인복이 있는 편이라 주변에서 이런 소리를 안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20대 후반이 된 후에 ‘왜 연애 안 하냐’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냐’ ‘좋은 사람을 아직 못 만나서 그런다’ ‘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시집간다’ ‘나중에 외로우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런 말들을 벌써 여러 차례 들었다. 사실 벌써라기보다는 이제 시작에 더 가깝겠지만 이런 말들에 이미 질릴 대로 질렸다. 왜냐면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내 생각이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내가 틀렸고 자신이 옳다는 전제를 깔고 ‘어디 한번 말해봐라’라는 태도로 나를 교정하기 위해 말을 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말들은 고작 한두 번만 들어도 금방 진절머리가 나게 된다. 그런 무례한 말들에 막 지치기 시작했을 무렵, 아주 좋은 타이밍에 <비혼수업>이 발행되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비혼수업>은 비혼으로 살아가는 다섯 명의 여성이 쓴 책으로 ‘사회가 비혼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거시적 관점에서 시작하여, 비혼인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미시적 관점으로 점차 좁혀 들어가는 구성으로 집필되었다.’ 특히 비혼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금전과 관련된 정보들(부동산, 주식, 재테크, 보험, 세금 등)과, 즐겁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우리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비혼인들에게 아주 실용적인 책이다. 그와 동시에 비혼인들이 내면적으로 자주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다루어 비혼인으로서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무례한 말들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어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준다.


‘비혼은 결혼하지 않고 나 홀로 내 삶을 일구겠다는 삶의 형태이지,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또한 비혼이라고 해서 꼭 혼자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 혹은 누군가와 얼마든 함께 살 수 있다. 게다가 비혼 여성의 수는 아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비혼을 이야기하면 나중에 ‘혼자’ ‘외롭게’ 늙어갈 것을 굳이 걱정해준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혼자 있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은 자기 계발을 통해 얼마든 채울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은 자존감이 낮아지게 만들고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외롭더라도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만큼만 외로운 지금이 더 낫다고 본다. 사실 비혼인들은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


올해 <90년생이 온다>와 <역사의 쓸모>를 읽고, 이후 세대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여성 인권을 위해 힘써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이 책에서 문자화 된 나의 목표를 찾게 되었다. ‘후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먼저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사회가 정해놓은 가족의 형태에 속하지 않고서도 비혼으로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보여주고 싶다.’ 누군가 앞으로 나에게 왜 결혼 안 하냐고 물어보면 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겠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나의 자유와 커리어를 놓지 않기 위해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