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속 아슬아슬한 밧줄타기

by 박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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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두 양국 간에 알 수 없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방문이 이뤄질 경우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는 중국의 경고메시지와 군사적 행동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골자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불 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거친 말과 함께 군사들을 동원하며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격분을 하는 것일까.


우선 중국의 입장에서 대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다. 언젠가는 통일해야 할 중국의 영토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중에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면서도 대중국 포위망을 구성하고 대만을 끌어들여 중국에서 분리시키고자 하는 가능성이 중국의 포위망에 포착된 것이다.


최신 무기를 팔고, 반도체 동맹인 칩4를 형성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밖에도 대통령은 아니지만, 미국권력 3위인 하원의장이 군용기까지 탑승하고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대만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관계가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강 건너 불구경으로 치부할 수 없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군사적 긴장감이 한반도 저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중 간 군사적 충돌 시 주한미군의 역할 문제다.


주한미군은 2000년대 중반 한미 간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5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역외 우발 사태 등에 있어 인도·태평양 사령관에 여러 선택지를 제공할 위치에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 주한미군 동원으로 한국이 미국의 후방 기지 역할을 하게 되면 중국의 보복 위험이 커지는 건 물론, 대북 대비태세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게 된다.


군사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역시 중국의 경제 보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품목분류체계를 통해 주요 수입 품목을 전수 조사 한 결과, 국내 제조업체들은 2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부품 등 핵심 산업 소재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여 의존도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미국이 주도한 반중 경제 협의체 성격의IPEF에 가입과 함께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결성된 칩4동맹 검토가 이에 꼽힌다.


물론 현재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0.7%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힘 쓸 여력이 없고 의존도가 다소 낮아진 상황이지만 당장 중국과 선을 긋는 행위는 극도로 위험한 발상이다. 지난달 6월 관세청이 조사한 국가별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중국((1297만 달러)에 수출하는 비중이 기타 유럽권 국가를 전부 합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미국(977만 달러)과 베트남(483만 달러) 두 국가를 더해야만 겨우 중국의 발 끝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장에 중국을 배제하게 되면 반도체가 아닌 다른 분야까지 제재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이미 2016년 사드 사태 때 경험한 바 있다.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한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의 샌드위치 신세다. 아슬아슬한 밀고 당기기 속에서 외교, 정치 전반을 고려한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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