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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희 Jul 14. 2023

남과 여

세상 절반은 여자라는데

이제 법적으로 나이를 세는 방법이 만 나이로 바뀌었다. 나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태어난 나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 스물여섯이다. 오랜 시간을 한국식으로 나이를 계산했기에 아직은 어색하지만, 군대에서 보낸 시간을 돌려받은 느낌이라 그리 싫지는 않다. 실제로 변한 것은 없겠지만.




한국식 나이 계산으로 스물여섯에 마지막 연애를 끝내고 워커홀릭으로 정신없이 지냈다. 문득 돌아보니 벌써 나이는 스물여덟이다. 학생 때처럼 시간이 천천하 가는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빠른 느낌도 아닌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1년씩 시간이 지나가 있는 것이 오묘하다. 서른도 금방 다가오겠거니 생각이 들어서 그럴까?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는 왠지 모르게 더 서글퍼졌다.


내가 일에 미쳐서 사는 동안 친구들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약혼을 하고 동거를 하는 친구도 있고, 무려 10년을 연애했다가 헤어진 친구도 있다. (물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사귄 그 커플은 금방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결혼을 미루던 친구들이 파혼하기도 하고, 사랑을 이어가는 지인들에게는 청첩장이 쏟아졌다.


그와 다르게 연애 중을 띄웠다 지웠다 반복하는 친구들도 있고, 나처럼 솔로 기록을 경신하는 친구들도 있다. 한국이 확실히 좁기는 한가 보다. 이성을 소개해달라는 친구들이 많은데 정작 주변을 찾아보면 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다. 나 또한 이제는 공적이 아닌 사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드물어졌다.




나는 비혼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어려서부터 결혼을 동경해 왔다. 결혼 전에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도대체 새로운 사람은 어디서 만나야 하는 건지. 후반이 되니까 20대 초반인 친구들이 너무 어려 보이고, 느낌이 정말 이상하다. 저번 달에 드라마 <도시 술꾼 여자들>을 몰아서 봤는데, 주인공 3명이 모두 30살이다.


서른이란 나이가 정말 느낌이 미묘하다. 사회초년생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법적으로는 청년이지만 마음은 무언가 어리고 싶은데 성숙함을 숨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현실을 살아감에는 준비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으..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이 만으로 바뀌어서 갑자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스물여섯이다..' 자기 암시(?)를 걸어본다. 


째튼 이제는 퇴사도 했고, 개인사업자이자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어 시간도 제법 낼 수 있는데 정작 연애를 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세상의 절반은 여자라던데. 갑자기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세상 절반이 여자인데 못 만나는 이유는 남자가 절반이나 있어서야" 지금 생각해 보니 제법 신빙성 있는 말이지 않은가?


모르겠다. 그렇다고 가벼운 만남을 하고 싶지는 않기에. 어려서부터 동경심이 있어서 그런가 가벼운 관계는 되려 거부감이 든다. 스물여섯이 할 말은 아니지만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안될 것 같으면 쟁취하면 되겠지. 그 싫어하는 학교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을 다녔으니 무엇인들 못할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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