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대학에서 제일 친했던 놈이 우리 동네로 여자친구와 함께 놀러 왔다. 친구가 군 복무를 우리 동네에서 해서 휴가 때 같이 놀았던 여사친과 함께 보기로 했는데 이 친구는 또 남자친구를 데려온다.
이 좋은 날 나는 두 커플 사이에 끼여서 놀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녀석이라고 기분이 참.. 좋은 것 같다. 벌써부터 인스타, 카카오톡, 페이스북이 붉은색, 초록색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 그래도 어제 모임에는 커플이 없었는데 오늘은 양쪽으로 침 뱉게 생겼다.
커플들을 기다리며 자기 계발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가 문득 쓸쓸해지는 것이 글을 쓰지 않고는 못 참겠다 싶었다. 역시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해진다.
혼자 카페에서 기다리는 지금 문득 며칠 전 몰아보기 영상으로 봤던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생각이 났다. 두 쌍의 악당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못된 심보의 상상을 하며 남은 아메리카노 잔을 비운다. 그래도 솔로인 나에게는 술이라는 애인이 있다. 그런데 어제도 많이 마셔서 속이 좀 울렁이는 게 오늘은 술이랑 권태기인 것 같다.
계획 잘 세워서 멋지게 성장하면서도 내년에는 꼭 연애도 해야지. 만 나이로 바뀌게 되면 내년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 오히려 한 살 어려진 스물여섯 살이다. 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중반과 후반의 차이는 스물여섯까지 시옷 받침에서 일곱으로 넘어가며 비읍 받침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내년에 중반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0대로 보낼 수 있는 기간이 1년 늘어난 것 같아 묘하게 기분이 좋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에게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친구 녀석의 염장질을 훼방 놓으러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