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 속 한국 방송시장의 현황과 대응
최근 국내 방송 시장은 넷플릭스(Netflix)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년 만의 행보이다. 기초적인 준비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점유율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도 미디어 산업은 이른바 '넷플릭스화(Netflixication)를 의식하고 있었다. 기조연설에서 타임워너(Time Warner)의 CEO '존 마틴'과 훌루(Hulu)의 CEO '랜디 프리어'는 그들의 현황과 계획을 통해 실질적으로 넷플릭스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움직임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각국의 시장을 확장하며 주로 현지 콘텐츠 제작 및 투자, 현지 사업자와 제휴하는 방식 등을 구현한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은 크게 현지화, 약한 고리 깨기, 그리고 우월적 지위라는 3가지 전략으로 구분된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시도한 마케팅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영화 <옥자(Okja, 2017)>에 대한 제작비 전액(한화 약 579억 원)을 투자하며 한국 시장에서 플랫폼 인지도를 향상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가 있다. 옥자는 영화 <설국열차>로 해외 프로젝트 경험과 이를 인정받았던 '봉준호' 감독이 매가폰을 잡았고, 설국열차에 참여했던 배우 '틸다 스윈톤(Tilda Swinton)'이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케이블 TV 채널 AMC 드라마 <워킹데드(The Walking Dead )>에서 시즌7까지(에피소드 1에서 이미 사망)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Steven Yeun)'이 참여하며 국내외 팬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밖에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 잘 알려진 김은희 작가의 차기작 <킹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그리고 방송인 유재석이 주축이 된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서 투자를 받아 오리지널 콘텐츠로 방영된다.
넷플릭스는 JTBC와 약 600분 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제휴한 바가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여 한국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를 얻은 반면, JTBC는 넷플릭스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얻게 된 셈이다. 즉 넷플릭스는 한국 사업자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2016년 7월, 넷플릭스가 케이블 TV 사업자 '딜라이브 플러스'와 제휴하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최근까지 딜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즉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모두 20~30만 명으로 추산되는 것을 고려해볼 때, 과반수 이상은 딜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작은 규모의 사업자와 제휴하는 이른바 '약한 고리 깨기 전략'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이미 2012년 영국에서도 실시한 바가 있는데, 영국 주문형 비디오 시장에서 2위 3위권 사업자와 제휴하여 현재 59%까지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최근에 CJ헬로 OTT 뷰잉, LG U+와 잇따라 제휴를 맺은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LG U+는 5월부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8만 8000원)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하고, 자사 IPTV U+ TV에서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유통할 예정이다. LG U+가 이동통신 3사 중에서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지녔다는 점에서 과연 '넷플릭스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IPTV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 역시 넥플릭스와 제휴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2년 전에 '딜라이브 플러스'의 손을 잡고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렇다'할 움직임은 크게 없었는데, 그동안 한국 시장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과 실험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넷플릭스는 '한 달 무료보기'를 제공하며,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높이고 한국 이용자 패턴을 이른바 '넥플릭스 양자이론'에 의해 분석해온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로 넷플릭스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한국인 추천 시스템'이 잘 형성되어 있다. 주로 한국인들이 시청하는 콘텐츠로는 센스 8(Sense 8),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 심야식당:도쿄 스토리(Midnight Diner: Tokyo Stories), OA(The OA),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등이 추천된다.
더 나아가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콘텐츠 시장은 한류의 거점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방송 시장은 연 평균 3.9%로 2020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은 약 840억 달러 규모로 전체 글로벌 방송산업의 20.6%에 해당되며, 2020년까지 38.4%로 높은 성장률이 예측된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을 선점하는 데 있어서 한국 시장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즉 한국은 수년 동안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 사업을 통해 기획과 유통, 마케팅에 능숙하고 잘 갖춰진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영국, 독일처럼 영어권 나라에서는 비교적 잘 안착했지만, 중국이나 일본처럼 아시아 쪽은 시장여건이나 규제 등으로 아직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따라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 넷플릭스는 동양권 문화를 포괄하고, 아시아 지역 수용자에게 인지도와 신뢰도를 지니며 더 나아가 충성도를 이끌 낼 수 있는 한류와 그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자 국내 방송 시장에서 크고 작은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국내 방송 사업자들은 반대하는 입장과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지상파 사장단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실질적인 정책 방안을 요구하기도 했고, 한국 방송 협회와 한국 방송채널 진흥협회 등 각종 방송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내 방송 시장에서 우려하는 바는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넷플릭스는 해마다 막대한 자본금 쏟아붓고 있는 반면, 국내 방송 산업은 한정된 자본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에서 밀린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만 8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가 있다.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 위축과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와 국내 사업자들이 협업이나 제휴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된다. 일례로 넷플릭스가 제작 수익으로 9:1(넷플릭스 : 국내 방송사업자)이라는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제시하기도 하고, 넷플릭스에서 제작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대신 IP 소유는 넷플릭스에 100% 넘겨줘야 하는 방식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즉 넷플릭스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지속적으로 불공정한 거래 방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LG U+가 넷플릭스와 계약에서 국내 PP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콘텐츠 매출 분담률을 제공했고 캐시서버(cashe server)장착까지 추진되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넷플릭스가 글로벌 사업자라는 점에서 국내 방송사업자의 규제 기준과 다르게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편의성을 봐줄 우려도 제기된다. 즉 넷플릭스가 불평등한 규제를 받게 되면 국내 방송 사업자보다 상대적인 이점이 더 많기 때문에 그 폐해는 국내 사업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방송시장은 넷플릭스에 대한 우려들이 현실로 드러나기 전에 실질적인 방안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자에 대하여 산업계와 학계가 주축이 되어 다양한 의견들을 논의하고 있다. 그중에서 배진아 (2018)가 제시한 글로벌 플랫폼 대응을 통해 넷플릭스에 대한 방안을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물론, 글로벌 사업자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활발해 짐에 따라 독과점이나 문화적인 종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인지하고 각 관계 부처와 학계, 업계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하여 통일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글로벌 플랫폼이 유입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지만, 국내 방송시장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미치는지 실증적인 연구가 미미한 상태이다. 국내 방송 및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질적인 연구들이 선행되어야 하며 나아가 정책이나 제언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자들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국내 사업자들도 사업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비싼 이용료, 콘텐츠 별 가격 책정 방식, 유료 서비스 내 광고 제시, 약정제 등 소비자 불만사항이 개선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는 넷플릭스 이외에 글로벌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미 넷플릭스를 활발히 이용하는 편이다. 유럽에서도 넷플릭스에 대해 열띤 반응이며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 시청각 관측소(Obervatoire europeen de l'audiovisuel)는 2016년 유럽 SVOD플랫폼 가입자 수는 4,000만 명이며, 이 중에서 50% 정도가 넷플릭스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상적인 방송제도를 뽐내던 BBC도 16~24세를 대상으로 수용자 연구를 실시한 결과 BBC가 제공하는 무료 아이플레이어(iPlayer)보다 유료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위기감을 느껴 방안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은 이른바 '넷플릭스 쿼터제'를 합의하고 자국 문화와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넷플릭스 쿼터제는 집행위원회, 의회, 이사회 등 유럽연합(EU) 3대 기구가 자국 문화 보호를 위해 VoD 전체 콘텐츠 중에서 EU 제작 콘텐츠 비율이 30% 되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각국에서는 방송사별로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저마다 노력하고 있다.
영국은 영어권 국가라는 이점 때문에 넷플릭스가 비교적 잘 안착된 나라 중에 하나이다. 지난 5월, 영국 시청자 조사기관 BARB(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에 따르면 전년 대비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가입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국 가구수는 넷플릭스는 25% 증가한 820만 명, 아마존은 41% 증가한 430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그다음은 영국 최대 규모 유료 TV업체인 나우 TV(now TV, 스카이 제공)가 40% 성장률로 약 150만 가구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영국에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진출한 지 불과 5년 만에 SVOD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다.
영국은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가 주축이 되어 ITV, 채널 4 등 영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논의 중에 있다. 아울러 콘텐츠 공급 및 해외 진출까지 염두하여 미국 제작사 NBC 유니버설과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유료 TV 스카이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신규 투자 방식을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응용하고 있다. 유료 TV 스카이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회당 2,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처럼 30억 파운드까지 투자를 늘리고 추후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을 염두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전 지옹, 민영방송 TF1과 M6의 3개 방송사가 협력한 살토(Salto)라는 OTT 채널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살토는 SVOD 형태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실시간 및 다시 보기 형태로 서비스이며, 월 5유로(한화 약 6,300원) 선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다.
지난 5월,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전 지옹' 대표 델핀 에르노트의 적극적인 주도로 서유럽 주요국가인 이탈리아 'RAI', 독일 'ZDF'가 콘텐츠 공동제작을 위한 알리앙스(L'alliance)를 출범시켰다. 알리앙스는 넷플릭스를 비롯해서 HBO, 아마존 등 미국발 글로벌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공동 연합체이다. 앙리앙스는 스페인 'RTVE', 벨기에 'RTBE'와 'VRT', 스위스 'RTS'도 공동 연합 파트너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유럽에서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미국발 거대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북유럽 국가 공영방송사는 덴마크 DR, 스웨덴 SVT, 노르웨이 NRK, 핀란드 Yle, 아이슬란드 RUV 등 5개 사가 연합을 시도하며 올해 12개 콘텐츠를 공동 제작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의 행보는 콘텐츠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대형 방송사 중심으로 과거부터 답습해오던 기존의 유통 관행에서 벗어나 넷플릭스가 독립 제작사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유통 판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건>은 얼마 전 넷플릭스와 협업을 발표한 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게 되었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기대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송시장에서 지나치게 시청률이나 상업주의만 의존하여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다양한 소재와 작품성 있는 콘텐츠들도 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OA(the OA)는 소재와 내용이 대중적이지 않고 상업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에서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OA가 넷플릭스에서 제작/유통된 후,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로 꼽게 되었다. 아울러 소규모 방송사업자들은 넷플릭스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작 이용자에 대한 논의들은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국내 미디어 이용자들은 넷플릭스 현상을 라디오가 TV로 바뀔 때처럼 국내 방송 사업자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시대적인 흐름이며 콘텐츠로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국내 방송시장에서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제도나 규제만 고집하게 되면 지나친 경쟁으로 이해관계만 치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콘텐츠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양질의 콘텐츠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이제 막 한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향후 국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영화, 드라마, 예능에서 실험적인 시도만 진행 중이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인기 코드를 보면 몇 가지 명확한 특성이 있는데, 시즌제 형식 콘텐츠, 몰아보기(Binge viewing), 특정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추천 형식을 보인다. 즉 기존 제작·유통 방식에서 탈피한 확대된 롱테일(Long-tail) 접근 방식이다. 따라서 넷플릭스 방식은 대중적인 양식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하우스 오브 카드, OA, 블랙미러, 얼터나카본 등 국내 방송 사업자가 주장한 것처럼 막대한 자본금이 문제가 아니라 소재나 내용에서 참신성을 갖추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협업한 콘텐츠를 보면 아직까지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협업한 국내 콘텐츠는 미디어 홍보를 통해 연일 화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협업 콘텐츠에 대해 구체적인 수익이나 비판 등 검증된 바가 없다. 넥플릭스 협업 콘텐츠는 화제성은 있지만 구체적인 비즈니스 방향이 없고 외주제작사 등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정도인 것 같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협업 콘텐츠에 대해 뚜렷한 지표나 검증이 없지만 지속적으로 실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범인은 바로 너>가 아무런 지표적인 검증 없이 시즌2가 확정됐다는 후문이다.
넷플릭스가 2016년 딜라이브의 손을 잡고 처음 한국시장에 상륙할 때도 비슷한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우려했던 점과 달리,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준은 미미한 상태였다. 이는 국내 방송시장이 해외 시장과 다르게 유료 방송비용이 낮은 편이고 이용자들의 토종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한국은 언어와 문화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의 상황과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은 넷플릭스를 견제하고 자국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넷플릭스 쿼터제'를 합의하고 공영방송사가 주도하여 연합 체재를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공동제작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재정 마련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이른바 유럽식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특히 영국은 뒤늦게 주요 방송사를 중심으로 연합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추세이다.
넷플릭스나 글로벌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이제 막 연합 체재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2014년부터 지상파 연합 콘텐츠 플랫폼 'pooq(푹)'을 운영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점차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국가들이 늦은 연합 체재를 준비한 것에 비해 우리는 오래전부터 연합 체재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제 pooq은 단순히 콘텐츠 플랫폼을 넘어 전문적인 SVOD플랫폼으로 한 단계 도약할 시기이다. 즉 콘텐츠 플랫폼으로만 연합된 것이 아니라, pooq전용 오리지널 콘텐츠의 연합 제작을 활성화시키고 이에 대한 유통방안과 저작권 문제 등 종합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국내 방송시장은 아직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완전히 안착되지 못한 점과 유럽 국가들보다 방송사 연합의 플랫폼을 먼저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아직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또한 국내 방송시장이 지닌 특수성과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아직 선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특히 국내 방송시장이 글로벌 플랫폼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건전한 거래와 규제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 현행 법과 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관계 부처와 업계, 학계가 방송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공동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럽처럼 쿼터제도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무조건 도입하기보다는 먼저 국내 방송 환경과 부합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일본이나 중국을 비롯한 주변 아시아 방송사들과 연합체계를 구성하여 글로벌 프로젝트를 구성한다면 동양 국가들만의 독특한 콘텐츠 양식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점차 국내 통신업계와 제휴 방식으로 개인 모바일과 각 가정의 IPTV 망으로 들어온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과거 pooq이 론칭할 때를 생각해보자. 넷플릭스도 일시적인 가입자 순증은 막지 못할 것이다. 닐슨코리아가 지난 달 26일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넷플릭스 이용자는 지난해 12월보다 약 2배 이상 많은 88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LG U+에서 제공하는 '3개월 무료'를 살펴보면, 8만 8천 원 이상의 비교적 고가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사용자에게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넷플릭스에 대한 접근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무료 이용자가 어느 정도 유료로 전환할 것이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현재 통신 3사는 자사 고객에게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콘텐츠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에 대한 이용자의 지불의사가 어느 정도 형성될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LG U+가 넷플릭스 효과를 얻을지, 아니면 LG U+가 넷플릭스를 위한 수단이 된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즉 넷플릭스에 대한 대응방안은 이미 국내 방송시장 안에 있다. 결국 넷플릭스나 글로벌 플랫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법도 규제도 아닌, 바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저지하거나 경쟁하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이는 국내 실정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미국 내에서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미디어 기업 간에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AT&T는 타임워너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했고, 폭스, 월트 디즈니, 컴캐스트가 서로 인수 합병 전쟁을 치르고 있다. 표면상으로 넷플릭스에 대한 대응 방안은 자본금으로 맞서거나 규제로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콘텐츠이다. 넷플릭스가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력만으로 키워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급 콘텐츠 이외에 소재와 캐스팅, 비용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안다. 즉 전달하려는 목적과 가치가 뚜렷하고, 사회적 흐름과 이용자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실험한 결과이다. 그 결과 몰입도가 좋은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제작되었고, 일명 '몰아보기'라는 넷플릭스만의 특정 시청 패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므로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보다 소재와 몰입도가 좋은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국내 외주 제작사 간의 협업 소식은 향후 방송사업자들의 위협 요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 환경 개선과 인력 확보에 관심을 갖고 함께 방안책을 고민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플랫폼이 유입되는 현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에도 미디어 시장뿐만 아니라 산업 곳곳에서 새로운 것이 오래된 것을 교체해오며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현상이다. 미디어에서는 대표적으로 TV가 라디오를, 모바일이 TV를, 그리고 지금은 넷플릭스와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방송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처럼 교체 상황이 올 때마다 오래된 미디어는 없어지거나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래된 미디어는 그들만의 생존 방식을 찾아서 새롭게 진화하며 새로운 미디어와 혼재된 환경을 만들어 간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그 해답은 한국 방송시장에 달려있다. 예컨대 월마트나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던 것처럼 넷플릭스 현상을 너무 극단적으로만 해석되지 않길 바란다. 넷플릭스에 대해 단순히 법과 규제가 해답은 아닐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현재 방송시장에 불어닥친 넷플릭스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걱정들은 한국 방송시장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본 내용은 저자가 학자로서 지닌 개인적인 견해이며, 저자가 귀속된 사측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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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2018, 6, 26).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시장에 재앙? 넷플릭스, 제작사엔 글로벌 진출 기회, 지상파엔 ‘경쟁력 확보’ 숙제 안겼다… 막연한 규제론 정답 아냐.
전자신문 (2018, 6, 17). 佛 방송 3사, 넷플릭스 대항마 ‘살토’출시한다.
중앙일보 (2018, 6, 14). 넷플릭스처럼 전세계 시장에... CJ E&M 글로벌 티빙 잘 될까.
IT뉴스 (2018, 6, 25). 뜨거운 감자 넷플릭스, 생존 돌파구는? 퍼스트 무버 이점/ 콘텐츠 물량 공세로 영향력유지.
NEW1(2018, 6, 26). 동영상 시장 삼키는 넷플릭스…韓 이용자 100만명 '눈앞' . 산업/ IT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