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본래 애쓰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매일 타의에 의한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뜨는 것만으로 휴가의 자격을 획득한 나였다.
제주 동쪽에 위치한 숙소는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둔, 그 필요한 것에 그림과 차도구, 옷걸이 2개를 선택한 곳이었다. 그리고 하루 4번, 육지에서 날아온 너덜거리는 인간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명상, 요가 같은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뜻)
인간살리기대작전 수업의 강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 이를테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뱉으세요. 아랫배 가득 숨을 채우세요.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세요와 같은 말.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숨 쉬는 법을 배우기 위해 거금을 들여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제 저녁 수업에선 이런 말을 듣기도 했다.
‘숨을 가득 들이마시고, 사랑만, 사랑만 남기고 모두 내뱉으세요’
숨쉬기는 산소 획득을 목표로 한 행위가 아니었던가
기폐동물로 당당히 살아온 30년의 시간이 흔들린다. 그랬구나. 결국 우리는 오로지 사랑만이 필요한 존재였구나. 남길 것만 남긴 불편한 구석 없는 휑뎅그렁한 숙소의 방이 말의 신빙성을 높였다.
숨쉬기로 사랑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처에 그것이 떠다닌다는 것을, 지구 오만곳에 그것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가장 값싸고 흔하고 쉽다.
할 일 없이 건물을 어슬렁거리다 발견한 방명록에서 글 하나를 읽게 된다. 또 하나의 인간 심폐소생 공간인 차실을 이용한 숙박객의 글이었다.
‘차를 마시다 눈물이 났습니다.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처음이었어요’
러브버그마냥 짝지어 살아가는 삶도 아니었을텐데. 한 개의 몸뚱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내가 그저 죄라고는 열려있는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 것인 두 몸뚱이의 벌레를 전기파리채로 지져버린 일이 떠올랐다.
러브버그 소탕의 기저에는 옅은 질투심이 깔려있을지도.
아 그러고보니 ‘러브’ 버그도 도처에 깔려있네…
실없는 농담에도 웃음이 나는 것을 보니 푹 쉬고 있나보다 하며 잘먹어 번들거리는 얼굴이 한번 더 웃는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원래 진부한 사랑타령이 제일 재밌는 법이다.
숙소에서 혼자 귤까먹다 쓰는 이상한 글
-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