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출판’을 미끼로 2030의 꿈을 삼켰나?
내 글을 책으로 출판해 주겠다던 회사가 파산신청을 했다.
그 사실을 알려준 이는 계약한 출판사의 대표도, 담당 편집자도 아니었다.
내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찾은 블로그 후기에 남긴 짧은 댓글 아래, 낯선 피해자가 남긴 단 한 줄의 대댓글이었다. 그 문장은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지난 10개월 동안 이어져 온 내 꿈의 심장에 태연히 사망 선고를 내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줄 알았다.
수년간 공들여 쓴 산문을 일부 모아서 전체 기획안과 함께 넘겼고, 기한에 맞춰 교정·교열까지 스스로 끝냈다. 표지 디자인과 레이아웃 논의만 남은 상태였다.
출판일은 30일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이 세상에 나오는 일’ 이 이렇게 황당한 이유로 무산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계약한 회사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유령 업체가 아니었다. 2012년부터 약 13년 동안 잡지와 출판물을 제작했고, 자기계발 관련 교육프로그램 및 매달 자체적으로 찍어내는 간행물 이외에도 굵직한 브랜드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업계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익히 알려진 곳이었다.
작년 11월, 그들의 출판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나는 12주 동안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해당 프로그램의 경우, 80명 중 오직 한 명만 최종 출판자로 선정되는 구조였다. 비록 그때는 떨어졌지만,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거라 믿었다. 아니, 믿도록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그리고 올 8월. 그 기회는 정말로 찾아왔다.
업체 측은 지난 회차 탈락자 중 일부에게 원고만 넘기면 ISBN 발급부터 온라인 서점 등록 및 디자인까지 책임지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이번에는 POD(주문형 인쇄방식)으로 진행하며 정식 프로그램을 위한 샘플 케이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참여 보증금은 원고만 제출되면, 추후 전액 환급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덧붙였다.
나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마음은 그곳에 닿아 있었고, 부족한 기획만 다듬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 후의 시간은 말 그대로 기적 같았다.
대학 졸업 이후, 의도치 않게 발을 들인 부동산 업계에서 늘 ‘여기는 내가 설 자리가 아니다’라고 느끼며 버텨 온 나에게 글쓰기는 처음으로 나를 지치지 않게 만든 일이었다.
200페이지가 넘는 원고가 완성된 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인생의 방향키를 비로소 손에 넣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단단했고, 선명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내가 딛고 섰다고 생각한 그 자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땅은 허공이었고, 나는 기만의 공중에 서 있었다.
이상 징후는 분명 있었다.
전산상의 문제라는 이유로 마감 일정이 미뤄졌고, 이후 안내는 흐릿해졌다. 문의하면 답변은 왔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다음 주 중 확인 후 공지하겠다”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다음 주는 오지 않았다.
그다음 주도, 또 그다음 주도.
불안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오던 어느 날, 나는 검색창에 업체명을 넣었다.
환급이 지연됐다는 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후기. 하지만 대부분 결국 환급받았다는 말에 자신을 설득했다.
‘그래도 나는 괜찮겠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이 이 정도의 비열함까지는 허락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러다, 그 한 줄이 내 믿음을 박살 냈다.
“업체 공식 홈페이지에 파산 공지가 올라왔던데, 확인해 보셨어요?”
그 순간, 나는 그간 간신히 허공에 매달려 있던 손을 놓쳤다.
10개월의 시간, 내 확신, 그리고 내가 걸어가려던 삶의 방향이 함께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나는 단순히 책 한 권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니다.
이 출판을 시작으로 내 삶의 다음 계단을 밟으려고 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게 내 일이고, 내 길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내 미래는, 내가 허락하지도 않은 타인의 파산 결정 한 장에 의해 처참히 짓밟혔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꿈을 통째로 먹어 치웠다.
희망을 인질로 잡고, 불안정한 내일을 담보로 돈을 걷었다.
파산 직전까지 신규 참여자를 유치한 정황을 보면, 이건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기획’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개인적으로 의심하고 있다.
(11월 27일 까지도 프로그램 참여 독려를 위해 보낸 판매유도 CRM문자를 보고 입금했다는 피해자 증언이 있다.)
공식 연락망은 모두 닫혔고, 7만에 가까운 팔로워를 자랑하던 대표와 편집자 부부의 SNS는 증거 인멸이라도 하듯 사라졌다.
말 그대로 ‘잠적’이다. 이해가 갈만한 해명도 없었고, 피해 보상 계획도 없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나라에서 꿈이 좌절되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가 그 꿈을 악의적으로 갈취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록뿐이다.
분노가 가슴을 태우고 무력감이 장기를 비트는 밤이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나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조금은 되찾는다.
앞으로 이 일을 웃으며 말하게 될 날이 올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파산이 내 꿈의 끝은 아니다.
내가 멈춰 서는 순간, 그들의 기만이 완성된다.
그리고 나는 그 엔딩을 대신 써 줄 생각이 절대 없다.
※ 이 글은 공익을 위해 ‘미션캠프 컨셉진 환급 관련 피해 사례’ 공론화를 위해 작성한다.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길 바라며, 가능한 객관적 사실만을 바탕으로 기록한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실패담이 아니라, 누군가의 ‘꿈’을 미끼로 반복되어 온 구조적 기만에 대한 증언이다.
@피해자 오픈채팅방 바로가기
현재 같은 피해를 겪은 이들이 모여 사실관계 확인 및 공동 대응 방법을 논의 중이다. 필요한 사람은 아래 링크로 들어오면 된다. 혼자 무너질 일이 아니다.
누군가 이미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
글, 편집 | 유옥(瑜)
@0k.Y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