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미션캠프 이번 파산과 관련하여 드리는 글
*이 글은 앞선 컨셉진,미션캠프가 돌연 파산을 하면서 약속된 환급과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적은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피해 소식을 전한 뒤, 여러분이 보내주신 말들을 차분히 읽었습니다. 그 다정함이 너무 고마워서 이 답장을 꼭 적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연말엔 누구나 마음을 보듬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을 텐데, 저만 덩그러니 어수선한 소식을 들고 온 건 아닐까—
그 걱정이 며칠 동안 마음을 물들였습니다.
그러다 흙탕물처럼 흐려졌던 감정을 잠시 그대로 두고 바라보니 그 속에서도 제가 붙들어야 할 것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그래서 이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 이야기는 길게 붙들지 않으려 합니다.
정작 제 마음을 가장 많이 다치게 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아차렸거든요.
그럼에도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건,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너무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다시 맞닥뜨린다 해도 어쩌면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 묘한 확신 같은 게 조용히 저를 지탱하기도 했고요.
사실…원고 마감하고 며칠 들떠 잠도 잘 못 잤고, 혹시라도 제 글을 좋아해주는 독자가 생기면 첫 장에 멋진 사인 해주겠다고 빈 공책에 몰래 연습까지 했던 건 평생 비밀로 가져가려 했는데요. 지금은 그냥 웃으며 털어놓습니다.
아 왜요, 제법 귀엽잖아요…
물론 잘못은 그들에게 있지만, 그동안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자리를 이미 내 것처럼 움켜쥐려 했던 제 욕심도 조용히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일이 준 건, 제 욕망의 모양을 정직하게 마주하게 된 뜻밖의 선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적 조치들은 모두 끝냈고, 이제는 남은 에너지를 온전히 다음 페이지를 여는 데 쓰고 싶습니다.
출판 일정은 잠시 늦춰졌지만 연초에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포기나 후퇴가 아니라 더 올곧게 가보려는 작은 결심에 가까운 방향 전환입니다.
믿고 싶었던 13년 경력의 외피와
그 아래 기대어보려 했던 마음도 이제는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
알고 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친절했고 혼자 해낼 수 있는 길들은 늘 가까이에 있었더군요.
이판사판의 마음이 아니라, 두려움의 껍질이 하나 떨어져나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추락해 본 사람만이 갖는 그 묘한 담대함 같은 것.
문득 2025년을 돌이켜보면 퇴사, 제주살이, 그리고 예기치 못한 굴곡까지…참 요란한 한 해였습니다.
그 모든 걸 절망으로 덮기엔 저는 아직 너무 젊고,
지금의 시간은 어느것보다 선명한 재산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기엔 지금이 딱 좋아요.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못난 어른들에게 이렇게 일어나는 법도 있다고
조용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마저 듭니다.
아버지가 늘 저에게 그러셨거든요.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베어라.”
이 말을 오래 품고 살아서인지 이미 여기에 이만큼 마음을 쏟은 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국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모았고 또 한 번 시작선 앞에 설 용기를 얻었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그럴듯한 말들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길,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고,
또 용서하는 하루들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시 제 자리에서 천천히, 묵묵하게 걸어보겠습니다.
끝까지.
P.S.
나이는 먼저 들 수 있어도, 어른의 자리는 먼저 가질 수 없다는 것.
이번 일로 그 진실을 아주 또렷하게 알게 되었어요.
정작 인생은 조금 덜 살았지만, 그래도 어른다움에 제가 더 가까웠던 것 같네요. 그래서 이번엔 크게 마음먹고, 제 몫의 용서를 먼저 꺼내두려고 합니다.
혹시 언젠가 이 글을 본다면, 제 첫 책에 사인 받으러 오셔도 괜찮습니다. 배운 건 돌려드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그게 당신들과 달리 제가 선택한 방식의 ‘어른됨’이라서요.
글, 편집 | 유옥(瑜)
@0k.Y00